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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집에 돌아오면, 언제나 아내가 죽은 척을 하고 있다/ 결혼이라는 게... 드라마 <최고의 이혼>과 같이 보면 좋을 영화!

artist_nao 2018. 11. 29.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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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특이해서 킬링타임으로 볼까 해서 본 영화인데 웬걸~ 생각 이상으로 잘 만든 영화였다. 

어제 드라마 <최고의 이혼> 마지막회가 방영됐는데, 엔딩이 석무(차태현 분)가 휘루(배두나 분)에게 귓속말로 무어라 하니 휘루가 씨익 웃는 장면이었는데 이 영화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드라마 엔딩을 이 영화를 보고 만들었나 싶을 정도~ 대사나 분위기도 비슷한 점들이 있고. <최고의 이혼>에서 휘루&석무 커플과 유영&장현 커플이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데, <집에 돌아오면, 언제나 아내가 죽은 척을 하고 있다> 요 영화에서도 주인공 커플 외 조연 커플이 등장해서 4명이 함께하는 장면도 보여준다. 

무엇보다 결혼 3년차 남녀의 심리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라는 데 공통점이 있다. 아이가 없는 3-4년차 부부에게 추천하는 영화와 드라마. 

사실 결혼 이후 남녀의 모습을 담은 드라마나 영화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사람들은 낭만적 연애를 좋아하지, '그 이후'에 대해선 별 흥미가 없기 때문이다. 아래는 이 부분에 대해 썼던 글이다. 

2017/08/01 - [나오의 '쓰다'] - 연애와 결혼, 사랑이라는 지난한 합의의 과정/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결혼 전이나 후나 사람들은 '낭만적 사랑'을 좋아한다. 매일 매일 그 날이 그 날 같은 일상을 영화나 드라마로 보길 원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테니까. 어쨌거나 실로 매우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일본 영화(드라마)이기에 이 정도의 주제는 뭐 흔하다고 해야하나. 그런 일드를 리메이크한 <최고의 이혼> 역시 '인기 없는 주제'이기에 시청률은 4% 밖에 안됐다. 원래 시청률이 잘 나오는 명작은 드물다. 

2018/11/08 - [나오의 '보다'] - [드라마 최고의 이혼 리뷰] 우리는 내 자신을, 상대방을 이해해야 한다.

드라마도 주옥같은 대사들이 많았는데, 그건 나중에 정리하고 우선 영화를 먼저 살펴보면, 

(아래 내용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진 출저: 다음 영화)

어느 날 퇴근하고 집에 오니 죽어있는 듯한 아내를 보고 놀라는 준, 알고 봤더니 (영화 제목처럼) 아내가 케챱을 묻히고 죽은 척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그 이후로 매일 집에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전사, 줄리엣, 외계인 등등 다양한 죽음의 상황(?)을 연출하는 치에가 남편은 어딘가 모르게 불안하다. 처음에는 장단도 맞춰주다가 왜 그러는지 진지하게 물어보기도 하고... 

준은 직장동료에게 SOS를 청하고 상의를 한다. 직장동료 부부와 식사 자리를 마련하고 두 와이프들은 서로 친해진다. 

결혼 5년차에 난임을 겪고 있는 직장동료 와이프가 남같지 않아 공감이 참 많이 됐다.;; 야구 게임장에서 공을 치며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굉장히 코믹하면서도 잔잔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다. 뻔한 것 같으면서도 결코 그렇지 않다. 섬세한 심리 묘사와 은유, 상징을 좋아하는 이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 물 흘러가듯 보다가 탁하는 순간 순간들이 있다. 또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드는 생각들이 너무 엉키지 않아 좋다. 잔잔히 떠오르는 느낌.

단조로운 일상처럼 익숙해진 부부 사이지만 서로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치에는 왜 그렇게 매일 죽은 척을 했던 걸까?

