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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의 일기

8월 1일(수) 이탈리아, 스페인을 다녀와서...

by artist_nao 2018.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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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남짓 이탈리아와 스페인 여행을 다녀왔다. 어쩌다 보니 일정이 무척 타이트했다. 학기 중에 정신이 없어 비행기표와 방문도시와 일수 등을 남편에게 맡겼는데, 나중에 내가 세부 계획을 짜다보니 아쉬운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욕심을 좀 부려서 하고 싶은 건 나름 다 하고 왔다.

2달 전 엄마와 다낭 여행을 갔을 땐 비행기표부터 세부 일정까지 다 짜서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머릿속에 쏙 들어왔었지만, 대신 책임감(?)때문에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었다. 이번에는 큰 일정과 교통 부분은 신경 안써도 됐고 정말 별 계획없이 가고 싶었는데 성향상 그게 안되는 걸 알았다. ㅠㅠ

또 새삼스레 느낀 점은 남편이랑 성격이나 성향이 정말 다르다는 점. 그리고 여행 시 그게 나름 보완이 됐다는 것. 지금껏 같이 갔던 여행 중 날짜가 가장 길었는데 그래서인지 서로의 차이가 더 명확하게 느껴졌었다. 남편은 생각보다 정말 아무 생각(?)과 욕심이 없었고; 나는 생각보다 생각과 욕심이 많았다.;;

여행을 가면 그 사람이 잘 보인다더니 정말 그런가보다. 서로의 성향이 더 두드러진다. 남편은 직업과 성격탓인지 차분하게 abc에 맞춰 큰 일정을 잘 짜나가고 여행 비용 관리를 맡았고, 나는 세부계획과 이벤트들을 아기자기하게 (남편은 다소 힘들어했지만) 디자인해나가고 돌발상황에 발빠르게 대처해나가곤 했다. 그런 과정들이 우리의 결혼 생활과 닮은꼴이었다.

예전에는 나와 같지 않은 걸 불만족스러워하고 탓하곤 했는데, 부딪치고 둥글어지는 과정을 통해 지금은 나와 다른 점이 좋아보이고 또 의지가 된다.

뭐. 이번 여행 때도 투닥거리고 하긴 했지만 둘만 덩그러니 먼 타지에 놓여있으니 어쩌겠어 그냥 잘 풀고 다시 여행 다닐 수밖에 없지. 확실히 부딪칠 때 서로가 예전과는 달리 지금은 나름 노련하게 대처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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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서 인상깊었던 점을 꼽자면,

1. 카탈루냐 음악당에서 본 플라멩코

어쩔 수 없다. 본능적으로 아름답고 매혹적인 것에 끌릴수밖에. 그날 날 완전 미치게 만들었던 여자 댄서분. 플라멩코 완전 내 스타일. 정말 정말 정말 좋았음. 내가 재벌 갑부라면 그 여자분 사서(?) 하루종일 보고 싶었음. 매일매일.

2. 비행기에서 다시 읽었던 예언자

플라멩코와 칼릴지브란의 예언자 중 '결혼에 대하여'에 대해 자세히 글을 써보고 싶다. 애니메이션 <예언자>와 함께.

3. 수많은 명작들

가우디부터 미켈란젤로, 고야에 이르기까지. 날 계속 들었다 놨다했던 천재들의 작품들. 미술관에서 미쳐다를 연발~ 모네, 고흐, 베이컨 원래 좋아했지만 더 좋았고.

모네는 몇몇 그림 색감 미쳐서 진짜 가지고 싶었고. 베이컨 진짜. 아 베이컨 정말 천재... 가장 오래 본 그림!

로트렉. 진짜 재발견. 감각이 정말 미쳤음ㅜ 그림이 정말 시선 강탈. 마네 완성도 좀 떨어지는 작품 하나만 봤지만 참 좋았음.

마리아노 포르투니!!!!! 원래 모르는 화가였는데 왜 몰랐지. 감각이 정말 ㅜ 말도 안됨... 36살에 요절했다는데 오래 살았으면 더 유명해졌을까?

