3월 9일(금) 수면제
수면제가 강했는지 3일 전 처음 저녁 약을 먹었는데 20분 뒤 쓰러져서 바로 잠이 들었다. 만취한 것처럼 몸을 가누기가 힘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기도 힘들고 거의 초저녁까지 멍하고 피곤해서 병원에 약을 쪼개 먹어도 되는지 문의를 했다.
트리람정을 반 쪼개 먹으란다. 다음 날 반을 쪼개서 먹었는데 잘 잤다. 다음 날 여전히 일어나기 힘들었지만 나름 괜찮았다. 근데 속이 울렁거리고 좋지 않아서 어제 병원에 가서 선생님께 약에 대해 여쭤봤다.
그랬더니 주황빛 나는 노란색 동그랗게 생긴 조그만 약인 로라반을 빼 보란다. 그게 항불안제인데 수면제처럼 멍해진다고 했다. 약을 좀 더 빼달라 했다니 나머지는 그냥 다 먹으라고 하셨다.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를 안먹고 수면제만 먹는 환자들도 있는데 그렇게 10년 넘게 먹는다고 했다. 우울증이나 불안증이 치료가 안된 상태에서 수면제를 먹어서 그렇단다. 어쨌든 좋은 소식은 아니다. 약을 계속 먹어야 한다면... 그래도 내 상황이 좋지 않으니 우선 얘기를 들어야겠지.
어제 전화로 병원 카운터에 약 종류에 대해서 물어봤었다. 아침약은 알프람, 티아본, 모사달이고, 저녁약은 거기에다가 브림텔릭스, 로라반, 트리람이 추가되어 있다. 모사달이 위장약인데 항우울제가 위장 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 위장약을 같이 넣은 거라고 했다. 아침약도 졸릴 수가 있어서 저녁약만 먹기로 했다. 선생님께서도 아침약은 안먹어도 되지만, 저녁약을 꼭 먹으라 하셨고. 약에 대해 검색해보지 말라고 더 불안해질거라고 하셨는데 무슨 종류인지는 알아야될 것 같아 간단히 검색을 했다.;;
저녁에 고민을 하다가 트리람을 반 쪼개고 로라반을 뺀 나머지 약을 다 그대로 먹었다. 어제보다 약 효과가 강렬하진 않았지만 여전히 센 것 같았다. 잠들기 전에 약간 불안했지만 좀 누워있다가 정신을 잃은 듯 잤다. 신기한 게 약 먹고 이틀째 된 날부터 불안감, 긴장감이 줄어들은 게 느껴졌다. 출근길 시간에 쫓길 때도 너무 느긋한 게 원래의 내 모습도 너무도 달랐다. 낮에 거울을 봐도 하나도 불안하지 않았고, 오히려 뭐 이정도만 괜찮지라고 웃고 있는 자신을 보고 참 약의 힘이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금요일 퇴근 무렵부터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약 먹은지 3-4일째. 운동을 하면 좀 나으려나 싶어서 암장에 갔는데 운동을 해도 머리가 너무 쪼이고 깨질 듯 아파서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 태어나서 이렇게 이상하게 머리가 아픈 건 처음이었다. 단순한 두통이 아니라 정말 머리가 터질 듯이 압박감이 오면서 미친듯이 조이는 느낌...
겨우 겨우 차를 끌고 집에 도착해서 씻고 누웠다. 약을 먹을까 잠깐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약 성분 중에 하나 때문에 두통이 생기는 것 같았고, 또 주말이라 출근 부담도 없어서 그냥 잠 안오면 누워만 있자라는 마음으로 누워 있는데, 와 다음 날 토요일 한낮까지 주구장창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토요일도 마찬가지.... 너무 많이 자서 일요일 밤에 잠자는 게 걱정되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잠이 오는 게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