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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순이♥ 육아일기

임신 8주, 9주 초반/ 토덧만은...

by artist_nao 2019.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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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4주째인가... 내 몸 같지 않은 상태로 4주째 살고 있다.

임신 초기 5주, 6주에는 빈속에 울렁거리는 정도였는데 점차 소화가 정말 안되기 시작하더니 7-8주차부터 아랫배 안의 장기들이 터져나갈 거 같은 느낌이다. 자궁이 커지면서 통증이 있을 수도 있다는데 절대 단순히 아픈 느낌이 아니다. 소화 안되는 것도 위가 밀려 올라와서 인 것 같다. 물론 호르몬 탓도 있겠지만..

지난 주부터는 배가 터져 나갈 것 같아서 숨쉬기도 힘들고 7-8주부터는 확실히 집 앞에 나가는 것도 너무 힘들어졌다. 한 4일 전부터는 순간적으로 구역질이 나와 이렇게 토덧으로 가는 게 아닐까 넘 무서운데, 엊그제 부터 입덧약 대신 비타민 b6을 주문해서 먹어보고 있다. 확실히 조금 낫긴 하다. 어제는 편도염인건지 오른쪽 목과 귀가 아팠는데 오늘 계속 열이 났다.

한 달 가까이 완전히 잉여 인간처럼 살고 있다. 엄마가 차려주는 밥을 먹고 기운 없어 누웠다 잠들었다가 일어나서 화장실 가고 비타민과 호르몬 약, 주사를 시간에 맞춰 찾는다.

남편은 일이 바빠져 엄마한테 날 토스하고 자기 집으로 들어갔다. 엄마한테 넘 미안하기도 하고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으니 계속 기운 없는 모습만 보이게 돼서 넘 속상하다.. 그래도 다행인 게 동생이랑 제부가 주말에 엄마랑 같이 나들이를 가주고 신경을 써줘서 정말 고마웠다.

해야될 게 많은데 엄두가 안난다. 구토감이 심하게 들기 시작한 엊그제부터는 정말 입맛이 없다. 장염으로 힘들 때도 입맛은 없어진 적이 없는데 넘 서글펐다. ㅠㅠ 내가 입맛이 없다니... 그래도 먹으면 음식 맛이 느껴지고 맛있기는 하다. 딱히 가리는 건 없는데 생선 종류 약간 비리게 느껴지는 건 먹기가 힘들다.

오늘은 엄마가 장어를 구워주셨는데 몇 점 못먹고 남겼다. 내가 장어를 남기다니 ㅜㅜ 대신 김치 볶음밥을 정말 맛있게 먹었다. 생김치는 잘 못먹겠는데 볶은 김치는 엄청 맛있다. 또 요즘들어 사과가 정말 이렇게 맛있는 과일이었나 싶다. 오렌지는 꾸준히 잘 들어가고 방울토마토 참외 다 맛있다. 과일이 맛있어지는 거 보니 엄마 말대로 딸인 거 같다.

음식은 기름진 덮밥 종류가 제일 안좋았고 고기는 나름 잘 먹는다. 신기하게 기름져도 버터로 볶은 것들은 잘 들어간다.

제일 힘든 건 정말 배 전체가 아주 터질 것 같은데 위가 엄청엄청 부어있는 것 같은데 구역감이 들어 뭐라도 더 먹어야 할 때다. ㅠㅠ 구토 말고 소화 안되는 증상도 입덧인건지 아님 위가 상한 건지 뭔지 모르겠는데 음식을 한번에 많이 먹기가 매우 힘들다.

벌써부터 이렇게 힘든데 배 나오면 내가 살 수 있을까 싶고 이대로 배가 터지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까지 들 정도이다. 오늘은 입덧에다가 열까지 있어서 하루종일 넘 힘들었는데 밤에 주사 맞을 시간이 되어 크렉산을 놓고 있자니 갑자기 서글퍼졌다. 이 놈의 주사는 언제까지 놔야 하는건지. 얘는 두달 넘게 맞고 있는데도 적응이 안된다. 매번 이마에 땀이 흥건히 맺힌다.

아기 가지려고 일을 3년을 쉬고 병원을 다니고 차 한대 값을 들이고, 눈물과 고통을 갈아 넣고.. 그렇게 해서 아이를 가졌는데 아이가 행복할 수 있도록 잘 해낼 수 있을까 겁이 나기도 하고 자꾸 자신이 없어진다. 그래도 건강하게 잘 자라서 나오면 더 바랄 게 없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그렇지만 전전긍긍하면 스트레스가 되어 아기한테 안 좋은 영향을 줄까봐 그 생각조차도 안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오늘은 문득 아이를 가지는 게 이기적인 것이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태어나서 행복한걸까. 정말 지난 몇 년 간은 지옥에 들어갔다 나온 것 같았는데, 그런 삶이 가치가 있었던 걸까 싶다. 몸과 마음의 고통,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정말 힘들었다. 몸이 아플 때도, 마음이 아플 때도 이 시간이 지나가기를 버티고 버텼다. 지나가면 괜찮아질거라는 걸 아는데도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버텨나간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지금 몸이 많이 힘들지만 그토록 원했던 아이를 가지게 됐으니 마음을 더 단단히 다잡아야 한다. 아이의 버팀목이 되려면 몸과 마음도 건강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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