보쉬. 얘는 성경 내용 빌어 지가 그리고 싶은 거 다 그려놓음 ㅋㅋ 변태적임. 고야는 원래 성향이 다크한 듯. 인상도 그렇고. 자기 작품들을 빌어 자기 세계를 마음껏 뿜뿜. 옷을 벗은 마야 표정은 정말 매혹적이었다. drowning dog. 우리말론 <개>라고 해석하던데.. 그 작품 인상깊었음.

브뤼겔. 그림이 아기자기해서 보는 맛이 있음. 등장 인물도 많고 표정과 행동이 하나하나 살아있어 걸어놓고 상상하고 보는 맛이 있을 듯. 또 세밀하게 겁나 잘그림.

끌로드 로랭. 그림이 무척 신비로워서 시선이 감. 매우 감. 얘 그림 보러 프라도 2층 구석에 다시 감. 베이컨 못지않게 오래 본 그림. 얼핏보면 이발소 그림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데 색채와 공간감이 정말 그림 안으로 막 빨려들어감. 푸생이 더 유명하지만 로랭 그림이 더 매력적임.

렘브란트 자화상은 언제나 그렇듯 말이 필요없는 최고의 자화상이고.

벨라스케스. 뭐 그림은 개인적으론 그냥 그랬음. 시녀들이 가장 좋았다.

엘그렉코 완전 별로... 그 특유의 회색톤도 싫고. 과도하게 변형된 형태도 싫음.

뒤러. 원래도 그랬지만 자의식 쩔고 그래서인지 그림도 그냥 재수없음; 잘 그리긴 겁나 잘그리지만 인물들이 다 자기 닮았음 ㅋ

미켈란젤로. 내 사랑 ㅜ 사람들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더 좋아하지만 다빈치 별로.. 솔직히 미술계에서 그렇게까지 칭송받을 인물은 아닌데, 머리가 좋아서인지 사람들 감동먹게 잘 그리긴 하지만. 그래도 최후의 만찬은 아우라가 느껴지게 잘 그렸다. 계산해서 잘 그리고 참 머리는 좋아. 미켈란젤로.. 정말 타고난 천재. 다비드 상도 좋았지만 노예상 시리즈와 피에타-이전에 본 것과 다른 버젼이지만 정말 좋았다. 성격이 괴팍하고 평생 혼자 살았다니 내 마음이 다 아픔.

피카소 게르니카. 게르니카 작품을 위한 드로잉들 소품들 그게 더 좋았음. 표현력 정말 좋고 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지만 천재는 맞음. 입체파 그림 자체가 그냥 별로... 브라크는 명성을 못얻어 좀 안됐지만. 피카소는 입체파 그림 스타일을 잘 중화시켜 자기식대로 잘 표현해서인지 어쨌든 뜰 수밖에 없었을거다 정말.

그 밖에 달리나 마그리트. 에른스트 등 초현실주의 작품은 실물들이 다 별로다. 기교들은 다 좋지만 그림들이 얇고 암튼 원래도 그렇게 느꼈지만 다 별로고 별 감흥 없음.

고갱 그림은 언제나 그렇게 생각했듯 완전 최악. 좋았던 작품이 하나도 없었음. 뭐 미술사적으로 의미는 있겠으나 살아온 인생도 그렇고 그림도 그렇고 다 별로임.

가우디는 말이 필요없다 정말. 바르셀로나는 가우디로 지금까지 먹고 사는 거니까. 그렇게 많은 일들을 해놓고 말년이 너무 ㅜㅜ 트램에 치여 길바닥에 쓰러져있어도 그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고 노숙자인 줄 알고 방치되었다 사망. 정말 슬프고 마음이 아팠다. 그가 만들어놓은 건물들 하나부터 열까지 사람을 위해 만든 게 뼈져리게 느껴졌고 애정이 묻어나서 참 좋았다. 감각은 말할 필요도 없고. 그런 사람이 정작 자신은 평생 홀로 외롭게 살았을 거 생각하면 마음이 짠해진다 정말. 미켈란젤로와 같이 짠해짐.

