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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보헤미안 랩소디 Bohemian Rhapsody / 영화는 괜찮았고, 프레디 머큐리는 미쳤다. 그리고 LIVE AID 공연은 레전드!

by artist_nao 2018.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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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 타임 내내 퀸의 음악만 나왔어도 좋았을 것이다. 밴드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귀에 익었을 곡들이 한가득 담겨있다. 

실존 인물의 심리를 얼마나 사실적으로 담았을지는 판단이 안되지만, 영화에 묘사된 '프레디 머큐리'의 삶은 너무도 치열해보였다. 끊임없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 안정과 변화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는 모습이 연민을 느끼게 한다. 타고난 자신의 핏줄을 부정하고, 불안정한 내면의 버팀목이 되어줄 누군가를 바라면서도 한 곳에 머물지 못하는 성향이 그 자신을 힘들게 한다. 기존의 것들을 끊임없이 깨고 나아가 하는 아티스트의 숙명이기도 하겠지만, 

이리저리 휩쓸리고 술과 약물 중독에 빠지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잘 털고 나와 균형을 잡고 살아간다. 잠시 방황한 댓가로 에이즈를 얻었지만 그 자신에게 있어서는 그 뒤의 삶이 더 평화롭지 않았을까.

평생 그의 뮤즈이자 엄마, 애인, 친구와 같은 역할을 했던 메리. 그리고 '퀸' 멤버.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프레디 머큐리', 누구라도 그를 보면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자신이 양성애자인 걸 알게된 것도 그의 매력 때문일지도 모른다. 패션, 음악, 미술 등 예술 계통에 양성애자나 게이가 많은 것도 본인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혹은 새롭고 자극적인 것, 틀이 없는 사고, 남들보다 폭 넓고 예민한 감정들 때문일수도. 사실 개인적으로 누군가를 좋아하는 데는 남녀노소가 없다고 생각한다. 상대가 너무도 매력적인데 그게 이성이건 동성이건 그게 중요할까. 나도 좋고 상대도 좋으면 그만이지. 물론 원조교제같은 사회 통념, 그리고 도덕적 기준에 어긋나는 사랑이면 짝사랑에 그쳐야 되는 게 맞지만. 

(사진 출처: 다음 영화)

영화에 잠깐 나왔던 복장, 천사(?)를 연상시키는 옷과 나풀리거는 머리카락이 매력적이다. 자유롭게 날아가고 싶다는 영화 속 대사와도 잘 어울린다. 

영화 중간 중간 명곡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말할 것도 없고, Another one bites the dust 의 베이스는 정말 섹시 그 자체. 피아노 반주에 Love of My Life를 나직하게 부르는 장면은 보고 있는 누구라도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을 장면. 그 부분만 편집해서 무한 반복 시청하고 싶을 정도이다.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키스한 폴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 작품인지 모르고 봤는데 역시! 엑스맨 초기 그가 제작한 시리즈를 특히 좋아하는데, 음악 영화도 무난하게 잘 만들어냈다. 별다른 스토리 없이 '프레디 머큐리'의 심리묘사와 퀸의 곡들 만으로 꽉 찬 구성이 괜찮았다. 잊혀지고 있던 '퀸'의 곡들을 한동안 다시 무한 반복해서 듣게 될테니까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얼마 전 <스타 이즈 본>을 괜찮게 봤는데, 특히 한국 사람들은 예술 장르 영화 중에서도 음악을 다룬 작품을 굉장히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원스>나 <라라랜드>도 그렇고. 영국보다 더 인기를 끌고 있다는 <보헤미안 랩소디>, 이것도 음악 영화. 보통 이런류의 작품에는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성장 스토리, 성공 신화가 들어가 있으니 더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명대사라고 하면 역시 '우린 부적응자들을 위해 노래하는 부적응자들' 그리고 '커피 머신은 안돼!' ㅎㅎ

뼈있는 대사들도 상당히 많았고, 유머러스한 장면도 많다.

퀸 노래들은 정말 다 좋다. 앨범 하나를 쭉 들었을 때 사실 진짜 맘에 드는 곡은 1-2곡 나올까말까인데, 한 곡 듣는데 정말 좋고 다음 곡은 더 좋고 '미쳤다' 라고밖에 표현이 안되는 곡들. 그런 곡을 평생 1-2곡 만드는 것도 대단한 일인데 가사며 멜로디가 정말 후덜덜하다. 

특히 '보헤미안 랩소디'는 밴드의 무게를 잡아주는 중심이 되는 곡이라 생각한다. 가사 뿐 아니라 형식적인 면에서도 미친, 말이 안나오는 곡.

we are the champion, the show must go on, who wants to live forever, we will rock you은 가사와 멜로디 모두 좋고, innuendo 와 one vision, doing all right 은 가사가 좋다. 곡은 좀 아쉽고. 그 밖에 듣기 좋은 곡들이 아주 수두룩하다. 

다음 포스팅에선 '보헤미안 랩소디'의 가사를 개인적으로 해석해보고 싶다. 


p.s. 영화를 보고 온 날 MBC에서 예전에 방영했던 LIVE AID 영상을 방송해줬는데, 와.... 영화가 갑자기 실망스러워졌다.  배우가 연기를 꽤 잘했다고 생각했었는데,  프레디 머큐리의 아우라는 흉내 불가다 정말... 라이브 영상도 하.. 진짜... 손짓, 표정 하나하나 똑같이 따라했는데 이렇게 다를 수가 없다. 85년 중계 방송이라 화질도 구리고 심지어 내로라하는 당대 유명 뮤지션들이 함께 출연했는데 그들의 무대가 진짜 허접하게 느껴질 정도. 영화에서 왜 그렇게 LIVE AID 공연을 강조했는지 이해가 됐다. 실제 영상에서 프레디 머큐리는 노래 부를 때 악센트가 있고 성량이 진짜 하늘 뚫고 나갈 정도인데, 영화에서 묘사된 그는 에휴... 진짜 골수팬들이 영화봤으면 엄청 실망했을 것 같다. 공연할 때 몸짓, 제스쳐도 똑같이 따라했는데 너무 다르고. 

영화 후반부엔 LIVE AID 공연 모습만 쭉 보여주는데 한 3-4곡이 연속으로 나온다. 좋긴 했는데 중간에 살짝 늘어지는 느낌이 있었고 영화에서 그렇게 강조하고 극찬한 것만큼 막 인상적이진 않았었다. 그런데 실제 영상을 보니 노래를 그렇게 많이 하는데도 지루할 틈 없이 그냥 홀려서 보게 되는 게 정말 신기했다. 

그래도 영화는 괜찮았다. 실제 인물과 비교만 하지 않는다면 영화 자체로는 괜찮다. 

LIVE AID 실제 공연 영상을 보고 나면 영화에서 퀸과 프레디 머큐리를 그렇게 띄운 게 결코 지나친 게 아님을, 오히려 부족했음을 알게 된다. 

그냥 레전드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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