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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의 일기

9월 17일(일) 진짜 이젠 교직에서 못 버틸 것 같다..

by artist_nao 2023.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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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우리 반 끔찍이와 보호자들, 또 비상식적인 학부모들, 아이들한테 엄청 털리면서 괴롭힘을 당했었는데, 학생부장 및 교감에게 여러 번 요청했지만 무시당하고 담임인 나만 엄청 시달렸었다.

올해는 비담임으로 빠지면서 이런 일을 안 겪나 했는데, 작년에 지랄하던 학생 엄마가 어디서 뇌피셜로 혼자 착각하고는 전화와서 또 소리지르고 울고 지랄…

작년에 다른 엄마는 내가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모함하고 부서 부장들, 교감한테 전화돌리고 난리쳐서 진짜 미친년인가 싶었다.

오늘 주말이라 쉬고 있는데 학급 임원들을 위한 톡방에서 한 학생이 익명으로 내 실명을 여러 번 거론하며 장난질을 쳐놔서 진짜 교직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픈 톡방이라고 해도 다른 아이들이 들어올 수가 없는데 임원들 대상으로 며칠만 열어놨고(주소도 임원들에게만 공개) 다 들어오고 나선 코드를 걸어 모르는 사람이 들어오는 걸 막아놨기 때문에 장난친 애는 학급 임원일 가능성이 90프로 이상이다. 지 입으로도 학생회라고 하고 부계정이라고 떠들어댔는데 모욕죄에 성희롱까지 걸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안에 자수하면 선처 고려해보겠다고 했으나 묵묵부답. 교권보호위원회 신고하고 생교위든 뭐든 끝까지 밝혀내서 합당한 처벌 받게 할 것이다. 하루 이틀 내로 추적 안되면 경찰에 신고할 예정. 모욕죄로 고소할 생각도 하고 있다.

웃긴 건 나는 주로 3학년 수업을 들어가서 1, 2학년 수업은 들어가지도 않는데 지 입으로 1학년이라고도 했고, 3학년 중에는 저런 짓을 할 애는 없는데.. 요즘 느끼는 게 한 해 한 해 올라오는 애들이 진짜 이상한 애들이 많다는 것.

작년에 당했던 일들까지 트라우마로 올라와서인지 여러 번 오열도 하고, 솔직히 우리 반 애거나 내가 가르친 애라면 이해를 하겠는데 이번 2학기에 임원된 학생이라면 리더십 캠프할 때 날 반나절 본 것밖에 없는데? 그마저도 나는 지원하는 역할이라 직접 진행한 것도 없고 집행부 애들 말고는 임원들이랑은 말 섞은 친구도 없는데..

이런 교권침해도 문제긴 한데, 수업할 때도 보면 너무 기가 차는 일들이 많아서 요즘은 그냥 관두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솔직히 돈 보고 하는 일도 아니고 아이들이랑 투닥거리고 지도하면서 보람 느끼고 그런 거 하나로 지금껏 일해왔는데 너무 무력감이 느껴진다.

며칠 전에는 수업을 하는데 제일 앞에 앉은 학생이 대놓고 다른 과목 문제집을 꺼내서 풀고 있었다. 눈치도 안보고 내 과목 학습지는 아예 문제집 밑에 깔아놓은 상태. 평소에도 그런 애들이 한둘이 아니긴 한데 그 날 따라 그 반 애들이 항상 장난 치고 떠들고 돌아다니는 몇몇 남자애들이 더 미쳐있는 상태였고 진짜 소리지르면서 화도 냈다.

올해 들어 그렇게 화낸 적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다른 과목 문제집 푸는 거 기분 나쁘다고 이야기를 했다. 수업 후 남은 시간 자습하라고 한 것도 아니었고 막 새로운 수행 진도 이론 수업 나가고 있는데 그러고 있으니 나도 사람인지라 기분이 너무 나빴다.

그 말 듣고 몇몇은 눈치보면 주섬 주섬 넣은데 맨 앞에 앉은 여학생은 못 들은 척 하면서 정자세로 꿋꿋하게 문제집을 풀고 있었다. 심지어 뒤에 남자애들이 대놓고 집어 넣으라고 쪽을 주는데도 불구하고. 좀 노는 애고 그러면 모르겠는데 누가 봐도 모범생 이미지 여자애고 평소에 나 보면 인사도 잘하는 애라 충격이 더 컸다.

문제집을 한참 풀더니 엎어져 자기 시작해서 수업 끝날 때까지 자는 모습을 보고 진짜 이젠 다른 길 알아봐야겠구나 싶었다. 심지어 그 학생은 직전 시간에 본 논술 수행도 엉망이었다. 경고를 줄 때 학원 숙제가 급한 거면 미리 허락을 맡으면 하게 해주겠다고 했는데 그냥 내 말 싹 무시하고 꿋꿋하게 풀고 쳐자는 모습이 사람이 맞나 싶기도 하고.

그리고 또 어이 없는 건 수업 시간에 너무 아무렇지 않게 먹을 걸 꺼내서 먹고 있고 껌도 짝짝 씹는다는 건데 그것도 모범생 여학생들도 아무렇지 않게 그런다는 것.

우리 학교에서 제일 모범적이라는 중3 아이들의 실태다. 학생들 괜찮다고 평가되는 학교라서 그게 더 충격이지.

오늘 톡방 일도 불과 한 두달 전에 톡으로 교사 모욕해서 학생 징계 받고 학급 교체까지 된 일이 있었고, 그걸 우리 학교 학생이라면 몰랐을리가 없는데 이런 짓을 벌이다니 진짜 미친 거 아닌가 싶었다.

오늘 톡방 일까지 가세해서 주말 내내 자살 충동이 올라오는데 그동안 진짜 괜찮지 않았었던 것 같다.

올해는 비담임이라서 그래도 괜찮겠지 했는데 수업 중에도 자주 씁쓸함을 넘어선 분노를 느끼고 있는데다 날 모르는 애한테까지 교권 침해를 당하니 진짜 이 나라 공교육은 답이 없겠다 싶다.

학교 밖을 나가면 무슨 일을 해야 하나. 그동안 그래도 소신있게 해왔던 일인데 조롱 당하고 부정 당하는 게 억울하기도 하고 그동안 해온 게 다 부질없이 느껴진다. 그래서 교사들이 자살하는 게 아닌가 싶음.

아무래도 내일 조퇴 쓰고 정신과 가서 약이라도 타와야 될 것 같다. 생각해보니 작년에 엄청 시달렸을 때 학교에서 갑자기 공황장애도 왔었는데.. 명대로 살려면 학교에서 빨리 탈출해야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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