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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임신·출산·육아/난임 정보

직접 겪은 난임 여성 우울증 대처 및 해결법

by artist_nao 2019.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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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후 얼마 전 보건소를 갔었는데 혹시 모르니 우울증 테스트를 해보자고 하셨다.

결과는 매우 놀라웠다. 우울증 정도가 매우 낮아 행복한 상태! 불과 반년 전만 하더라도 우울증 수치가 매우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결혼 후 5년 조금 안되게 난임을 겪었는데 나도 모르는 새 자존감도 낮아지고 우울증이 심했던 것 같다. 분명 원인은 난임이지만 우울증이라는 게 방치해두면 눈덩이처럼 점점 불어나 우울증 그 자체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진다. 실제 1-2년 전만 해도 우울증과 공황증상, 자살 시도와 같이 극단적인 상황에 놓인 적이 많았다.

난임 여성이 높은 확률로 겪을 수 있는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대처 방법을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우울증과는 원인부터 증상까지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1. 미래의 아이도 중요하지만 내가 있어야 아이도 존재한다. (내 인생을 허비하지 말자. 무언가에 빠지자.)

많은 난임 여성들이 아이를 갖기 위해 일, 취미 등을 포기한다. 난임 시술을 받기 위해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고 운동이나 취미 뿐 아니라 내 생활, 의식주 자체에 제약을 받는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스스로 제약하는 게 맞다. )

일 때문에 스트레스 받으면 임신이 안될거야. 찬 성질의 음식 혹은 인스턴트 음식이나 술, 커피를 먹으면 임신에 방해가 될거야. 너무 격한 운동을 하면 착상이 안되지 않을까 등등. 물론 의식주 자체를 아이를 가지기에 적합하게 바꾸면 임신이 잘 될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스트레스.. 그렇게 신경을 쓰면서 자꾸 제약을 두면 마음대로 먹고 생활하는 것보다 더 임신이 안될 확률이 높다.

흔히 난임이라고 하면 주변에서 마음 편하게 가지라고 이야기한다. 난임 여성이면 정말 지긋지긋한 말일 것이다. 그게 틀린 말이 아닌데 별짓을 다해도 안되는데 어떻게 마음이 편해질수가 있을까.

제일 좋은 방법은 임신이 아닌 집중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재밌으면 더 좋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울했던 난임 기간동안 즐거웠던 때가 클라이밍을 했을 때. 임신에 도움이 되진 않았지만 정말 꽤 오랫동안 즐겁게 생활할 수 있었다. 당시 인생의 유일한 낙이었달까.

일은 쉬었다가 일했다가를 반복했는데 더이상 쉬지 말자고 다짐하고 다시 일에 매진했을 때 시험관 성공을 했다. 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어 사실 그냥 마지막으로 해보자는 마음이었고 거기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스스로 생활에 제약을 두지 말자. 가장 좋은 건 임신이 아닌 다른 것에 정신없이 빠지는 것이다. 억지로 마음을 비우기보단 다른 것으로 마음을 채워 임신에 대한 강박을 버리자.

2. 일을 섣불리 그만두지 않는다.

난임이기 전부터 해왔던 일을 그만두거나 쉬지 않는 걸 추천한다. (물론 이렇게 일하다간 죽을 것 같은 극단적인 상황은 제외)

시험관 시술 중 사실 신선 난자 채취와 시술은 일하면서 하긴 힘들 수 있다. 하지만 병원 가는 날을 제외하곤 배주사나 약 등은 스스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일을 하면서도 가능하긴 하다. 신선 이식 때 너무 힘들면 휴가를 내는 방법도 있다. 냉동 이식은 일하면서 하기에 훨씬 수월하다.

마지막으로 옮긴 병원 선생님께서도 일을 하면서 하는 걸 추천하셨다. 일하면서 이식하는 건 처음해봤고 결과는 예상 외로 성공이었다. 쉴 때는 그렇게 안되더니..

쉬면서도 운동이나 취미로 바쁘게 생활할 수 있지만 남들 다 일하는데 쉬는 게 결코 쉽지 않다. 식사도 그렇고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남아도는 시간으로 인해 더 우울해질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불규칙한 생활을 하기도 쉽다. 일이 적성에 안맞고 죽을 것 같아 그만 두었더라도 파트타임이라도 일하는 걸 추천한다.

​3. 주기적으로 우울증 테스트를 한다.

괜찮은 것 같아도 속으로 병들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 주기적으로 자가 테스트를 해서 대처하자. 당장 눈에 띄는 증상이 없더라도 내 자신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자존감이 떨어져 있을 수 있다. 그로 인해 남편과 가족, 주변 사람들을 힘들 게 하고 관계가 안좋아질 수 있다. 테스트를 자주 하고 점수가 높게 나온다면 상담을 받자. (정신과 약을 먹는 건 제발 신중하게)

​4. 인간관계가 힘들면 잠시 내려놓자.

주변에는 난임인 케이스가 많지 않아서 대부분 나보다 훨씬 늦게 결혼한 친구들은 벌써 아이를 둘째까지 키운 경우도 많았다. 처음에는 아이도 보러 놀러가고 선물도 챙겨주고 했는데 난임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친구 아이 뿐 아니라 길에 지나다니는 아기들을 보는 것조차 힘들어지는 시기가 왔었다.

