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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의 일기

12월 18일(월)/ 마음의 병에 대하여 (우울증과 자살충동)

by artist_nao 2017.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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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저리 붙여놓으니 마치 칼릴지브란의 <예언자> 속 한 챕터같다.;;  친구에 대하여, 사랑에 대하여 같이... 뭔가 거창하다. 

오늘 저녁 샤이니 종현의 자살 기사를 접했다. 배우 김주혁의 비보만큼이나 충격적이고 참 황망하다. 죽음의 이유가 우울증이기에 더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다. 

마음의 병이라는 게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타고난 기질과 주변 환경이 맞물려 발생하는데 다른 질병과 다르게 증상을 구별해내기가 참 힘들다. 가벼운 우울감은 누구에게나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고 지나치기 쉽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쌓인 것들이 표출되면 그 생각과 감정이 순간 극단적으로 치달을 수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일하면서 사람으로부터 받은 스트레스가 쌓이다가 굉장히 큰 상처와 충격을 연거푸 겪으면서 완전히 무너져내렸었다. 특히 가까운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는 정말이지 복구가 참 힘들다. 우울증이라는 게 그것만 오는 게 아니고 분노조절장애나 자살충동, 공황장애 등이 같이 딸려오는 경우가 흔해서 정말 위험하다. 그런 증상들이 나도 모르게 나를 덮치기 때문에 조절과 제어가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 상담을 받았었는데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됐었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불가능했다. 특히 원인이 되는 사람이나 생각들이 바뀌지 않는 이상 증상이 호전되기 힘들다. 특히 자살충동과 공황장애증상이 너무 힘들었다. 특히 자살충동은 그것 자체가 너무도 공포스럽게 다가오기 때문에 나 뿐만 아니라 가까운 가족이 참 힘들어진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당시에는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에게 원인을 돌렸지만 사실 내가 만들어낸 너무도 뚜렷한 생각과 감정이 나 자신을 지배했던 것이다. (물론 타인의 영향도 있지만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내가 하기 나름이므로...) 그런데 정신적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쌓인 상태에서 그것들이 날 공격해오면 이전처럼 이겨낼 수 있는 정신적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이므로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 

날 어둠으로 몰아넣는 특정 생각과 감정을 바꿔줘야되는데... 아마 심리학에서는 '인지치료' 정도가 될 것이다. 뭐, 그런데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면 아마도 그냥 약을 줬겠지만. 아무튼 그걸 바꾸는 게 자력으로는 참~ 힘들다. 왜냐면 우울증이 증폭된 상황은 이미 자괴감과 상실감이 날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나 같은 경우는 자괴감이 너무 심했다. 하필 그 시점에 가정과 직장, 안팎으로 침 힘들었어서.. ㅠㅠ 지금 생각해도 정말 끔찍하다. 시간이 흘러도 자기 부정감은 회복이 더디다. 가장 가까운 사람의 역할이 정말 중요한데, 나 같은 경우는 그 사람 때문에 죽고 싶다가도 도와달라고 할 사람이 그 사람밖에 없었기 때문에 너무 혼란스러웠다. 어쨌거나 어떻게든 견뎌내는 게 중요하다. 내가 살려면.

