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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리다의 그해 여름> 리뷰/ 안정적 애착 형성을 위한 노력

by artist_nao 2018.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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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었던 영화.
제목에서 영화 <Call me my your name>이 떠올랐다. 원작 소설명이 <그해, 여름 손님>이기 때문.

뜨거운 태양처럼 요동치는 마음과 더위에 지쳐 늘어지는 몸이 상반되는 계절, ‘여름’. 그 와중에도 만물이 한창 자라나는 열정의 시기에 비유되기에 여러 성장 소설이나 영화에서 흔하게 다뤄지는 것 같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청년 시절의 사랑을 담았다면, <프리나의 그해 여름>은 유아 시절의 사랑을 그려냈다. 공통적으로 두 영화 속 주인공들은 그 사랑을 ‘갈구’한다. 그 사랑이 이뤄진건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왜냐하면 ‘과정’만이 있기 때문에.

​(아래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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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잃은 프리다는 엄마의 남동생, 즉 외삼촌 부부에게 맡겨진다. 외삼촌의 딸인 아나와 함께 지내게 되는 프리다는 외삼촌 부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며 스스로 아나와 비교를 하게 된다.

영화는 시종일관 철저하게 프리다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어른들은 조심한답시고 귓속말로 이야기하고 프리다에게 무언가 숨기려하지만 프리다도, 또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안다. 외삼촌 부부는 친딸처럼 프리다를 대하려고 노력하지만 또 그게 쉽지 않은 부분도 있고 프리다 역시 갑자기 나타낸 새 부모에게 마음을 주는 게 어렵다.

예상치 못한 충격을 받아들일 시간도 없이, 갑자기 바뀌어버린 환경에 적응하기란 많은 시간을 살아온 어른들도 쉽지 않다. 프리다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바뀌고 있는 풍경들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다가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버려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자기 뜻대로 안되니 짐을 싸서 떠날 작정까지 한다. 그렇지만 자신을 사랑해주는 새 가족들의 마음을 깨닫고, 엄마의 죽음 이후 엉켜버린 감정들을 풀어낸다. 온갖 과정을 겪고 시간이 흐른 이후에야 새 엄마에게 엄마의 죽음과 마지막에 대해 묻는다. 그 때 비로소 프리다는 밝은 미소를 지을 수 있었고, 또 자신도 모르게 터져나오는 울음도 만날 수 있었다.

영화 속 프리다의 시선과 또 다른 축에 있는 외삼촌 부부의 양육 방식도 매우 인상적이다. 양육에 있어 그들만의 원칙이 있었는데 프리다의 돌발행동에도 이 원칙은 비교적 잘 지켜진다. 그동안 여러 매체에서 못된 계모와 계부 이야기를 많이 접했어서 그런지 영화를 보는 내내 조마조마했다. 잔뜩 불안해하고 예민해져 있는 데다가 아나에 대한 질투로 사고까지 친 프리다에게 혹시라도 해코지를 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외삼촌 부부가 어느 정도 다 큰 아이를 하필 더 어린 친딸과 함께 키운다는 게 굉장히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매 순간 순간의 말과 행동에 매우 조심스러워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보다 더 완벽할 수 없을 정도로 새 부모 역할을 해내는 모습이 놀라웠다. 프리다를 믿고 기다려주는 그들의 태도가 안정 애착 형성의 토대가 되었을 것이다.

영화의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는 단순하지만 등장인물들의 심리가 매우 섬세하게 다뤄져 있다. 감독의 자전적 작품인 것도 한 몫 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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