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인사이드 The Beauty Inside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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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여주인공과 그녀를 둘러싼 수많은 남자들(또는 여자들) 그저 그런 로맨틱 코메디는 아닌 것 같아 구미가 확 당겼다.
" 만약 매일 아침마다 완전히 다른 사람(정확히는 몸)으로 변한다면? " 이 영화의 주축이 되는 아이디어이다.
남자주인공 '우진'은 매일 자고 일어나면 완전히 다른 몸을 갖게 된다. 노인부터 중년 남성, 여성, 청년, 심지어는 아이로 바뀌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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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구 공방을 운영하는 우진은 가구점에 갔다가 우연히 여주인공 '이수'를 만나게 되고, 우진은 아름다운 분위기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이수에게 한눈에 반하게 된다. 그렇지만 어릴 적부터 남모를 비밀을 안고 있던 우진은 섣불리 이수에게 접근하지 못한다.
그러다가 훈훈한 외모의 청년으로 눈뜬 날, 다소 무모하게 이수에게 첫 데이트를 신청하게 되고 잘생긴 외모로 들이댄 덕분인지(?) 둘은 급속도로 친해지게 된다. 다음 날이면 또 다시 다른 얼굴로 변하는 게 두려워 우진은 며칠 날밤을 새고 이수와 데이트를 하게 되고.. 결국 잠을 이기지 못하고 추한 외모의 아저씨로 변해버려 본의 아니게 이수와 연락이 끊긴다.
차마 이수를 잊지 못하고 우진은 여자로 변한 날 가구점 인턴으로 지원해 그녀에게 접근한다. 그리고는 자신의 집으로 그녀를 데리고 와 비밀을 털어놓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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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원작'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원작은 인텔과 도시바의 광고 시리즈였다. 2012년 칸 광고제에서 그랑프리 수상을 한 작품이라는데 총 6편의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다.
#1
영화에서 우진이 운영하는 가구공방 이름이 '알렉스'인데, 원작의 남자 주인공 이름에서 따온 것이었다. 원작에서 남자주인공 '알렉스'는 골동품을 복구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원작의 직업이 더 끌렸다. 후에 여주인공인 '레아'와의 소통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레아'라는 이름은 영화 후반에서 우진이 이수를 피해 외국으로 떠나 그곳에서 새로 차린 공방 이름이다. 원작의 주인공 두명이 이름이 우진의 가구공방이름으로 바뀌었다.)
밝고 화사한 톤으로 그려진 영화에서는 남자주인공이 가구를 디자인하고 만든다. 원작에서의 직업이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어 살짝 바꾼 것 같다. 그렇지만 오래되고 낡은 가구를 되살리는 일이 '뷰티 인사이드' 라는 원작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더 잘 담았지 않았나 싶다. (원작의 두 주인공들은 가구 '안'에 담긴 사람의 흔적, 배경에 관심을 가진다. 또 알렉스는 겉모습은 매일 바뀌지만 분명 또렷한 자신 '안'의 알렉스를 정확히 인지하고 그녀 역시 이를 알아본다.)
#2
원작에서 주인공 '알렉스'는 매일 변하는 자신의 모습을 노트북으로 찍어 기록한다. (정말 자연스럽게 노트북을 광고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놀라웠다) 게다가 웬만한 영화보다 더 좋다. 내용도, 영상도, 음악도..
나이든 남성의 모습을 한 주인공은 가구점에 찾아가 '레아'를 만난다. 둘은 오래된 가구에서 누군가의 삶이 그대로 이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 또 그 가구에 남겨진 흔적들을 보며 가구가 만들어진 시대와 배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3
알렉스는 잘생긴 남자로 변한 어느 날 그녀를 찾아가 데이트 신청을 한다. 첫인상에서 외모가 주는 느낌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둘은 몰래 공룡 뼈와 동물들의 자료가 있는 화석 박물관에 몰래 들어가 누구에게 섣불리 털어놓기 힘든 생각들을 이야기하며 서로 공감하게 된다.