자살충동에 시달렸을 때를 떠올려보면, 쌓여있던 감정에 순간 불을 붙이는 계기들이 있다. 괜찮다가도 그 특정 계기들로 날 괴롭히는 생각과 감정이 정말 순간적으로 올라온다. 특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안보일 때 죽고싶다는 생각이 아주 강렬하게 다가온다. '이 선택을 해도 난 행복하지 않을 게 분명하고, 저 선택을 해도 불행한데... 그 어떤 선택도 할 수 없으니 죽는 길밖에 없다.' 뭐 이런 식이다. ㅜㅜ  사실 실제로 그런 충동을 겪기 전까지는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 살기가 너무 힘들다. 그냥 편하게 죽고 싶다...' 다 이런 생각을 하는 줄 알았다. 직접 겪어보니 그것도 맞긴 한데 사람 목숨이 참 질기다고 힘든 와중에도 살길을 찾아보는 거다. 생각이라는 걸 잠깐 하는데 그 어떤 선택지도 없는 경우에 삶을 포기하고 싶어지더라. 내가 어떤 것도 선택할 수 없고 선택하더라도 불행할 게 뻔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일단 그런 생각이 강렬하게 들면 그 다음엔 몸을 제어할수가 없다. 이미 머릿속으로 어떻게 죽을지에 대해 착착 생각하고 있고, 상태가 심할 때는 나 자신도 모르게 이미 행동으로 옮기고 있었다. 가장 무서웠던 순간은 나도 모르게 고층 호텔 발코니로 걸어가고 있었을 때였다. 생각과 감정의 과정들을 다시 떠올려보면,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없다. 어떻게 해도 행복해질 수가 없다. 죽는 길밖에 없다.' 일단 이 생각이 확고해지면 다음에는 부모님과 가족들이 잠깐 떠오르지만 이미 내 몸은 발코니에... 처음에는 눈물이 막 나다가 행동으로 옮기면서 무서울만큼 차분해진다. 그리고 마지막엔 너무 무섭다. 내가 아닌 어떤 힘이 나를 발코니 밖으로 끝어내는 것 같아서. 그 순간에 운이 좋으면 사는 거고 아니면 죽게 되는 것 같다. 발은 이미 나가고 있고 무서우니 손으로 붙잡고 있는 그런 상황에서 날 붙잡아주지 않았다면 아마 그 길로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지 않았을까. 이후에도 몇 번이나 시달렸다. 도로로 뛰어들 뻔 하기도 하고 기타 적기 힘들 정도로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또 힘들었던 게 공황장애. 처음에는 과호흡과 마비만 왔었는데 3년째 공황장애증상을 처음 겪었다. 특정 생각과 감정(나를 괴롭히는) 그게 확 일어나면 과호흡과 마비가 오면서 무언가가 내 몸을 공격하는, 조이는 느낌이 강렬하게 온다. 그게 설명하기가 참 애매한데 '공포감'이라는 단어가 그나마 적당할 것 같다. 자살충동은 어쨌거나 내가 주도하는 감정인데, 공황장애증상은 무언가 밖에서 날 공격하는 느낌이다. 생각해보니 4년 전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주위 사람들의 말소리들이 너무도 크게 들리며 나를 공격하는 것 같은 느낌이 강렬해지면서 나도 모르게 뛰쳐나가 한참을 뛰다 멈췄었다. 그게 첫 증상이 아니었나 싶다. 그 뒤로 그런 증상은 없었는데 3년 후 여러 번 찾아왔다. 특히 밖에 있을 때가 위험한 것 같다. 한번은 큰 사거리에서 갑자기 차와 사람 소리들이 증폭되면서 미칠 것 같은 감정이 들어 귀를 틀어막고 앉아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그게 횡단보도 건너지 전이었기에 망정이지 건너다가 그랬으면 어땠을까 정말 아찔하다. 날 둘러싼 보호막이 순간적으로 확 깨지면서 모든 것들이 (특히 소리가...) 날 공격하고 조여들어오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귀를 막고 몸을 웅크리게 된다 본능적으로. 찾아보니 공황장애증상과 일치했다... 


이런 저런 증상에 시달린지 4년이 지난 지금은 모든 증상들이 사라졌다. 사실 아직도 좀 무섭긴 하다. 치료가 된건지 잠시 호전되는 것인지 알수는 없지만 그래도 증상이 나아진 이유를 생각해보니,


1. 꾸준히 마음을 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클라이밍을 1년 좀 넘게 했는데 생각해보니 그게 엄청난 도움이 됐던 것 같다. 그 시간만큼은 오로지 그것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생각이나 감정이 없어지기도 하고 또 그 행위 자체가 정말 즐거웠다. 그리고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즐겁고. 자기 전에 클라아밍하는 걸 생각하고 있노라면 연애하듯이 심장이 쿵쾅거리곤 했다. 사람이든 운동이든 그 무엇이든 꾸준히 내가 마음을 둘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게 좋다. 흔히 우울증 치료 방법으로 부지런히 움직이기, 산책, 햇빛 보기 등을 드는데 그런 일반적인 행위를 마음 내서 한다는 게 쉽지 않다. 이미 우울증이 진행된 상태에서는 날 사로잡는 더욱 강력한 것이 필요하다. 우울하게 만드는 특정 생각과 감정을 떨치게 만들 정도로 강력한. 운동이나 레포츠 이런 게 좋은 이유가 몸을 움직이면 어쨌든 생각과 감정이 덜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주는 느낌이 나에게 아주 강렬하게 다가와야만 효과가 있고 또 그것이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우울증이 장기화되면 가족이나 친구에겐 더 이상 이야기하지 못한다. 날 위로해주지만 그들이 나 때문에 힘들어할 것을 알기 때문에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한다. 사람에게 기대는 건 한계가 있는 것 같다. 털어놓고 털어놓아도 또 위로를 받아도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못한다. 왜냐면 그것이 내 마음에 큰 영향을 끼치진 못하기에.


