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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영화 리뷰] 헤어질 결심/ 뭐야 왜 이렇게 좋은 거야..

by artist_nao 2023.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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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기대를 진짜 안하고 봤는데, 생각보다 정말 아주 정말 정말 좋았다.

올해 너무 너무 바빠서 영화를 거의 못봤고, 진짜 오랜만에 봤는데 정말 좋았어서 여운이 오래 남는다.

진짜 잘 짜여진 아주 매력적인 작품이라서 (미술관에서 작품 보는 느낌..) 지루할 새가 없었고, 한동안 여운이 오래 남을 것 같다. 박찬욱 감독 영화를 여러 편 봐왔지만 그렇게 막 좋아하진 않았었는데 (물론 재밌는 작품들이긴 했지만), 이 영화는 진짜 좋았다.


1. 일단 지루하지 않음


스토리상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는데 장면 전환이 일반적인 영화에 비해 빠르고 장면을 툭툭 던져서 (마치 스냅 사진을 연이어 보여주듯이) 관람자가 장면들을 연결하게 만든다. 뚝뚝 끊어지는 타이밍과 시간차가 독특한데 이게 재미짐.. 연출이 시적이다.


2. 현실과 상상씬의 연결


현실과 상상을 중첩해서 보여줘서 주인공들의 감정이 더 시적으로 다가온다.


3. 유머


과하지 않게 웃긴 장면들이 또 깨알 재미


4. 아름다움


아름답다. 장면 연출도 그렇고 배우들 비쥬얼과 눈빛, 표정.. 진짜 압권이다. 박찬욱 감독 영화는 뭐 미술 쪽은 워낙 신경쓰니까.. 색감, 구도 등등 눈이 정말 즐거웠다. 특히 색감은 영화 전체적인 느낌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들어가서 정말 좋았다. 산과 바다로 이어지는 풍경들도 정말 좋았다.



5. 탕웨이와 박해일 조합이 미쳤음.


탕웨이는 원래 최애라서 뭐 말할 것도 없고 박해일 별로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는데 눈빛 미쳤음. 나이들면서 연기가 더 좋아지는 거 같다. 탕웨이는 진짜 중국어할 때 넘 섹시함.. 한국어 연기도 영화 속 시간의 흐름에 따라 더 자연스러워지는데 의도한 게 보인다. 이 두 배우가 아니었으면 이 영화가 이렇게까지 좋지 않았을거다.



6. 음악



이번 영화는 특히 음악이 좋았다. 효과음도 매우 적절하고 긴장감을 유발하는 데 큰 몫을 했는데, 클래식 악기 음들이 귀가 즐거웠다.



——-


스토리나 대사는 뭐 상투적인 부분이 많아 좀 그렇긴 했지만 전체적인 느낌이 매우 좋았고, 오히려 그런 상투적인 요소가 배우들 연기와 장면들을 더 돋보이게 해준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노출이나 애정씬이 거의 없는데도 극 전반에 걸쳐 긴장감이 깔려있고 묘하게 야한 느낌이 있다. 살인, 피의자와 경찰, 의심, 불륜 등의 장치들을 아주 잘 활용한다.



<인상깊었던 장면들>



- 중후반부 두 주인공이 눈 내리는 산에서 대화하는 씬.. 탕웨이가 쓴 헤드 랜턴이 박해일의 눈빛을 더 강조해주는데 아주 그 장면이 압권이었다. 이 산에서의 씬이 바로 이 영화의 절정.

- 마지막 바다씬..


이 두 장면이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마지막 씬.. 미결로 끝나기 때문에 남자 주인공한테도, 또 관람자에게도 여운이 오래 갈 수밖에 없다. 사실 영화 속 스토리, 두 주인공의 만남과 사랑, 상징들, 대사들 진짜 진부할 수 있는데, 이 영화가 특별한 느낌을 주는 건 아주 여러 부분들이 매우 잘 짜여져 있기 때문이다. 그게 감독과 배우의 역량이겠지. 진부함을 깔고 가는 데 특별한 느낌을 주는 게 진짜 능력인거지. 일부러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나이가 들어서 많이 덜어낸 결과 명작이 나온 거 같기도 하고.


영화 속에서 죽은 사람들 핏자국을 일부러 없애는데 (설정상) 아주 의도적으로 피를 지운 것 같다. 또 사람 죽는 (또는 죽은) 장면들도 일부러 묘사를 덜어냈다. 박찬욱 감독의 유명한 전작들과 비교해보면 정말 반대 노선인데 그게 진짜 좋았다. 작품의 격이 올라간 느낌. 뭐 영화 속에서도 박해일의 품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감독의 자전적인 요소가 들어간 게 아닌가 싶다.



극 전반에 걸쳐 긴장감이 맴돌고, 줄 듯 말 듯, 될 듯 말 듯한 아주 애매한 상태가 지속되는데 이게 사람 미치게 하는 요소지. 거기에다가 마지막 장면.. 진짜 보는 사람 돌아버리게 함.. 아주 영리하게 작품을 만들었다. 잔잔함과 긴장감, 심각함과 유머 등등 극과 극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영화가 진행되다가 (이런 이율배반은 영화 속 장치- 형사이자 내연남, 아내와 내연녀 사이, 살인자이자 순정녀 등등 등장인물들의 복잡한 관계에서 비롯된다. 물론 의도된 장치) 마지막에 너 이거 절대 못 잊을 걸 하면서 끝남.. ㅠㅠ



박찬욱 감독 영화에서 여자 주인공은 양면적 특징을 지니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이런 팜므파탈이 더 은밀하게 드러난다. 살인자지만 남자 주인공에게는 순정으로 일관하는 동시에 그를 괴롭히는(자신을 각인시키려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매우 정교하게 잘 짜여져 있는 영화이고, 인간의 이율배반성, 양면성을 잘 표현했다. 인생영화가 되기에는 영화가 주는 메시지의 깊이에 한계가 있어 아쉽지만, 그래도 너무나 매력적인 영화다. 예쁘고 매력적이면 계속 보고 싶으니까.


마지막 씬이 자꾸만 머릿속에 맴돌 것 같다. 이래서 미완이 무서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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