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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드라마 리뷰] 오징어게임/ 몰입감을 높이는 요소- 보색대비와 삼원색, 기본 도형/ 색감과 형태를 활용한 영리한 연출, 그치만 싫다.

by artist_nao 2021.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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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서 매일 떠들길래 궁금해서 봤는데 뭔가 다 보고 나니 영화 <기생충>이 생각나서 기분이 더러워졌다. 그래도 기생충보다는 덜 더러웠다. 그것보단 좀 쌈빡한 느낌이라.

요즘 드라마나 영화의 미덕은 몰입감을 최대치로 끌어내자인 것 같은데, <오징어 게임>은 모든 요소들이 그것에 집중되어 있다.

일단 색감. 색감이 진짜 예쁘고 튄다. 미술감독이 굉장히 영리한 사람이다. 물론 감독의 지시도 있었겠지만.

영화 속 눈에 띄는 시각적 연출을 정리해보자면,

1. 화면의 배색이 <보색>일 때가 굉장히 많다.
보색은 서로 반대되는 색으로 같이 붙여놨을 때 아주 강렬하게 대비를 이루는데, 두 가지 색이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더 강렬하고 선명하게 보이게 한다.

아래 색상환에서 봤을 때 서로 마주보고 있는 색이 보색이다.

오징어게임에서는 이 수많은 보색 중에 <빨강-초록>이 줄기차게 나온다. (화면에서는 약간 진분홍과 청록으로 비쳐진다)

빨강, 초록, 노랑이 보이고, 파랑(벽 하늘색과 우산 모양)도 보인다.
문과 등번호도 빨강, 배경은 하얀색(무채색)
밑에 깔린 매트도 빨강-초록 무늬.. 소름돋는다.


왜 빨강과 초록일까?

- 빨강은 주목성이 높다.
색 자체만으로도 가장 튄다. 가장 강렬한 색으로 초록과 보색을 이뤄 더 강해진다.

- 빨강은 피, 위험성, 자극, 공포 등을 상징한다.
참가자는 초록색 츄리닝을 입고 요원들은 빨간색 옷을 입고 다닌다. 참가자들이 죽어나갈 때마다 피가 쫙 튀기는데 녹색 옷 위에서 빨강이 더욱 돋보여 더 자극적으로 눈에 들어온다.

참가들이 경기장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벽도 주로 분홍색(빨강)이 많다.

영화 후반 이정재 빨간 머리도 변화, 공격 등의 상징성을 지닌다.

2. 삼원색을 주로 사용해서 색감을 단순화시켰다.

참가자들이 등장하는 장소는 거의 모두 삼원색(빨강, 노랑, 파랑-대신 빨강과 보색을 이루는 초록)으로 단순화되어 있다. 나머지 배경은 흰색, 회색, 검정 같은 무채색이다. 빨간과 초록 사이에 <노랑>이 중간다리 같은 역할을 해서 삼원색이 균형을 이룬다.

놀이기구, 바닥(운동장), 경기장 라인, 경기장으로 가는 계단 일부 등이 노란색이다.

빨간색은 약간 핑크빛이 도는 색을 써서 현실이 아닌 약간 환상적인 느낌을 주도록 연출한 것 같다.

바닥은 노란색, 침대와 벽 등의 배경은 무채색


3. 동그라미, 세모, 네모 세 가지의 기본 도형을 활용해 단순화하여 몰입감을 높인다.

세 기본 도형은 굉장히 여러가지를 상징할 수 있는데 오징어게임에선 그다지 뭐 깊은 의미를 부여하진 않았다. 요원들 계급을 나누는 용도로 씌였으나 그것보단 화면을 단순화시키고 주목성을 높이는 데 사용된 듯하다.

일단 요원들 얼굴 자체가 동그라미, 세모, 네모로 큼직하게 되어 있어 화면을 볼 때 집중을 시킨다. 이런 기본 도형은 어린 시절 놀이기구, 뽑기 모양, 저금통, 오징어게임의 틀(영화 타이틀에 요 기본 도형 세 개를 강조해서 넣었다) 등 드라마 내 여러 요소들과 연관이 있다.

4. 대비, 대비, 대비

위 1번과 2번 (보색대비와 기본도형)은 참가자들이 지내는 장소(게임이 벌어지는 곳)에서만 극대화되고 있다. 최대한 단순화시키고 시각적으로 몰입을 시켜 시청자들로 하여금 완전히 다른 세계로 빠져드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반면 드라마 초반과 후반의 현실세계는 화면 자체 톤이 무채색이다. 또 vip들이 모여앉은 곳도 어두운 톤으로 경기장과는 대비된다. 대신 바깥 현실세계와는 구분되도록 원초적인 느낌으로 연출했다.

또 하고 많은 게임 중 왜 어린 시절 추억의 놀이를 소환했을까? 어린시절 순수하게 즐겼던 게임 그때의 느낌을 불러와서 잔혹한 현실과 대비를 시킨 것이다. 단순히 재미를 위해 게임을 운영하는 것, 보스는 순수한 재미를 추구하지만 참가자들의 현실은 끔찍하다.

어린아이는 순수하지만 잔혹하기도 하다. 선악의 개념이 아직 정립되지 않아서다. 드라마 속 게임을 보고 있노라면 웃으면서 순진하게 잡은 잠자리를 들여다보다가 웃으며 날개를 뜯어버리는 아이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드라마 말미, 보스의 멘트를 들으면 왜 이렇게 연출했는지가 보인다.

그래도 그냥 나빴다.

너무 잔인하고 피가 튀기는데 그걸 너무 순수하고 예쁘게 담아낸 게 너무 싫다. 그리고 어떻게든 자극과 집중을 주려고 색과 도형을 쓴 게 싫다. 예쁘게 포장되어 리본까지 달려있는 관짝이 매우 불쾌하고 더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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