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너무 돌아다녀서 그런지 피곤해서 나도 모르게 낮잠을 자버렸다.
한약을 먹은 이후로 소화가 계속 안되는 것 같아 오늘은 매 끼니를 조금만 먹었는데, 확실히 덜 먹으니 속이 좀 편하다. 그렇지만 기력은 좀 떨어지는 느낌;; 적게 먹는데 든든한 느낌을 받으려면 뭘 먹어야 하나.. 결국 12시가 다 된 시간에 사과를 먹어버렸다. 요즘은 상큼한 사과가 자주 땡긴다. 밤에 먹는 사과는 독사과라고 하는데 찾아보니 뭐 아침에 먹는 것보다 안좋을 순 있지만 독은 아니라고 해서 반쪽을 먹었는데, 별로 좋진 않은 듯 하다.;;;; 배가 더 고파진다.
학원 수업이 끝나고 서점에 잠깐 들렀는데 평일 한낮인데도 사람이 엄청 많았다. 생각보다 평일 낮에 서점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많구나 싶었다. 그렇지만 지금의 나처럼 정처없이 찬바람에 이리저리 날려다니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분명 있겠지. 등교와 하교시간, 출근과 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삶을 살아간다는 건 무척 힘든 일이다.
어제부터 예습을 안하고 있다. 그래도 대충은 봐야될 것 같아 핸드아웃을 보다가 '나를 황홀하게 하는 것' 이란 질문이 눈에 띄었다. 영어 단어라 자세한 뉘앙스까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사전에서는 '황홀하게 하다, 넋을 잃게 하다, 마술을 걸다' 등으로 해석되고 있었다. 와~ 정말 그렇게 만드는 것이 내 인생에서 어떤 게 있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아름다운 자연 풍경, 예술 작품에 대한 스탕달 신드롬, 낭만적 사랑...? 대부분은 시각이나 촉각, 후각, 청각 등 오감에 관한 것들이다. 살면서 저렇게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경험이 얼마나 더 있을까?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서도 몇 번 안될 것 같은데. 아마도 임종 전에는 이런 경험만 떠오르지 않을까?
일상에서 이런 느낌을 받기는 쉽지 않다. '낯선 경험'은 황홀감을 줄 수 있다. 물론 불쾌감을 주기도 하지만. 그래서 사람들은 낯선 곳을 여행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 개봉한 영화도 보고 먹어보지 못한 음식을 맛보기도 한다. 친숙한 장소와 사람도 '낯설게 대하기'를 실행하면 충분히 특별해질 수 있다. 참을 수 없이 인생이 지루해지는 게 가장 위험하다. 그렇지만 많은 인생들은 닥쳐온 고난과 시련을 극복하기 바쁘기 때문에 사실 지루해할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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