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6일 ❤️떡순이 탄생❤️ 빨리 퇴원할 수 있기를... / 여의도 성모병원 출산(역아/ 제왕절개/ 신생아 중환자실)
37주 2일
새벽에 화장실에 갔는데 이슬이 비쳐서 깜짝 놀랐다.
전날 역아 돌리는 고양이 자세를 간만에 해서 그런가 싶었다. 약간 생리통처럼 배가 우리하기도 하더니 아침에도 연거푸 이슬이 보이면서 통증이 점점 심해졌다.
분만실에 급히 전화를 해서 물어보니 아침은 먹어도 되고 진통이 더 심해지면 오란다. 역아라고 이야기했는데 고민이 됐다...11시 넘어서 아무래도 불안하고 안되겠다 싶어서 병원에 갔더니 급히 수술이 잡혔다.
내진을 해보니 자궁이 조금 열려있고 아직은 진행이 덜됐지만 역아기에 바로 수술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
그런데 아침을 먹은 것 때문에 금식이 걸려 수술이 오후 4시로 미뤄졌다. 그동안 진통이 점점 진행되고 아프고 힘들고 신체적으로도 그렇지만 불안한 마음에 심적으로 더 힘든 시간이었다. 수술을 빨리 해달라고 했지만 마취과에서 거절당했다..
4시가 되고 수술실에 들어갔다. 누워서 들어가는데 양 옆으로 공장처럼 수술실이 쭉 늘어서 있었다. 그 중 한 군데로 들어가고 팔 다리가 묶였다. 배 위에 넓게 소독액이 뿌려졌다. 무섭긴 했는데 전신마취라서 잠들면 되겠거니 싶었다. (사실 하반신 마취 중에 선택할거냐는 제안?도 못들음;;; 당연히? 전신마취로 진행되었다.)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걱정말라고 하시는 소리를 듣고, 호흡기로 숨을 몇 번 들이쉬니 기억이 없다.
무슨 공장같은 대기실(?)에서 살짝 정신이 들었는데 양 옆으로 다른 환자들이 누워있었다. 누워있는데 밑 베드가 불타듯이 엄청 뜨거웠다. 수술대는 차가웠는데 매우 대조적인 느낌. 당시에 내가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내가 한 말은 기억이 난다. 간호사 선생님께 여러 번 계속 아기 괜찮냐고 그 말만 했던 건 또렷하게 생각이 난다.
그러구 병실로 옮겨지는 과정도 기억이 안남;; 입원실로 옮겨지고 정신이 들었을 때는 하반신이 천으로 싸여져 있고 피가 낭자했다 ㅜㅜ 배는 홀쭉해진 느낌이고 진짜 뭔가 순식간에 배 갈라서 아기만 채간 느낌이었다.
통증 때문에 그날 밤은 도저히 움직일수가 없었다. 물을 먹고 싶은데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무엇 때문인지 밤새 한 숨도 못자고 새벽이 되어서야 움직이는 게 좋다는 이야기가 생각나서 왼쪽 오른쪽으로 몸을 아주 조금씩 움직여봤다.
아침이 되니 소변줄을 빼줘서 화장실을 가야 된단다.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통증인데 진짜 악 소리가 절로 나왔다. 알고보니 무통 주사 누르는 버튼을 누르면 진통제가 더 나오는 구조였던데 그걸 화장실 갔다와서 알았다 ㅜㅜ 그 뒤로는 힘들겠다 싶으면 아꼈다가 열심히 눌렀던 기억이 ㅎㅎ
출산 당일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항생제 주사, 자궁수축 주사, 엉덩이 진통제 주사, 무통 주사 등등 뭐가 어마무시하게 들어갔는데, 출산 이틀째는 무통 주사 덕분인지 생각보다는 괜찮아서(물론 평소의 통증과는 차원이 다르지만) 떡순이 수유 연습도 총 세번을 갔다. 그치만 셋째날이 정말 죽음이었는데 배 전체가 미친듯이 당기고 움직일 때마다 칼로 쑤시는 느낌이어서 왜 그런고 했더니 자궁이 수축되는 통증 & 수술 중 찬 가스로 인한 통증, 여기에다가 근육층도 절개가 되어서 어마어마한 근육통까지...
화장실에 갔다가 배를 봤는데 배가 가운데 부분이 살짝 옴폭 들어가고 뭔가 마비된 모양새였는데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ㅜㅜ 이후 장기능이 조금씩 회복되고 지금은 점차 늘어져서(?) 임신 중기 정도의 배가 되었다;; 옆으로 누우면 진짜 모든 장기와 근육, 피부들이 옆구리로 쏠리는데 통증도 심하지만 처음 보는 모양새에 약간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그 와중에 이틀째에 수유콜을 안주길래 신생아실에 문의해서 수유 연습을 해보고 싶다고 하니 그 날 계속 불러주셨다. 밤새 잠을 한숨도 못잔데다 신생아실까지 걸어가는 게 많이 힘들고 앉아있는 것도 넘 힘들었지만 떡순이를 보러 가는 마음에 항상 설레였는데 삼일째 아침에 신생아 중환자실로 변실되어 인큐베이터 들어갔으니 둘째날 만났던 기억이 너무나 소중하다.
수유실에서 수유 연습할 때는 항상 나밖에 없었어서 정망 좋았다. 간호사 선생님에서 이런 저런 설명을 해주시고 나가시면 아기와 둘만 남고 젖을 물려보고 이야기도 해준다. 처음엔 떡순이가 젖을 잘 못 물어서 간호사 선생님께서 분유를 살짝 발라주시니 물기 시작했다. 다음 수유콜 때는 바로 정말 잘 물어서 신기했다. 물론 아직 젖이 돌지 않았지만 떡순이를 안고 있으니 마음이 뭉클했다.
떡순이 낳기 전에 심적으로 너무 복잡하고 초조해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건지 떡순이가 삼일째 아침 중환자실에 가게 되어서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제발 건강해져서 퇴원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