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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의 일기

6월 26일(화) 타인의 고통

by artist_nao 2018.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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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 남은 난임 휴직을 마저 쓰기 위해 다시 병원에 왔다. 난임 병원 정말 지긋지긋하다- 올해 하반기 해보고 안되면 어차피 더이상 휴직도 안되고 그냥 포기할거다. 더 병원 다니기도 싫고. 주사맞고 약먹고 몸 축나는 것도 하기 싫다.

오늘은 진료 말고 진단서만 떼면 되니까 궁미경 선생님 방 말고 다른 선생님 방으로 접수했다. 아침 일찍 와도 궁쌤 진료실은 항상 만원이구나.

빨리 진단서 떼고 뭐라도 먹고 출근해야겠다. 하필이면 오늘부터 장마라 비도 엄청 내린다... 학교까지 초행길에 갈길도 먼데 출근길이 걱정이다.

애 낳고 키운 것도 아닌데 직장을 너무 많이 쉬었다. 도대체 난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쉬지 말고 버텨볼 걸 하는 후회가 드는데, 어차피 지난 일이니 어쩔 수 없지.. 그냥 남들보다 일을 몇 년 늦게 시작했다고 생각하는 게 위로가 될 것이다. 그리고 정신적 육체적으로도 지칠대로 지쳤어서 쉬었다 가는 게 더 좋았을 것이다.

일단 다행인건지 10월까진 궁쌤 해외 연수로 시술이 안된다. 그 때까지 좀 마음 편하게 가지고 건강만 생각해야겠다. 한약도 다시 먹어야 될 것 같은데...

하... 인생이 진짜.. 지난 몇 년 간은 정말 피폐한 삶이었다. 바닥을 치고 땅바닥까지 파고 들어갈 정도.

힘든 일들이 연거푸 생긴다. 그렇지만 내가 힘들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힘든 거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점심을 먹다가 여자 부장님께서 서울역 차병원에 다니냐고 물어보셨다. 대화 도중 부장님이 예전에 항암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남의 얘기 하듯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시는 걸 보고 다들 이야기를 안할 뿐이지 사연이 있고 쉬운 인생은 없구나 싶었다. 겉으로만 봐서는 굴곡 없이 곱게만 살아오신 것 같았는데...

항암치료를 받고 나서 3일 정도는 먹는 게 괜찮았다고. 그래서 병원 주변 맛집 탐방하는 재미에 다니셨다고 그 때 생각해보면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좋았다고 하셨다. 물론 3일 뒤엔 너무 고통스러워서 방문 걸어잠그고 아무도 들어오지 말라고 하셨단다.

내 아무리 고통스럽고 힘들어도 항암치료보단 나을 것이다. 심지어 그것마저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이겨내는 사람들도 많다. 나는 왜이리 나약한가.

오늘 운동을 갔더니 두 달만에 나온 오빠와 오랜만에 인사를 했다. 어제 다른 동생에게 듣기로는 지병으로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요즘 못나온다 했다. 얘기 하지 그랬냐고 나는 어제야 알았다고 괜스레 말을 건네고, 이런 저런 안부를 물었다.

지금 고통스럽다 한들 엄마의 부재보다 더 힘들진 않을 것이다. 남들도 아프고 남들도 힘들다. 그들의 고통이 나에게도 얼마든지 올 수 있고, 또 나의 고통 역시 다른 이에게도 찾아갈 수 있다. 매일 맑은 날이 이어질 순 없다. 어느 날은 흐렸다가 또 어떤 날은 천둥번개가 칠 수도 있다. 아픔 역시 마찬가지다. 언제든지 올 수 있고 또 언젠간 지나간다. 휘둘리지 말고 그 때 그 때를 받아들이면 된다.

아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고통스럽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말 그런 것이다. 제 아무리 힘들어도 죽기보다 더할까.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힘들다 죽고 싶다 하는 게 의미 없는 생각이다.

재밌고 즐거운 일들만 생각하기에도 부족한 인생이다. 짜증과 분노. 우울 등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을 지워버리자. 즐거운 일들을 찾아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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