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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달팽이 키우는 방법 & 먹이

by artist_nao 2017.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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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사서 냉장고에 넣어둔 쌈채소를 씻고 있는데 싱크대 한쪽에 새끼 손가락 손톱 반만한 무언가가 꾸물거려 봤더니 달팽이였다. 

오 마이.. 상추 틈에 숨어 1도인 냉장고에서 하루를 버틴 모양이었는데, 밖에 비도 많이 오고 어찌할까 하다가 그냥 키우기로 했다;;


이름도 어쩌다보니 걍 '팽이'

우리나라 토종인 '명주달팽이'라고 한다. 성장이 끝나도 크기가 작고 수명도 짧은 편이다. 야생에서 잘하면 4-5년도 산다는데, 집에서는 2-3년 살면 많이 사는 거라고 한다. 요즘 애완용으로 키우는 수입산 달팽이, 백와, 흑와 달팽이 등은 어른 손바닥만한 크기도 있다고 하니 우리 집에 들어온 아이가 명주 달팽이라 참 다행이다.

어쨌든 백와 달팽이 종은 방생하면 명주 달팽이를 잡아먹고 생태계를 교란시킨다고 한다. 달팽이는 자웅동체라 2마리만 있어도 교미하여 알을 낳는데, 그 수가 어마어마하니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건 시간 문제다. 그러다보니 방생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냥 팽이 요 놈만 잘 키워서 겨울이 지나고 좀 튼튼해지면 봄에 놓아주는 걸로...



9월 내 생일쯤 들어온 팽이가 키운지 벌써 한 달이 넘어간다.

위 사진은 2주차 때 모습

코코피트라는 달팽이 전용 흙을 깔아주면 좋다고 하는데, 우리 집엔 배양토가 많으니 걍 소독해서 쓰기로 했다. 사기 그릇에 잘 펼쳐서 전자렌지에 2분 정도 돌려 소독을 한 뒤 잘 말려주고 2-3cm 정도 높이로 흙을 넣어준다. 그리고 분무기로 흙이 아주 촉촉해질 때까지 뿌려준다. 주변과 먹이에도 뿌려준다. 흙을 짰을 때 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적셔주라고 하던데... 굳이 그렇게까지 안해도 되는 것 같긴하다. 어쨌든 자주 습도를 체크해주는 게 좋다. 

흙을 안 넣어도 사는 데 지장은 없지만 떨어지면 패각이 깨질 수 있다고 하니 넣어주는 게 좋다. 또 혹시라도 건조하거나 잘 때 흙을 파고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팽이는 흙이 있어도 상추 뒷면에만 붙어 산다. ;;;) 알도 흙 속에 낳으므로. 팽이는 혼자니까 이건 패스! 


먹이는 상추, 쌈채소, 애호박, 당근, 배추 등 채소 종류를 주면 되고, 깻잎처럼 너무 향이 강하거나 단 음식, 짠 음식은 주면 안된다. 특히 염분이 조금이라도 든 음식을 주면 팽이가 말라죽는다 하니 끔찍하다. ㅜㅜ  암튼 고루 잘 먹는다 하는데... 팽이는 only 상추, 상추바라기다. 24시간을 상추에 붙어 있다 ㅎㅎ  먹을 때나 잘 때나~~ 야행성이고 어두운 곳을 좋아해서 그런지 상추 뒷면에 항상 붙어 있다. 나중에 찾아본 바로는 달팽이가 편식도 한다고 한다;;  상추도 적상추를 특히 좋아한다. 입맛도 까다로운 녀석. 그 다음 좋아하는 건 애호박~ 당근은 입에도 안댄다. ㅜㅜ  먹이는 매일 확인하고 갈아주는 게 좋다. 습하니 금방 무른다. 흙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갈아주자. 


가끔 특식으로 두부를 아주 약간만 으깨어 넣어주자. 단백질을 좀 먹어줘야 몸도 튼튼하게 큰다고 한다. 두부는 하루도 안되어 상해서 진짜 조금만 넣어줘야 한다. 방심하면 금방 날파리가 꼬인다. 날파리가 달팽이 숨구멍에 알을 깐다고 하는데 그럼 결국 죽는다고... 

또 달걀껍질을 잘 씻어(나는 베이킹 소다와 식초를 물어 좀 풀어 담궈 놓는다.) 햇빛 소독을 한 뒤 믹서에 곱게 갈아 먹이 위에 뿌려주면 패각- 달팽이집을 튼튼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먹이 갈아줄 때마다 잊지 않고 솔솔 뿌려준다. - 참 달걀껍질 안 흰색 막은 떼어주는 게 좋다. 달팽이가 소화를 못 시킨다고 한다. 


그리고 잠도 무진장 많이 잔다. 달팽이가 원래 많이 잔다고 하는데, 우리 팽이는 상추성애자다 보니 수면제를 맨날 먹는 셈. 늘 레드 썬이다. 보통은 달팽이집 안에 쏙 들어가 자는데 가끔 상추를 뒤집어 보면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상추에 입을 댄 채로 정신을 잃은 모습도 종종 본다. 볼 때마다 자고 있어서 가끔 죽었는지 살았는지 깨워보곤 한다. 미지근한 물을 바닥에 살짝 고이게 하고 그 위에 팽이를 올려놓으면 수 초 후에 머리를 쏙 내민다. 가끔 이런 식으로 온욕을 해주면 좋다고 하는데 물에 담궈 놓으면 숨을 못 쉬므로 살짝 올려주는 정도로 한다. 





처음에 키우던 조그만 통 뚜껑을 열 때마다 팽이가 자꾸 나오려고 해서 큰 통으로 옮겨주었는데, 이미 사육에 익숙해진건지(?) 먹기만 하고 잘 움직이진 않아 고민이다... 처음에는 통 천장까지 올라가 잘 붙어있더니 지금은 상추에만 안겨 있다. 운동을 좀 시켜줘야 되는데, 아래처럼 멀리 떼어놓으면 한동안 멍을 때리다 내 사랑 상추에게로 간다; 이런 식으로라도 운동을 좀 시켜야겠다. 



당근 좀 먹으라고 당근 위에 올려줬더니 쌩하고 상추에게로 간다;;

주황색 똥 싸는 것 좀 보고 싶다. (달팽이는 먹는 것 그대로의 색으로 응가를 한다; 우리 팽이는 늘 상추색 ㅠㅠ)


한달만에 크기가 새끼 손톱 절반에서 거의 엄지 손톱만 해졌다. 패각도 커지도 몸도 컸고 더듬이도 엄청 길다. 넘 먹이기만 해서 그런가 비만 달팽이가 될까봐 걱정이다. 운동을 시켜야겠다. 


사람들은 손이나 팔 위에 올려놓기도 하던데.. 아직 그건 무섭기도 하고 ㅜ 손 타면 왠지 수명이 줄어들 거 같아 그냥 나무 젓가락으로 살살 잡고 있다. 아무쪼록 튼튼하게 잘 자라서 방생시켜주는 게 목표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잘 보듬어 키우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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