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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5일(금) 이론상 완벽한 남자/ 취지는 좋았지만 어쩔 수 없구나

by artist_nao 2017.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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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짓기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얼마 전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이론상 완벽한 남자>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의뢰인 여자는 최소한의 충족 조건을 3가지 제시하고, 여자의 간단한 프로필을 보고 지원한 남자들이 후보가 된다. 여자나 남자나 상대의 구체적인 스펙은 알 수 없다. 

1라운드는 여러 질문에 O,X로 대답하여 후보자들이 의뢰인과 취향이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보고, 상위 몇 명만 통과된다. 2라운드는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등 오감과 관련된 것을 테스트, 마지막 최종 테스트는 여자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나 행동, 취향 등을 걸러낸다. 

독특한 점은 의뢰인과 후보자들의 몸에 센서를 부착하여 감정을 분석하는데 나름 정확해보인다는 것. 어쨌든 보고 있으면 생각보다 재밌다. 의뢰인마다 각각 개성이 다르고 또 후보자들도 다를 텐데 개 중에 또 취향이 일치하는 사람이 있는 걸 보면 신기하긴 하다. MC인 신동엽과 김희철도 재밌고 (특히 김희철은 진짜 정말 웃긴 것 같다. 머리도 잘 돌아가고 똘끼가;; 맨날 보면서 미쳤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ㅎㅎ) 게스트들도 괜찮다. 

그래도 후보자들을 낱낱이 분석하는 점 때문에 의뢰인은 '여자'로만 못박은 거겠지. 우리나라 정서상도 그렇고. 여자후보자들을 캡슐 안에 주르륵 넣어놨으면 욕 좀 먹었을텐데... 이런 거 보면 참 그렇다. 그래도 이론상 완벽한 여자도 좀 해주지~

어쨌든 '의뢰인'의 이론상 완벽한 남자기 때문에 누가 그 남자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예측하기도 힘들고. 지금 몇 회 정도 진행이 됐는데 보면서 드는 생각이


1. 취향이 비슷하면 정말 좋은 짝인걸까?

 - 취향이 비슷하면 친구로는 좋겠지만, 남녀 관계에서는 과연 이득인 걸까? 특히 결혼과 출산까지 생각한다면 좀 생각해볼 문제이다. 친구나 애인으로서는 성격이나 취향이 비슷할 때 데이트도 편하고 통하는 게 많겠지만, 결혼 상대자로 본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서로 좀 달라서 보완이 되는 게 생존에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전적으로 2세를 생각해도 그렇고. 프로그램 말미에 커플이 된 두 사람이 따로 만나 데이트 하는 후기가 나오는데 과연 쭉 계속 만나는지 궁금하다. (많은 후보자들을 제치고 이루어진 커플이라는 스토리 때문에 특별함을 갖게 되어 계속 만날 수는 있겠지만...)


2. 의뢰인(여자)들마다 성격이나 취향은 각기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 여자들은 공통적으로 남자 후보자들의 '자신감', '남성성'을 높이 평가했다. 각기 취향은 달라도 본능적으로 남성성을 선호한다는 이야기. 특히 청각테스트에서는 하나같이 주저하거나 끝을 흐리는 목소리보다는 자신감 있는 목소리를 뽑았다. 또 촉각 테스트에서는 다부진 체격과 탄탄한 몸이 유리할 때가 많았다. 이건 남자들의 직업과도 연결되는 걸 볼 수 있다. 늦게까지 남아 있던 후보자들이 직업적으로도 안정된 경우가 많았다. 직업의 종류를 떠나 자신만의 전문성을 가진 남성이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 아직 취업 전인 아르바이트생이나 대학생인 경우 묘하게 자신감이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일반화의 오류가 있을 수 있지만) 


3. 남자 후보자들은 의로인 여성의 '외모'를 보고 지원한다.

- 남자 후보자들은 지원 시 의뢰인의 전신이 담긴 사진과 몇 문장의 해시테그를 보고 지원한다. 되게 웃긴 게 의뢰인은 남성의 외모나 스펙 등등을 볼 수 없는데, 지원한 남성은 여자의 외모와 몇 개의 성향만 보고 지원했다는 것이다. 어차피 남성 후보자들도 의뢰인 여자와 취향이나 오감 테스트 등을 같이 맞춰가는 것이기 때문에 이 점에선 의뢰인과 후보자 간의 차별점이 없는데, 중요한 건 남자 후보자들은 애초에 여자의 '외모'를 보고 지원했다는 것이다.;;;  

반면 여자 의뢰인은 단지 세 가지 조건만을 걸 수 있다. 이것도 진짜 웃긴 게 이 세 조건에 남자의 외모나 스펙 등은 의도적으로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예를 들면, 화장실에 다녀온 후 꼭 손을 씻는다. 나이가 나보다 연상이다. 등 별 시덥잖아 보이는 조건들이다.) 남자 후보자들은 지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외모'를 보게 해주면서, 여자 의뢰인의 요구사항은 제대로 반영이 안되어 있다. 

우리 프로그램은 외모와 스펙은 다 배제하고 무조건 성향이 일치하는지만 봐~ 요렇게 허울좋게 표방은 하지만, 실제로는 너네 여자들 남자 외모랑 스펙 보는 거 진짜 별로야. 그게 다 빼고 순수하게 취향이 맞는지만 보렴~ 대신 남자들은 여자 외모가 무조건 일순위지! 요러구 있는 셈. 표면적으로는 의뢰인 여자가 '갑'이 되어 '을'인 남자 후보들 중 하나를 고르는 것 같은 모양새지만, 제대로 보면 의뢰인 여자를 농락하고 있는 셈이다. 외모와 조건을 보고 남자를 고르는 여자를 제대로 까는 식. 남자 후보자들이 떨어질 때마다 떨어진 후보자의 직업, 특이사항 등을 보여주는데 아닌 척 하지만 그거 쌤통이다 이렇게도 볼 수 있다. 게다가 여자는 테스트 때 빼고는 장님에 귀머거리 신세. 

의뢰인 여자는 프로그램에 나오기 위해선 '출중한 외모'를 가져야 하지만, 지원한 남자들은 딱히 요구받는 조건이 없다. 뭐 떨어져도 손해볼 건 없다. 심지어 4번째 연속으로 나오는 후보자도 있다. 대신 여자는 꼭 누구 한 사람과 연결이 되어야만 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크다. 결국 남자 후보자 입장에선 우선 외모는 보고 지원했고, 취향까지 맞으니 감사합니다 땡큐인데. 여자 입장에선 거르고 거른 취향일치남이 마음에 들 확률은?? 남자나 여자나 같은 선상에서 출발해야지. 외모, 스펙 안보기로 했으면 둘 다 안보고 프로그램에 나와야지.

만약 <이론상 완벽한 여자>를 뽑는다면 지금의 포맷으로 똑같이 적용할 수 없을 것이다. 


프로그램 취지는 참 좋았다. 그렇지만 가만히 뜯어보면 무척이나 위선적이다. 여자 의뢰인 위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여 남녀차별이라 느낄 수 있지만 그 속은 철저히 반대이다. 프로그램 컨셉부터가 철저하게 남성 위주의 시각으로 만들어졌다. 제대로 만들었다면 외모와 스펙 다 뺀, 순수하게 취향과 본능만으로 상대를 찾는 무척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됐을텐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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