영화에서도 큰 줄거리는 같다. 그러나 서로가 소통하고 교감하는 부분을 원작에서만큼 내밀하게 다루진 못한 것 같다. '가구'에 대한 공통적인 취향은 있어 보였지만 깊고 특별한 관계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찾아보기 힘들다.
영화에서는 자꾸 모습이 변하는 우진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이수로 인해 둘은 잠시 이별을 겪은 후 극적으로 재회하게 된다. 이수의 특이한 그것을 뛰어넘을 만큼 그들은 서로여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던 걸까.. 광고인 원작보다 호흡이 길고 덧붙여진 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어쩌면 원작보다 더 특별한 그들만의 소통을 보여줬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내가 지닌 생각과 느낌, 취향, 언어를 이해해주고 또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건 흔치 않다. 그래서 원작에서 '레아'는 나이 든 남자의 모습을 한 '알렉스'와 가구점에서 대화를 나누며 알렉스에게 특별함을 느낀다. 그리고 잘생긴 청년과의 데이트 중에서도 대화 중에 그에게 공감하게 된다. 원작에서는 여주인공이 두 남자에게 단순히 남녀 간의 끌림 이상의 소통에서 오는 '특별함'을 느꼈음을 눈빛으로 보여준다.
영화 '뷰티인사이드'는 나름 잘 만들어진 수작이지만 차라리 영화 제목을 바꾸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관객은 굳이 영화에서 '뷰티인사이드'를 열심히 찾지 않아도 됐을테니까)
수많은 남자주인공들이 나오지만 애정씬을 잘생긴 남배우들이 차지하는 건 둘째치고서라도 둘은 외적인 부분의 장애를 뛰어넘을만큼의 '특별함-뷰티 인사이드'을 어느 부분에서 가졌는지 모르겠고, 게다가 그녀의 남자친구를 궁금해하는 지인들에게 '잘생기고 멋진 잘난 남자'로 보이고 싶어하는 우진이나 또 그렇게 소개되어지니 무척이나 기뻐하는 이수는 정말 최악의 장면이었다.
그 장면은 '뷰티인사이드'라는 제목과 너무 상반되지 않는가 (차라리 추남으로 소개되어졌지만 겉모습이 아닌 '우진'만의 분위기에 사람들이 매료된 장면을 넣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이 최악의 장면은 처음 그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훈남'의 모습으로 접근한 남자주인공의 장면과는 완전히 다르다. 여주인공이 처음에 잘생긴 우진의 외모에서 '도' 호감을 느낀 건 사실이지만 점점 서로의 내면을 이해하고 소통하여 힘든 상황이 와도 극복하고 서로를 포기할 수 없는 그 무엇을 보여줬어야 했다.
#4
첫 데이트를 마치고 돌아온 알렉스는 노트북의 사진첩을 보며 그동안 찍어 온 사진에 자신이 항상 홀로 있음을 발견한다. 원작은 알렉스의 독백을 통해 그의 내면을 보여준다.
"매일 몸이 바뀌는 데 일정한 법칙은 없지만 한가지 알게 된 것은 돌아가야 할 원래의 모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그러나 영화에서는 우진의 '인사이드'는 잘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여주인공이 겪는 내적 갈등에 더 초점을 두고 있다. 남자 주인공의 독백으로 영화가 진행되면서 정작 전반적인 내용은 여주인공의 묘사에 더 무게가 실려 있으니 관객의 입장에서는 어디에 중심을 둬야하는지 혼란스럽다.
사실 제목을 '뷰티인사이드'라고 해놓고 여주인공의 외모를 아름답게 포장하는데 치중하고 있으니 많은 사람들이 '뷰티아웃사이드'라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어디에서 '인사이드'를 느껴야 하는지 모르겠다.
