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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영화 <체실 비치에서> 리뷰/ 어차피 그렇게 될 수밖에 없던 일...

by artist_nao 2018.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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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과 로큰롤 음악처럼 서로 대조를 이뤘던 남녀 주인공.

(아래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비록 가정환경이나 분위기와 취향 등은 서로 극과 극을 달렸지만 트라우마로 인해 어딘가 비뚤어진 모습은 꼭 같아 보인다.

사고로 머리가 이상해진 엄마의 병명이 명확해진 날, 자유를 느낀 남자 주인공 에드워드. 아버지의 강압으로 밧줄에 묶인 듯 갇혀있는 여자 주인공 플로렌스.

우연한 기회로 가까워진 그들은 사랑에 빠져 서로를 마주보며 결혼을 진행한다. 하지만 해변의 호텔로 신혼 여행을 간 둘은 호텔에 들어간 순간부터 삐그덕거리기 시작한다. 결국 처음 갖는 잠자리에서 플로렌스는 자신의 트라우마와 마주하게 되고 강한 억압감을 느끼며 뛰쳐나오고 만다.

체실 비치에서 둘은 처음으로 말다툼을 하기 시작하고 이내 막말을 내뱉어 버렸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쌓여왔던 미묘한 엇갈림이 폭발하여 서로에게 비수가 되어 그 길로 돌아서고 만다.

서로의 가정환경이나 성향의 차이, 각자의 트라우마 뿐 아니라 성에 대해 보수적이었던 당시 시대 배경이 뒤섞여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았고, 또 그들은 그걸 극복하기에 너무 어렸고 경험이 없었다.

시대적 배경은 다르지만 첫 연애와 첫 사랑, 첫 관계에 대한 서투름은 지금도 같기에 둘의 모습을 보는 관객들은 자신들의 처음과 공감할 수밖에 없다.

영화 후반부, 서로 조우하는 그 한 컷.
영화를 보는 이들도 세월이 지나 늙어버린 남녀 주인공도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 땐 너무 어렸고 미숙했다는 걸. 행복했었던 기억과 처음의 떨림, 자꾸 삐끄덕거리는 상황에 대한 불안감과 불편함. 그들의 사랑이 너무도 이상적이고 낭만적이었기에 그들이 마주한 현실이 너무도 이상하고 처참했으리라.

그렇지만 흘러가는 세월은 위대한 것. 서로를 보며 흘러내린 눈물은 서로를 어루만진다. 그럴 수밖에 없었노라고 우린 사랑했었고 최선을 다했던 거라고. 괜찮다고.

사실 그 장면은 원작 소설엔 없는 것이라고 한다. 영화를 위한 설정인데 사실 이미 봐왔던 많은 영화들과 비슷한 전개라 다소 식상하긴 하다. 특히 <라라랜드>, ‘라라랜’가 장조라면 ‘체실 비치에서’는 단조 느낌이라 해야 하나. 보다 정적이고 차분하다. 영국식 발음처럼 다소 차갑고 딱딱한 분위기. 모짜르트 곡이 그렇게 슬프고 어둡게 들릴 수가 없다. 환상적인 볼거리는 라라랜드가 많지만 체실 비치에서는 덤덤하게 장면이 진행되는 만큼 아주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냥.. 예전에는 이런 영화들을 보면 주체할 수 없는 생각과 느낌들에 한동안 사로잡혔었는데, 나도 나이가 들었나보다. 나도 그들과 같이 울었지만 이내 괜찮아졌다. 아마 그들도 연주회가 끝난 후 또 아무렇지 않게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있었을 것이다.

어차피 인생이 그런 것이다. 내 생각대로 흘러가질 않아. 또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가 남고. 그렇게 늙어가고 장면들은 조금씩 잊혀지고 잔상과 그때의 은은한 감정만 남아있는거지. 또 예전을 생각하기엔 너무 할 일이 많고. 이런 영화를 볼 때나 음악을 들을 때, 소설을 읽을 때. 그런 때 잠깐 잠깐 가라 앉아 있던 앙금이 올라오는 것처럼 살짝 떠오르다 이내 다시 가라앉아 버리는 것.


마음에 드는 포스터. 특히 문구가 영화를 매우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구도나 색감도 그렇고.


이건 한국에서 제작한 포스터. 이렇게 밖에 안되겠니 ㅜ 삼류 영화를 만들어놨다. (물론 원작 포스터보다 더 나은 한국판 포스터도 많이 있다. 꼭 하나는 괜찮고 하나는 별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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