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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듣는 음악

■ 바람의 노래(가사) - 소향 (드라마 고백부부 OST) / 이보다 더 철학적일 수 없다

by artist_nao 2017.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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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의 노래 - 소향 (드라마 고백부부 OST) 

얼마 전 드라마 <고백부부>를 정말 인상깊게 봤다. 꼭 다운 받아서 소장해서 다시 보고싶은 몇 안되는 국내 드라마이다. 손예진 주연의 드라마 <연애시대>가 소장하고 있는 유일한 국내 드라마였는데, 이제 고백부부까지 해서 다시 볼 드라마는 총 2편일 것 같다. 아! <낭만닥터 김사부>까지 3편! 

무엇보다 <고백부부>의 대표곡 <바람의 노래>가 정말 좋아서 하루에도 몇 번씩 듣고 있다. 조용필 버젼이 원곡인데 개인적으로는 소향이 부른 곡이 가장 좋았다. 이수가 부른 버젼도 있던데 그냥 무난무난. 가사도 그렇고 소향을 목소리가 잘 어울린다. 


살면서 듣게 될까 언젠가는

바람에 노래를
세월 가면 그때는 알게 될까
꽃이지는 이유를

나를 떠난 사람들과 만나게 될
또 다른 사람들
스쳐 가는 인연과 그리움은
어느 곳으로 가는가

나의 작은 지혜로는 알 수가 없네
내가 아는 건 살아가는 방법뿐이야

보다 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갈 수 없다는 걸 우린 깨달았네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나를 떠난 사람들과 만나게 될
또 다른 사람들
스쳐 가는 인연과 그리움은
어느 곳으로 가는가

나의 작은 지혜로는 알 수가 없네
내가 아는 건 살아가는 방법뿐이야

보다 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갈 수 없다는 걸 우린 깨달았네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보다 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갈 수 없다는 걸 우린 깨달았네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이 노래의 백미는 '가사'인데 정말 버릴 게 하나도 없다. 들을 때마다 가요가 어쩜 이렇게 철학적일 수 있는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학창 시절 국어 시간에 시 해석하는 식으로 한 연씩 뜯어서 보자면, 첫번째 단락에선 '자연의 이치', 두번째 단락에선 '인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은 던져봤을 물음이다. 이어서 나온 내용은 일개 인간으로는 이런 세상의 이치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건 아마도 신(이 세계의 원리)이 있다면 그만이 알 것이다. 우리는 단지 인간으로 살아가는 방법만 알 뿐이다. 

이 곡이 전달하고자 하는 진짜 내용은 그 다음부터이다. 실패와 고뇌, 살면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겪어야만 하는 힘든 시간들... 많은 이들이 이런 고통에 빠졌을 때 그것을 부정하고, 누군가를 혹은 나를 탓하며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났는지를 수없이 되묻는다. 그렇지만 이미 벌어진 일, 또 결코 비켜갈 수 없는 일이다. 누가 보아도 좋은 것, 예쁜 것을 사랑하는 건 쉽지만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걸 받아들이는 건 정말 어렵다. 그러나 해답은 그것밖에 없다.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껴앉는 것. 그걸 여기에선 '사랑'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즐거움 뿐 아니라 고통이나 슬픔까지도,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노라 이야기한다. 

'원수를 사랑하라.' 전에는 이 말이 정말 이해가 안됐는데, 이 노래를 들으면서 그게 진정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게 됐다. 인생의 희노애락 그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고 끌어앉는 자세가 우리가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방법일 것이다. 

바람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울컥하게 되는데 너무 공감이 돼서 그런 것 같다. 그동안 상대방을 탓하고 또 무엇보다 내 자신을 수없이 책망하곤 했는데 이 곡을 들을 때마다 그것이 누구의 잘못도 아닐 수 있다고, 그저 비켜갈 수 없는 또 언젠가 한번쯤은 겪어야만 했을 일이었다고 나에게 이야기해주는 것 같아 너무도 위안이 됐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건 그걸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것이다.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좋은 곡들이 많지만 이렇게 함축적이고 철학적인 노래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김순곤 작사인데, 찾아보니 불후의 명곡에서 곡들이 다뤄질 정도로 1000곡 이상을 작사한 저명한 분이었다. 조용필 노래들을 많이 작사했는데, <고추잠자리>, <못찾겠다 꾀꼬리> 등 잘은 모르지만 다소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곡들을 가사만 살펴보니 우와 이런 내용이었을 줄은 미처 몰랐었다. 


어쨌든 <바람의 노래>라는 곡이 가수 소향을 만나 드라마 <고백부부> 대표곡으로 쓰였다는 게 참 합이 쫙쫙 맞아떨어지지 않았나 싶다. 좋은 드라마와 좋은 곡은 많은 사람들이 보고 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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