아마 영화 속 치에와 비슷한 입장의 아내라면 오늘 밤이라도 당장 남편이 들어올 때 죽은 척을 해보고 싶어질 것이다. 예전 아버지께 그랬듯 남편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 단조로운 일상을 깨기 위해서, '나-아내'의 존재(소중함)를 드러내기 위해, 혹은 정말 죽음을 앞두고 있는 이라면 예행 연습을 반복함으로써 사랑하는 남편에게 슬픔을 주지 않기 위해서...  

코믹함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속은 결코 가볍지 않고, 재미있는 미끼를 던져 진짜를 낚게 하는 영화.

(일본 작품 특유의 보수적인 면이 좀 거슬릴 수 있다. 음식은 여자가 주로 하는 것이고 맛있게 하는 게 중요하고 그런 뉘앙스를 풍기는 장면들이 꽤 있다. 이건 뭐 일본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그런 건 거르고 중요한 것들을 기억하면 된다. )

참! 영화의 원작은 2010년경 인터넷의 한 사연글에서 비롯된 것이다. 음악으로도 만들어졌고, 책으로도 출간되어 한국에서도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또 죽었네?>라는 번역으로 나왔다고 한다. 곡 가사도 좋다. 곡 자체는 음... 별로 ㅎㅎ 


<기억하고 싶은 대사들>

1. 거품이 넘치치만 않으면 돼요.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으니까요. 거품이 줄어들면 다시 부어주고, 마지막에 적당히 마무리. 

   어떻게든 되거든요.

2. 어떻게 선배랑 결혼하게 된거죠? 

 - 굳이 말하자면 반띵이 될 것 같았어요.

3. 아무리 해도 홈런이 안되네요. 그렇게 노력했는데. 지금까지 그런대로 잘 풀렸는데 왜 안되는 거지? 

   나 애가 안생겨요. 벌써 결혼 5년차인데, 주변에서도 걱정하고.. 갑자기 이런 말해서 당황스럽죠?

 - 아무 위로도 할 수 없어서 미안해요.

   듣기 좋은 위로보다 훨씬 낫네요.

 - 듣기 좋은 말도 상처가 되니까요. 

4. 끙끙대봤자 답 없다. 결혼생활은. 모르겠으면 그냥 물어. 그래서 안되면 갈라서는 거지. 너 연애 결혼이잖아? 자기 의지대로 결혼한 거잖아. 

 - 과장님은 이혼을 생각해보신 적 없나요?

 많았지, 하지만 이혼은 안해. 

 - 아이들 때문인가요?

 자식이 문제긴 하지.

 -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사랑하니까... 그거 밖에 없잖아. 코 곤다고 따로 자고 자식 놈한테 내 나쁜 말만 하고 그 놈들이 크면 애비가 촌스럽고 현금인출기로 볼지도 모르지. 하지만 아무리 분해도 왠진 모르겠지만 마누라를 내칠 순 없더라. 

5. 이제 자식들이 다 독립하고 겨우 둘이 오손도손 살려는데 먼저 가버렸어.

애는 있는가? 그럼 남편과 지내는 지금을 소중히 여겨. 그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훨씬 소중한 시간이란다. 

6. 남은 생을 맞지 않는 사람과 살기보다는 새 상대를 찾는 것이 서로에게 좋다는 말이에요. 

7. 인생에는 세 개의 고개가 있다는데, '오르막', '내리막', '설마가'. '절대 평지'란 인생에 없으니까

 - 서로 어러움을 극복했을 때에야 마침내 둘이 부부가 된거라고. 

그래 아무리 부서져도 상관없네. 원래 울퉁불퉁한 길을 따라가는 거니까. '완벽한 원'은 그릴 수 없는 거야. 

8. 나쓰메 소세키는 'I love you'를 '달이 아름답네요'라고 번역했잖아. 


(엔딩)

어쩌면 말인데, 결혼이라는 게.....

(이후 바람이 불었고 준이 무어무어라 했고 치에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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