내 자신이 힘드니까 과감하게 연락을 다 끊다시피 했다. 아이를 키우는 지인이나 친구들, 특히 막 임신을 한 친구들은 나에게 절대 먼저 연락하지 않는다. 내가 난임인 걸 아니까 혹시라도 임신 소식을 알리는 게 스트레스를 줄까봐 그렇다는 것도 알고 있고..

그럴 때는 인간관계를 잠깐 내려놓는 것도 방법이다.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은 척 하는 게 더 미련한 짓이다. 마음이 힘들면 아기 엄마들과는 잠시 연락을 쉬자. 같은 난임인 친구도 마찬가지.. 누구라도 먼저 임신을 하게 되면 다른 친구가 힘들어진다.

가장 좋은 건 임신과 관련없는 사람들과의 교류. 운동, 취미 모임이나 동호회 등에 나가 활동하는 게 좋다. 사실 아이없는 기혼자는 같이 놀 사람이 없다. 요즘은 결혼이 늦기 때문에 결혼 이후 바로 아이를 가지는 경우가 많아 난임이 아닌 이상 애 없는 기혼 상태가 길기는 쉽지 않다. 소모임은 주로 이성 만남을 전제로 한 미혼 모임이 많고, 그 외엔 유부, 돌싱 같은 약간 목적이 불순하게 느껴지는 모임이 소수 있다.

제일 좋은 모임은 건전한 목적이 뚜렷한 모임이다. 독서, 스터디. 그 다음으로 운동이나 레포츠 모임이 좋다. 대부분 싱글들이 많지만 함께 좋아하는 활동을 하다보면 내 처지를 잊기 쉬워서 우울증 예방이 된다. 애없는 결혼 생활이 길어질수록 부부 둘만 시간을 보내기 힘든 경우도 많고 둘 중 한사람이 일이 바쁜 경우는 다른 사람이 심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건전한 모임을 갖는 걸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직장에는 난임인 걸 오픈했었는데 격려의 말들이 힘들기는 했지만 차라리 난임인 사실을 밝히는 게 좋았다. (주변 지인들에게도 마찬가지) 오히려 먼저 배려해서 말조심을 해주는 분들이 많았다. 이건 직장마다 다르니 자신의 상황에 맞게 오픈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가끔 보면 난임 부부들 중에 원래 딩크족인 것처럼 하는 분들이 있는데 주변에 커밍아웃하는 게 더 장점이 많은 것 같다. 배려도 받고 운이 좋으면 병원 정보나 팁들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픈하고 나서 직장 선배들로부터 사실 자기도 난임이었다고 유용한 정보와 응원을 종종 받기도 했다.

​​5. 일기를 쓰자.

심적으로 매우 힘들었을 때 블로그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꼭 억지로 기분좋은 일, 칭찬일기 같은 걸 쓸 필요는 전혀 없다.

난임인데다 우울증까지 오면 나도 모르게 주변 사람들에게 히스테릭하게 굴거나 하소연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 수다를 떨더라도 진짜 내 생각을 이야기를 못하는 경우도 있고.

일기를 쓰면 내 자신에게 솔직해질 수 있다. 특히 가면우울증같은 경우 나도 모르는 내 심리 상태를 알게 되기도 한다.

하루의 일도 정리하고 내 삶을 반성하고 스스로 칭찬도 해주다 보면 무엇보다 난임으로 떨어졌던 자존감을 올려줄 수 있다. 내키는대로 솔직하게 써내려가는 게 중요하다.

​6. 우울증의 원인을 해결하자.

가장 중요하지만 또 제일 어려운 것. 난임 우울증은 물론 임신이 해결법이다.

난임이 힘든 이유는 기약없는 기다림이다. 시험관을 열번 넘게 한 사람들도 정말 많다. 나이도 들고 시술을 할 때마다 몸은 상한다. 제일 좋은 건 정말 최소한의 시도로 빠르게 임신하는 것이다. 제발 한 병원 특정 선생님한테 두 번 시험관 해봐서 안되면 병원을 옮기자. 아무 대처없이 횟루를 늘리는 건 시간낭비에 몸만 상하고 의미가 없다.

학창시절 채점 후 오답 노트를 만들던 걸 생각해보자. 틀리는 문제는 자꾸 틀린다. 그걸 정확히 짚고 문제 풀이 과정을 제대로 잡지 않으면 100프로 또 틀릴 수밖에 없다. 첫 시술이 안됐는데 그에 대한 대책을 빠르게 세우고 주사나 약 처방, 추가 검진 등 적극적인 방법을 찾아보지 않는 선생님은 과감히 바꾼다. 두 번째도 분명 안된다. 열번 찍어 안넘어가는 나무 없겠지처럼 무식한 방법도 없다. 열번 찍는동안 내 몸도 찍혀나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무기력하게 시술만 반복하지 말고 스스로 공부도 하고 나와 맞는 병원과 선생님을 적극적으로 탐색해야 한다. 아니다 싶으면 과감히 바꾼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울증은 더 극심해진다. 난임 시술에 대한 내 생각, 그리고 최소한의 시도로 빠르게 임신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글은 빠른 시일 내에 마저 정리해서 이 포스팅에 링크로 걸어둘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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