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제대로 못잤는데 어제는 한숨도 못자고 일어나 출근을 했다. 이틀 연속 못자서 넘 힘들었는데 운전은 할 수 있을까 가서 쓰러지면 어쩌나 걱정을 하다가 내심 차라리 쓰러지면 그 핑계로 병가를 쓰자 싶었다.
막상 아이들을 만나고 수업을 하는데 애들 얼굴도 잘 못보겠고 마음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일년 전만 해도 아이들이 교무실까지 찾아오고 예쁘다는 말을 정말 많이 해줬었는데 벌써 여러 학급을 들어갔는데도 그런 말을 아예 듣지 못했다. 얼굴이 망가졌다는 건 너무 슬픈 일이다.. 외모가 전부는 아니지만 적어도 아이들과 첫 인사를 할 때 이미지가 중요하고, 또 교사에 대한 관심은 수업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마음의 준비는 했었다. 그동안 호감형 이미지만 믿고 수업 연구는 게을리한 게 아니었나 싶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그냥 아이들인데.. 오히려 성인들을 대할 때보다 낫지 않을까 했었다. 그런데 아이들이기에 반응은 더 솔직하다.
내가 봐도 핼쓱해보이고 아파보이는 이상한 얼굴이.. 근육이 싹 빠져버린 얼굴은 정말 이상하다.. 살이 빠진 것과는 너무 다르다.
일년 전 환호를 질렀던 아이들이었는데.. 이번에 본 친구들은 완전히 무반응... 오전에는 두 학급 수업이 각각 두시간씩 블럭타임으로 있었는데, 두 번째 반 들어갈 땜 정말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 애들은 나한테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수업을 진행하면서 아이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수업으로 교감을 하면서 오랜만에 느껴보는 그 반짝거리는 눈빛이 정말 보기 좋았다. 그 때의 학생들의 반응은 예나 지금이나 같았다.
앞으로 나이는 더 먹을 것이고 외모는 영원하지 않을 거다. 그 때 진짜 빛나는 건 수업 전문성과 교사의 인성이다. 외모로 호감을 사는 건 잠시 잠깐이고, 사람들이 오랫동안 누군가를 좋아하고 따르는 건 그 사람의 마음씨와 그 사람만의 능력, 그 사람과의 교감, 그런 것들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작용을 겪은 후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눌 때도 더 진솔한 이야기들을 할 수 있었고, 그동안의 내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특히 남편에게 있어서... 그동안 많이 표현해주지 않는다고 투정만 부리고 일방적으로 사랑을 요구했던 것 같다. 서로 나이가 들면 외모보다도 서로를 배려하고 챙겨주는 따뜻한 마음이 서로를 더 사랑하게 만들 것이다. 또 외모보다는 인성과 능력으로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싶고, 나이가 들수록 그게 더 필요할테니까..
오늘 하루동안 천국과 지옥을 왔다갔다한 기분이다.
친구와 이야기했던 곽세라 작가의 <모닝콜>이라는 책에서처럼 어쩌면 무엇에 홀린 듯 충동적으로 보톡스를 맞았던 건 더 소중한 걸 깨닫기 위해서, 태어나기 전 내가 계획했던 것은 아닐까.
더이상 자책과 후회는 하지말자..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자. 새 근육과 살이 오르는 것처럼 내 힘겨웠던 마음을 비우고 새 마음으로 다시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간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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