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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앞으로 그 어떤 경우라도 연명치료는 받지 않겠다

by artist_nao 2019.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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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일주일 입원해 있으면서 병실이 없어 2-3일 정도를 6인실에 있었는데, 내 앞과 옆 침대에 정말 오늘 내일 하는 할머니 두 분이 누워 계셨다.

앞에 계신 분은 정말 24시간을 신음 소리와 고함을 크게 지르셨는데 밤에도 이어져서 너무 힘들었다. 잘 때 작은 소리에도 예민해지는 타입이라 안 그래도 몸이 너무 안좋은데 그 소리를 듣고 있자니 나중에는 정말 미칠 것 같았다... 간병해주시는 분이 따님인 줄 알았는데 간병인이셨다. 그 환자분이 민페를 끼친다는 것에 굉장히 미안해하셨는데, 가족이었어도 참 지쳤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간병인이기에 옆에 계속 있을 수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옆 자리 할머니께선 신음 소리가 그리 심하진 않으셨는데 맞은 편 그 분의 영향인지 나중엔 거의 대화하듯이 큰 소리를 내셔서 정말 양 옆에서 들려오는 소리 때문에 너무 괴로웠고, 결국 2인실에 자리가 나자마자 옮겼다.

나중에 간호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그 분들 때문에 여러 명의 환자들이 병실을 옮겼고 밤에는 더 심해져서 따로 베드를 꺼내어 처치실에서 더 센 약을 써서 재운다고 하셨다.

두 분 모두 의식은 아예 없으신 것 같고 산 송장처럼 누워 계셨는데 24시간을 고통스러워하시는 걸 보니까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급기야는 저 분들의 입장에서 저렇게 고통스러워하며 숨을 쉬는 게 과연 좋을까 싶었다.

눈도 못뜨고 말하지도 먹지도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어둠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삶과 죽음 그 사이 어딘가를 고통스럽게 헤매는 게 아닐까...

또 나 뿐만 아니라 가족들은?

옆 자리 할머니는 아들 두 분이 번갈아 와서 간병을 하는 것 같았다.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시던데... 내가 나중에 늙어서 저렇게 누워있다면 자식들에게 어떤 생각이 들까.

그리고는 퇴원을 하고 집에 와서 나 때문에 서울까지 올라오신 엄마, 그리고 남편에게 이야기했다. 나는 절대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연명치료는 받지 않겠다고. 숨이 붙어있어도 그건 살아있는 게 아닌 거 같다고. 억지로 숨을 붙여놓는 건 환자 본인에게도 또 가족들에게도 고통을 주는 것이라고. 아니 한편으로는 연명 치료는 오히려 가족들을 위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본인들 마음은 편할테니까.

연명의료결정법, 일명 존엄사법은 2018년부터 시행됐다고 한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자기 결정이나 가족의 동의로 연명치료을 받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법인데, 여기서 연명치료에 해당하는 부분이 문제다. 심폐소생술,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혈액 투석. 이 네 가지만 해당된다. 통증 완화를 위한 약이나 수액, 영양제, 산소 공급 등은 해당되지 않는다.

스스로 물과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상태이고 의식이 거의 없는데 숨 쉬고 있는 게 의미가 있을까? 수액과 영양제는 왜 연명이 아닌 건지... 병원에 있지 않는다면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상태인건데, 그렇게 연명하면 어느 날 갑자기 좋아져서 벌떡 일어날 수도 있는 건가? 그걸 기대하고 연명하는 건가...

고통은 사람을 너무나 힘들게 한다. 이번에 극심한 고통을 여러 차례 느끼면서 웬만한 진통제도 들지 않는 고통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알았다. 그래도 나아질 가능성이 있으니 버틴건데, 그 희망조차 없는, 아니 희망을 가질 생각조차 없는 상태인데 고통이 지속된다면 얼마나 고문일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안락사를 지지하는 건 아니다. 다만 죽음의 문턱에서 자연스럽게 그걸 맞이할 권리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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