2. 포기하고 받아들인다.

음.. 말이 좀 이상하게 들릴 순 있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을 놓은 것 같다.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에 대한 기대와 실망, 분노, 후회 등 모든 감정들을 하나씩 놓은 것 같다. 사실 그 방법은 잘 모르겠다. 어떻게 놓았는지는 진짜로 모르겠다. 시간이 해결해주는 부분이 분명 있는 것 같다. 더 악화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뭐라도 해보려고 하고 자꾸 마음을 비우려고 한 게 나름 쌓여서 호전되지 않았나 싶다.

특히 자살과 관련해서는 여러 번 시도를 겪다보니 죽기 싫다. 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 보면 삶을 포기하려는 순간 누군가 날 붙잡아줬으면 좋겠다. 무섭다. 죽기 싫다라는 생각이 스쳤었다. 자살은 전조 증상이 분명 있다. 뉴스를 보니 샤이니 종현도 누나에게 이야기를 했었다는데... 이틀 전에도 우울증에 대해 문자를 보내고, 또 죽기 전에도. 그런 걸 보면 죽고 싶어서 죽는 사람은 없다. 정말로. 자살 충동은 일단 그 순간을 잘 넘겨야하는데 정말 옆에 있는 사람이 중요하다. 물리적으로 막아주는 게 우선 중요하다. 혼자 있는 게 가장 위험하고, 연락하면 바로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은 꼭 있어야 한다. 

포기한다는 건 받아들인다는 것도 같은 의미이다. 힘든 시간을 겪는 것 그 자체를 받아들여야만 한다. 사람은 누구나 힘든 시기가 있어. 지금 바닥을 치고 있는 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인정해야한다. 진짜 웃긴 게 그런 시기가 있다. 사주팔자를 맹신하진 않지만 지금이 힘든 시기이기 때문에 힘든거야. 그렇게 돌리면 그나마 마음이 좀 편해진다. 내 탓이 아니라 팔자가 그래서 힘든거니 잘 넘기면 된다 그런 마음으로. 마음이 너무도 괴로울 땐 그야말로 생지옥이다. 그런데 지나고 나면 아무렇지 않을 때가 있다. 내가 그 때 왜 그랬지 왜 그렇게까지 했지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냥 일기로 주저리 주저리 쓰는 글이지만, 혹시라도 이 글을 보는 이 중에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꼭 이야기하고 싶다. 나아지지 않을 것처럼 보여도 그래도 좋아지는 날이 분명 온다고. 그러니 힘들어도 뭐라도 해보길 권하고 싶다. 특히 위에서 언급한 1번!  아무 생각없이 즐겁게 미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그게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상관없다. 무력감 때문에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 수 있지만 그래도 꼭 찾아야만 한다. 살기 위해서. 일단 그 일을 하다보면 조금씩 나도 모르게 마음이 치유된다. 

또 자살충동이 들면 그 때를 정말 잘 넘겨야 한다. 언제든지 연락가능한 가족이나 친구 1명에게 평소 내 증상의 심각성을 꼭 알리고 도움을 요청해야한다. 물리적으로 우선 같이 있어야 한다. 혼자 있는 게 제일 위험하다. 그리고 상담이든 정신과든 아니면 자기 치료든 자살로 이끄는 그 특정 생각과 감정을 꼭 바꿔야만 한다. 어떤 식으로든. 

죽으면 끝나는 게 아니다. 나는 환생과 업을 믿는데 자살충동이 들 때는 어차피 다시 태어날 거니까 여기서 끝내자라고 합리화도 많이 했다. 그렇지만 이 생이 끝난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다. 그 업이 분명히 다음 생까지 이어진다. 어차피 앞으로 어떤 생을 살아가든 위기가 오기 마련일텐데 그 때마다 죽을 순 없다. 언젠가는 내가 이겨내야만 하고 그러면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너무 뻔한 얘기지만 정말로 이 또한 지나간다. 4년이 지난 후에야 이제 조금 괜찮아졌다. 아니 많이 괜찮아졌다. 힘든 시간이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분명 나아진다. 겪어 보았기에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사를 달리하는 이들을 보면 너무나 안타깝다. 마음의 병을 고치는 건 참 힘들다. 그렇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 제발 마음 저 편 그래도 살고 싶어하는 본능을 잘 들여다보고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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