#5
알렉스는 레아가 일하는 가구점 인턴으로 들어가 여자의 모습으로 레아에게 접근한다. 그리고 자신의 집에 데리고 가 모든 상황을 설명한다. 외모는 바뀌어도 내면은 모두 같은 알렉스라고 알렉스는 레아에게 자신을 정확히 표현한다. 그러나 레아는 상처를 받고 떠난다.
영화에서는 원작의 상황과 장면을 상당히 많은 부분 따라했으면서 왜 이런 대사는 생략했는지 이해가 안된다. 원작이 담고 있는 내용을 잘 살리든지 아니면 아예 다른 시각으로 재해석하든지 했으면 좋았을텐데 영상의 아름다움과 좋은 배우들, 듣기 좋은 배경음악에 비해 어정쩡해진 내용이 좀 아쉽다.
#6
가구점에 찾아온 손님을 알렉스로 착각한 레아는 결국 그를 잊지 못해 다시 찾아오게 되고, 알렉스는 레아에게 너를 만나기 전에는 다음 날 변할 자신을 생각하는 낙으로 살았지만 널 만난 이후로는 전날과 같은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싶어졌다고 말한다. 레아가 그의 진짜 모습을 알아주었기 때문이었는지 그 이후로 마법처럼 알렉스는 모습이 변하지 않게 되었다.
영화는 원작과 달리 마법은 일어나지 않는다. 원작과 거의 흡사하게 흘러가던 내용은 여기서부터 달라진다.
잘 만나는 것처럼 보였던 두 사람은 수많은 모습을 지닌 우진을 감당할 수 없는 이수로 인해 헤어지게 된다. 이수는 내면의 갈등을 겪고 이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에서 자신과 우진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그 사람과 같이 갔던 곳, 같이 먹었던 음식 모두 기억이 나는데 그 사람 얼굴이 기억이 안나'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같은걸까
날마다 같은 모습을 하고 날마다 다른 마음으로 흔들렸던
어쩌면 매일 다른 사람이었던 건 니가 아니라 나였던 게 아닐까'
영화는 이수의 심리를 그려내면서 꽤 설득력있어진다. 그녀의 입장에 공감되고 또 우리 자신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된다. 원작의 결말이 바뀌고 이후 추가된 내용에서 이 영화의 매력이 드러난다. 그러니까 원작을 거의 그대로 따라한 중반까지는 원작의 메시지를 살리지 못해 어색해졌으나, 그 이후로는 신경써야 할 원작이 없고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내야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 영화만의 메시지가 담기게 된 것 같다.
원작의 내용을 배제하고 '매일 모습이 바뀌는 남자'라는 아이디어만 가지고 영화를 만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전반적으로 여자 주인공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는 영화인만큼 차라리 원작과 달리 여자 주인공의 독백으로 그려나갔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자신의 상황에 이미 덤덤해진 우진의 독백보다는 처음부터 그녀의 입장에서 영화가 진행되었다면 원작과 다른 신선한 느낌이지 않았을까? 또 그녀의 외적 아름다움과 더불어 내면의 심리도 한층 더 설득력있게 묘사될 수 있었을 것이다.
결정적으로 제목이 '뷰티 인사이드'가 아니었더라면 혼란스러운 부분은 없었을 것 같다. 원작을 보고 나니 어느 정도 혼란스러웠던 점이 정리가 된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정말 꽤 잘만든 로맨틱 멜로물이다. 우선 아이디어 자체가 신선하고 내용도 매끄럽게 진행되며, 멋진 배우들과 잔잔하고 예쁜 영상이 눈을 즐겁게 한다.
영화를 다 보았으나 약간 아쉬움이 남았다면 원작 시리즈를 꼭 추천하고 싶다. 원작과 영화의 매력을 둘 다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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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브런치에서도 발행되었습니다.
https://brunch.co.kr/@artistnao/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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