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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달팽이 키우기/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by artist_nao 2018.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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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 정도 키운 명주 달팽이를 오늘 놓아주었다. 먹이를 주거나 집을 치워줄 때 가끔 미친듯이 질주하는 팽이를 보고 항상 짠한 마음이었는데 날씨가 따뜻해지고 비가 내리길 기다렸다.

얼마 전에 봤던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에서 여주인공이 사랑하는 특이 생명체를 놓아주려고 비가 오고 운하가 열리는 날을 기다린 것처럼, 우리도 비가 오는 날을 기다렸다. 날씨도 많이 따뜻해졌고 연속 3일 내내 비가 온다고 하여 상추 여러 장 안에 팽이를 고이 넣고 아파트 앞 큰 화단에 놓아주었다.

생각해보면 빨리 놓아주었어야 했는데 처음 쌈채소에 끼여 우리집에 왔을 때 너무나 작은 새끼여서 조그만 키워 놓아주자 했고, 조금 컸을 때는 겨울이 와서 겨울만 나고 놓아주자 하였다.

이제 마음껏 돌아다니고 또 짝을 만나 애기들도 낳고 하겠지. 돌이켜 보면 처음에는 굉장히 활발했는데 점점 시간이 지나니 우리 안에서 길들여졌는지 잘 돌아다니지도 않고 먹고 자고 싸고만 반복했었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될 수 있는 아이를 그냥 숨만 쉬고 사는 돼지로 만들어버린 게 아닌가 싶었다. 너무 오래 갇혀있었다. 얼마 전에 본 영화 <쇼생크 탈출>이 생각난다. 내가 무슨 짓을 한거지 ㅜㅜ

그래도 폭풍성장해서 몸도 많이 컸고 원래 성향 자체도 활발하니 잘 적응하겠지. 앞으로는 딸려들어온 아이는 처음부터 놓아줘야지 키우진 말아야겠다. 더군다나 달팽이는 야생이고 명주달팽이는 백와나 흑와 달팽이같은 외래종처럼 애완용으로 키우는 달팽이도 아니다. 부디 잘 살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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