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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 아기의 선택/ 모유 직수 vs 젖병/ 이대로 단유해야 할 것인가..

artist_nao 2020. 4. 1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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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목만 달아놓고 내용은 쓰질 못했었다.

출산과 육아 관련 내 3대 로망 중 유일하게 실천 중인 모. 유. 수. 유.... 아기가 중환자실에 열흘 있는 동안 열심히 유축해서 모유를 나르고 그랬어서 그런지 출산 후 몸이 너무 힘들어도 모유수유만은 고집했었다.

우리 떡순이는 조리원 오자마자 너무나 의젓하게 직수를 잘해서 항상 타 아기들의 모범(?)- 조리원 원장님 말씀으로; 이 되는 아기였는데 (내심 뿌듯했었다 정말!) 백일을 앞두고 갑자기 직수를 거부하기 시작...

그동안의 우여곡절을 하나하나 나열하자면 끝이 없지만, 50일 전후 유선염, 유두백반 증상으로 너무 힘들었지만 마사지 받아가면서 극복했었고 힘들 땐 분유로 보충도 했었다.

백일 다가오면서 아기가 직수를 거부하기 시작한 이유를 생각해보면 1. 사출 2. 젖병에 익숙해짐. 이 두 가지가 가장 큰 것 같고, 애가 안물려고 하다보니 양도 줄어들기 시작해서 3. 양부족. 까지 맞물려 아주 설상가상이 되어버렸다.

정말 질질 끌면서 가까스로 직수하다가 친정집 내려오고 또 다시 엄마의 종용을 받기 시작 ㅜ 네 몸을 생각해서 그만 좀 단유해라. 애도 직수 싫다는데 이제는 분유만 먹여라. 밤에도 니가 독박으로 보니까 몸이 더 힘드니 제발 끊어라.... ㅠㅠ

친정집 오고 나서 직수를 하고 나면 아기가 더 달라고 울어제낄 때가 많았다. 물론 괜찮을 때도 있었지만 애가 급성장해서 그런지 먹는 양이 급격히 늘면서 감당이 안되기 시작했었다. 그러다가 얼마 전 새벽에 밤수를 하는데 나름 많이 먹고서도 자지러지게 우는 애를 보면서 다음 날 수유시트를 치웠다. 이제 직수는 안하겠다고 다짐했다. 아기가 먹다가 그만 먹겠다고 울고 불고 하고 나서 짜보면 또 젖은 잘 나오고 있는 걸 보니 아, 그냥 젖병을 선택한 거구나 싶었다.

사실 단유 생각은 몇 주 전부터 하고서 미친듯이 과자, 아이스크림 등을 흡입했었다. (25주에 선고받은 임당 이후 먹어본 적이 없었다...) 집 앞 편의점에서 과자랑 아이스크림만 몇 만원 어치를 집어온 나에게 내 스스로 놀랄 정도였다. 그동안 쌓인 게 있었던 것 같다.

아무튼... 그 뒤로 정말 단유하려고 안물리기 시작했는데 한번씩 가슴이 차면 아프고 불편하니까 유축을 했다. 유축하면 또 꽤 나오니까 버리긴 너무 아깝고 젖병에 담아 먹였는데 젖병에 담아주니 아기가 엄청 잘 먹었다.

백일이 되면 아기는 엄마 쭈쭈나 젖병 중에 선택한다고 하는데 우리 아기는 망설임 없이 젖병을 선택한거다 ㅠㅠ 휴... 모유 직수해서 완모하는 아기는 오히려 젖병으 거부하고 엄마 젖만 찾는다는데 우리 떡순이는 완전 쏘쿨 엄마 젖에 집착하는게 진심 1도 없음. 냉정한 자식. 진짜 어마어마하게 상처를 받았는데 (요즘 애들 말로 마상이구나..) 그것 땜에 사실 우울증도 온 것 같다. 출산 직후 그렇게 힘들 때도 우울증은 없었는데 모유 땜에 우울증까지 와서 나도 모르게 울고, 또 아기가 친정 엄마만 보면 꺄르륵 웃는데 나한테는 시큰둥한 것 같아 더 상처받기도 하고. 그냥 애가 날 거부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니까 점점 더 우울했었는지 한 번 터지기도 하고. 그래도 지금은 마음이 좀 나아져서 아기가 외할머니를 좋아하니 다행이다 싶고 또 엄마한테만 집착하고 그러지 않아 나도 편하지 그런 마음이다.

어쨌든 아기가 직수를 싫어하니까 아기를 위해서라도 그만하자고 마음 먹었다. 대신 조금이라도 유축을 해서 주자 싶어 2주 전부터 유축을 해서 주고 있다.

밤수까지 합쳐서 개월 수에 비해 자주 먹는 편이라 4개월 반 됐는데 총 6회 수유... 사실 유축한 모유양 만으로도 어찌저찌 먹일 수는 있지만 낮 동안은 되도록 모유를 데워서 먹이고, 밤수와 아침 첫수는 급하니까 분유를 먹이고 있다.

유축수유 & 혼합이 정말 힘든 게 젖병은 분유수유와 같이 매번 나오는데다 유축기 소모품도 계속 세척&소독해야 하고 유축모유를 냉장 보관해서 모유저장팩에 양 맞춰 넣었다가 수유 시간 전에 미리 꺼내 중탕하는 것까지 해야 한다. 유축하는 시간도 넉넉하게 필요하다. 사실 친정집에 와 있으니 가능한 일이다.

물론 냉장 & 중탕 과정에서 모유 성분이 좀 파괴될 순 있지만 냉동보단 냉장이 좀 더 나아서 그렇게 하고 있다. 그래도 안 먹이는 것보단 나을테니까...

유축하면 후유까지 완벽히 안나온다고도 하는데 그냥 경험상 잘 유축하면 후유까지 어느 정도 나오는 것 같다. 또 매 수유 때마다 꼬박꼬박 먹이는 게 아니더라도 적은 양의 모유라도 면역성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하루 한번이라도 먹이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고.

어쨌든 할 수 있는 데까진 유축해서 주려고 한다. 원래 돌까지 직수를 하고 싶었지만 육아는 정말 내맘대로 안되는 것 같다. 이유식 전까지만이라도 이런 식으로 모유를 좀 더 먹이고 싶다. 그래도 직수할 때 아기 드래곤처럼 눈을 치켜뜨고 오물오물했던 우리 떡순이 모습을 이젠 못본다고 생각하니 너무 아쉽고 슬프다. 앞뒤 옆 머리통이 짱구라서 옆모습이 정말 넘넘 귀여운 아기여서 젖 먹을 때 정말 귀여웠는데... 한 손으로 휘적 휘적하다가 내 옷을 부여잡고 먹기도 하고. 한번씩 물고기마냥 발을 파닥파닥하는 모습이 진짜 예뻤는데 많이 아쉽다. 그치만 직수를 계속 한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그만해야 하는 거니까 아기나 나를 위해서 여기서 멈추는 게 맞는 것 같다. 무엇보다 아기가 힘들어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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