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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의 일기

3월 26일(화) 인간은 적응의 동물

by artist_nao 2019.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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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일이 미친듯이 바쁘다... 한숨 돌리려나 싶으면 또 나오고 또 나오고 ㅋㅋㅋ

무엇보다 요즘 취침 및 기상 시간을 보면 난 완전히 새 사람이 된 것 같다;

6시 25분 기상, 취침은 12시-1시경. 어제는 무려 11시 갓 넘어 잠자리에 들었다. 6시 40분 정도 일어났었는데 아침 약 때문에 기상 시간이 당겨졌다 ㅜ

이번 주 금요일은 시험관 냉동 시술 예정일... 지난 번 유혈 사태로 시험관은 다신 안하기로 했지만 뭐 냉동은 과배란하는 게 아니니 부담은 덜하긴 하다. 선생님을 설득하여 아스피린은 뺐지만 대신 헤파린 주사가.... ㅠㅠ 어제부터 맞기 시작했는데 아프긴 더럽게 아프다.... 이름이 크렉산인데 전에 맞아본 것 같진 않다.

아마도 전에 냉동 할 때는 매일 프로게스테론 주사를 맞았는데 그거 대신 프로기노바 약을 먹고 혈전 방지 배주사를 맞는 것 같다. 엉덩이 주사 맞을 때도 프로기노바는 먹었던 거 같기도 하고 긴가만가..

어쨌거나 매일 병원을 가는 수고는 없어 편하긴 하지만 아침 저녁 질정에 프로기노바 하루 2회 복용, 게다가 항생제까지 아침 저녁으로. 아주 복잡해죽겠다. 여기에 기존에 먹던 각종 영양제까지 먹으려니 밥보다 영양제랑 약을 더 많이 먹는 것 같다;

뭐 일을 해서 정신없이 바빠서 그런가 약이나 주사의 효과(짜증, 히스테릭 등등...) 는 덜한 거 같다. 과배란이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자연주기 요법으로 약을 최소화해서 그럴 수도 있고. 사실 시험관을 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다 ㅋㅋ 선생님 말씀으론 유럽에선 시험관 시술 받고 자전거 타고 집에 간다고들 하니까;

2019년. 일을 시작하면서 모든 게 뭔가 촥촥 정리됐다. 이혼 생각을 하고 혼자 살 집을 보러 부동산까지 가고 집도 몇 집 봤었는데; 지금 집 계약기간 때문에 좀 미루다보니(무엇보다 마음에 든 집이 한달 반 뒤에야 나간다고 해서) 벌써 3월이 다 지나갔다. 미친듯이 바쁜 3월만 지나고 생각해보자 했는데 시험관을 하고 앉아있네.

언제부턴가 인생의 중요한 것들이 정말 믿기 어려울만큼 단순하고 즉흥적인 이유들로 결정되고 있다.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결정내리고 있었던 건데 표면상 그렇게 보이는 걸지도)

예를 들면, 결혼 날잡고 헤어지자고 했다가 한 달 만에 다시 만난 자리에서 아이스크림 먹다 말고 우리 결혼식을 어떻게 하지 하다가 결혼한 거랑,

내가 집 얻어 나가는데 가스렌지를 들고 가면 남편은 어떻게 라면을 끓여먹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살림살이를 다 나누자니 그것도 귀찮아 이혼 생각을 접는 거랑,

다른 누군가를 만나 함께 살기 시작해서 샴푸 뚜껑을 닫네 마네로 투닥거리며 조율하는 게 진짜 엄두가 안나고, 무엇보다 함께 사는데 전남편은 안그랬는데(얜 왜이래) 이런 생각이 들면 진짜 최악이지 않을까 싶어 이혼이 망설여지는 것도 있다. 그만큼 피터지는 인고의 세월로 서로 맞물리게 깎아놨는데 다시 그짓을 처음부터 한다는 건.... 음. 지옥을 두 번 가는 느낌일지도 ㅜ

바뀐 생활패턴에 대해 글을 쓰다가 시험관에 결혼과 이혼까지 정말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써버렸다; 어쨌든 중요한 포인트만 정리해보자.

1. 이번 냉동은 전혀 기대하지 않고 있음. 안되더라도 최소 올해는 난임병원을 안 갈 예정.

2. 일에 매진하고 싶다는 마음. 적어도 올해 맡은 우리 반 아이들은 내가 마무리까지 데리고 가고 싶은데 ㅜ 임신이 되면 우짜지 하는 걱정. 그치만 될지 안될지 모르니 걱정할 필요가 없음.

3. 건강이 최우선. 일찍자고 하루 수면시간 6-7시간 확보.

4. 운전할 때 제발 욕 안하고 과속하지 않기- 이건 진짜 자신없는데 정말 시험 합격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듯 하다........ 이게 되면 난 성인군자의 반열에 오를거야 아마도.

아주 단순하다 ㅋㅋㅋㅋㅋ 입원하고 나서 건강이 최우선이 됐다.

2인실로 옮긴 후 옆 침대에 계시던 암 말기 아주머니 분이 얼마 전 돌아가셨다고 한다... 엄마한테 문자가 왔는데 따님이 보낸 것 같다 하셨다. 딸 이름이 나랑 같다고 신기해하셨었는데, 그 때만 해도 정말 괜찮아보이셨다. 마음이 정말 무거웠다. 며칠 못뵙긴 했지만 퇴원할 때도 괜히 죄송하고 뭐 먹을 때도 죄송했던 기억이 난다.

아주머니께서 아프면 나만 손해라고 그러셨던 게 생각난다. 다음 생엔 정말 건강하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다.

건강하게 하루하루를 잘 살아나가는 것, 그게 중요한지 모르고 스트레스 받고 욕심부리고 했었는데, 늘 마인드 컨트롤을 하도록 노력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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