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순이♥ 육아일기

4개월 아기 데리고 친정가기, 김포에서 제주행 비행기 탑승후기/ 코로나 위험, 비행기 한가한 시간, 사람 없는 시간/ 아기 동반시 요령

artist_nao 2020. 3. 26.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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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3일 월요일, 일이 바쁜 남편 때문에 독박 육아하다가 진짜 쓰러진 채 발견될 것 같아서 친정행을 결정했다.

사실 출산 후 조리원 3주, 산후도우미 이모님 2주+3주, 엄마 sos 한달 반... 이렇게 계속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왔었는데 엄마가 제주에 내려가시고 5일 동안 남편과 있는데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

아침에 눈 뜨면 밥 없음. 미역국 없음 ㅜㅜ 밤새 자주 깨는 아기 다시 재우고 젖물리고 아침 빈속에 다시 젖물리고 쓰러지기 직전인데 밥하고 국 끓이고...

남편도 계속 아기를 봐줬는데 혼자 애 보는 것보다 더 힘든 느낌이었다 ㅜㅜ 엄마가 와계시는 동안에는 시댁에 가 있었으니 아기를 보는 요령도 없어 내가 얘기해주면 잔소리로 받아들이고 자기도 힘든지 짜증내고 나도 쓰러지기 직전이니(실제로 쓰러졌었다 ㅜㅜ) 미치겠고...

잠투정 심한 아기 매번 재우는 것도 남편이 재우면 애가 울고 또 울어서 결국 내가 다시 재우고.. 이대로 가다가 난 쓰러져 발견되고 아기도 위험해질 것 같아서 코로나 확진자가 속출하는 이 시국에 친정인 제주에 아기를 데리고 내려가기로 결정했다. 완전히 재택근무가 어려운 남편이 바깥 출입도 잦아서 코로나가 좀 진정될 때까지 친정 도움을 받기로 함.

문제는 비행기인데 ㅜㅜ 밤 비행기를 탈지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오후 5시 반 비행기를 예약.

공항은 생각보다 한산했는데 비행기를 딱 타니까 완전 만삭이었다. 미친. 욕부터 나왔다. 제일 널널한 좌석으로 달라고 해서 좌석도 거의 맨 끝이었는데 앞뒤 할거 없이 정말 거의 만석. 이 시국에 딱봐도 애들 데리고 제주여행가는 아줌마들, 골프여행객... 대부분이 육지(외지) 사람들이었다.

공항이랑 항공사까지 연락해서 한가한 시간대를 물었으나 자기네는 모르쇠. 그냥 힘들어도 자는 애 깨워서 새벽 비행기를 탈 걸 싶었다 ㅜㅜ 내려오고 나서야 제주맘카페에서 보니 새벽에는 2/3 정도만 비행기가 찼다고 했다.

이미 내려온 거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너무 후회되고 불안하고... 비행기 타면서 꼼꼼하게 봤는데 마스크를 안쓴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근데 저 옆자리 초딩 애들 데리고 탄 아줌마들 진짜 애들 마스크 살짝씩 내리고 정말 진짜 너무 짜증났다. 공항에서도 마스크 안쓴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일부 사람들은 코를 내놓고 입만 가리기도 함. (뭐하는 짓임)

이륙할 때 쪽쪽이를 물렸으나 배고파해서 막 울기 시작해서 급하게 분유를 타서 먹이니 잠잠해졌고 비행기 탑승 시간 거의 내내 먹었다;; 원래 속싸개로 최대한 가리면서 먹였는데 애가 울고 불고 난리여서 나중에는 포기... 그냥 다 오픈해서 먹이고 착륙할 때쯤 찡찡거려서 튤립 사운드북을 들고 보여주는데 남편이 손으로 최대한 스피커를 가려도 미세하게 동요가 흘러나왔다 ㅜㅜ 진짜 승객들한테 넘 미안하고 민폐였는데 정말 귀기울여 들어야 들릴 정도였고 애 우는 것보다는 낫다고 판단했다.

생각해보니 이래저래 새벽에 올걸.. 진짜 어린 애 데리고 다시는 비행기 타고 싶지 않다. 디럭스 유모차에 큰 캐리어 2개, 남편은 짐들고 간다고 아기띠 하고 있는 나한테 디럭스 유모차 밀라고 해서 한 손으로 밀고 쌩쑈를 했다 정말. 그 와중에 짐 내리는 거 안 도와준다고 짜증내고 진짜 욕이 막 입 밖으로 튀어나오기 직전. 원래도 상냥한 편은 아니지만 애 낳구 나서 자기도 힘든지 까칠해져서 진짜 애 키우는 것도 힘들지만 남편 피해서 친정에 가는 게 맞을 정도.

친정에 내려오니 작년에 부모님이 이사하셔서 집도 완전 모델하우스 같고 넓고 쾌적하고 정말 오랜만에 행복감이 느껴졌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부터 다시 육아 전쟁에 피폐해짐...) 하루 만에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던 집이 아기 짐으로 아주 너저분해져서 부모님께 넘 죄송하다. 그래두 손자 보시면서 좋아하셔서 다행이다.

아기도 환경이 바뀌어서인지 밤 시간이 좀 줄고 더 자주 깨고 낮잠을 너무 안자려고 한다. 아기 용품들 이고 지고 오느라 정말 넘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내려오길 정말 잘한 것 같다. 아니 안 내려왔으면 쓰러져서 병원행이었을 것 같다.

밤 어둑한 시간 집에 오는데 창 밖 야경이 신기한지 고개를 도리도리하며 구경하는 울 애기... 요즘 투정이 더 심해지고 안자려고 하는데 제발 푹 잘 잤으면 좋겠다.

차 타면서 오는 길에 보니까 여행객들 마스크도 안쓰고 벚꽃나무 앞에서 사진 찍고 난리던데 제발 좀 개념, 양심 좀 탑재했으면 좋겠다. 이 시국에 제발 여행도 자제해줬으면... 나도 상황만 받쳐줬으면 위험부담을 안고 내려올 일은 없었을 거다. 스페인 갔다와서 제주 여행 온 개념 없는 경기도 여자 땜에 도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결국 남친이랑 둘이 확진 판정. 정말 너무 짜증난다. 애들 엄마들은 대부분 힘들어도 집에 짱 박혀서 온라인 장보기로 매 끼니 밥 해서 먹이고 그러는데 개념없이 여행다니고 그러지 마시길. 코로나 땜에 개학도 못하고 있는데 여행이 웬 말이냐. 애들은 마스크 제대로 쓰지도 않는다.

친정집에 와서도 외출은 못하고 있지만 창 밖으로 보이는 산과 바다 덕분에 지친 몸과 마음이 힐링되는 느낌이다. 제발 우리 가족들 또 국민들 모두 조심해서 얼른 예전처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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