작가들 작품들 얘기가 넘 길어졌는데 차후 세세하게 포스팅해야겠다. 호불호가 딱 나뉨 ㅋ 그냥 보고서 딱 좋은 그림. 갖고 싶은 그림이 최고다 무조건.

명작들이 발에 채이고 말도 안되는 작가들 그림이 한 방에 마구 놓여있고. 관람객들은 오디오 가이드 없는 명작들은 못알아보고 그냥 지나치니 참 답답했음.

로스코 작품은 통로에 막 대충 걸려있고 ㅋㅋ 마티스 작품은 아무도 못알아보고 지나감 ㅋ 한국 오면 메인 작품으로 겁나 아우라 있게 조명받고 있을 그림들이 막 걸려있음 ㅋㅋ

4. 마드리드에서 본 노을

예뻤다. 낭만적이었다. 줄서서 기다린 보람이 있었음.

5.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와 하몽&멜론

올리브 오일이 이렇게 맛있는 거였다니... 그동안 먹은 건 뭐였을까 싶었다. 맨빵에 발사믹 식초도 없이 오일만 찍어먹어도 넘나 맛있었다. 이탈리아, 스페인 식당 테이블에는 올리브 오일이 비치된 곳이 많았음. 하나같이 다 엑스트라 버진.

그리고 하몽... 원래 그닥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스페인 멜론이 정말 달달하다... 하몽과 같이 먹으니 끝도 없이 들어감. 조식 때마다 계속 털어먹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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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1. 밀라노는 다시 가지 말자.

두오모와 최후의 만찬은 좋았지만 더럽고 짜증나는 몇몇 이탈리아 애들 땜에 질렸음. 아무튼 이탈리아는 정말 다시 가진 말자. 베니스 갔다온 걸로 이제 우린 아디오스. 이러다 남부 쪽은 다르겠지 하고 또 갈지도;

암튼 이탈리아는 전반적으로 스페인에 비해 별로. 너무 비교됐음. 영문재직증명서도 떼갔는데 이탈리아에선 모두 노! 스페인에선 가우디 빼고 다 오케이! 미술전공이면 그 주옥같은 작품들을 언제든 무료로 자유롭게 볼 수 있다니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나라.

그것 말고도 전반적으로 스페인이 압승.

2. 사람. 사람. 사람.

가는 곳마다 사람에 치였음. 유럽 애들 전부 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 휴가 왔나봄.

3. 천재는 너무 많고 나는 전업작가 안하길 잘했음

뭐 이건 전부터 느꼈던 거지만 ㅋ

4. 유럽은 물가가 후덜덜

성수기라 비행기표가 싼 것도 아니었고. 호텔로만 예약해서 숙박비도 장난없었음. 무엇보다 식비가 ㅋㅋ 여행이니까 그리 먹었지 한국돈으로 환산해보면; 그냥 미친척하고 돈지랄 하고 옴. 배고프면 근처에 구글 평점 보고 들어가 먹었는데 그래서인지 한국 사람들은 거의 못봄. 음식이 괜찮긴 했지만 비싸고 한번은 완전 실패함. 보니까 한국사람들은 가성비 괜찮은 음식점을 귀신같이 아는 듯함 ㅋㅋㅋ 서양 애들은 비싸게 주고 여유있게 먹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 돈이 안아까웠겠지만 우리는 그런 곳을 속전속결로 먹고 와서 돈이 좀 아까웠음; 역시 한국사람이라 어쩔 수 없는건가-

어쨌든 음식 크게 기대했었는데 돈 쓴 것에 비하면 전반적으로 아주 맛있진 않았음. 그 돈이면 한국에서 아주 다양하게 진수성찬으로 뽑아먹을 수 있겠음..

5. 시간을 들여야 기억에 남는 듯

여백이 별로 없었던 여행이라 아쉬웠음. 다음엔 절대 많은 도시를 둘러보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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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정리 마저하고 집도 청소해야하고 할일이 많다. 여행 갔다온 건 천천히 정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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