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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아사코 / 나의 꿈은, 열정은, 사랑은 그 때의 것이 아니다.

by artist_nao 2019.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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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그냥 그렇네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여운이 남는 영화였다. 평점이 그다지 좋진 않은데 난 나름대로 굉장히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아래 내용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론 표면적으로만 영화를 보면 말도 없이 아사코를 떠난 바쿠는 천하의 개쓰레기이고, 바쿠와 똑같은 얼굴을 한 료헤이는 다 알면서도 그녀를 한없이 사랑해주는 천사다. 돌아온 바쿠에 잠시 흔들린 아사코도 개쌍x 취급 받을테고.


(사진 출처: 다음 영화)

하지만 영화는 영화다. 아사코에게 바쿠는 영원할 것만 같은 사랑, 열정, 젊음, 인생의 가장 빛나는 것이었다. 그런 바쿠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고, 일상을 살아가던 그녀는 바쿠와 같은 얼굴인 료헤이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는 얼굴만 같을 뿐 바쿠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걸 알고 피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지진이 발생하고 정신없이 피하던 중 아사코는 료헤이를 만나게 된다. 그렇게 위기 상황 속에서 둘은 함께 살며 서로를 보듬어 가기 시작하고 정이 든다.

하지만 그녀는 바쿠를 잊지 않았다. 모델로 성공한 바쿠에게 그녀는 팔을 휘두르며 자기를 봐달라는 듯이 인사를 건넨다. 그녀의 젊은 날, 꿈과 열정에 대한 작별인사마냥.. 바쿠가 그녀를 찾아오니 순간 충동적으로 바쿠를 따라 나선다. 료헤이라는 안정감을 버리고 나온 것이다. 그러나 바쿠는 그 때의 바쿠가 아니다. 나의 꿈은, 열정은 그 때의 것이 아니다.

바쿠는 파도소리가 들리는 높디 높은 벽 앞으로 그녀를 데리고 가고, 저 멀리 파도치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녀는 바쿠를 떠나 보낸다. 그리고는 혼자 벽을 타고 올라가 바다를 바라본다.

때로는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는 것도 있는 법. 청산하지 못했던 과거와 완전히 이별을 하고 후련한 마음으로 다시 료헤이에게 돌아가는데, 괴로워하던 료헤이는 또 받아준다.

그들은 새로 이사한 강이 내려다 보이는 보금자리에서 다시 시작하게 될 것이다. 물론 료헤이는 아시코에게 앞으로 평생 널 믿을 순 없을 거라고 이야기하지만, 어쨌든 시간은 흐르고 그들은 일상을 보내겠지. 료헤이의 말처럼 강은 더럽지만 아름답다.

아사코는 바쿠가 떠난 날부터 멈춰 있던 시간을 그녀 스스로 깨고 나와 바다와 같은 새로운 미래를 찾았다. 그건 비록 미친듯이 끌리는 그런 느낌은 아니지만 그녀에게 안정감을 준다. 엉망진창이 됐지만 마음은 후련하고 가볍다. 새로운 곳에서 그녀는 이제 그녀만의 새로운 일도 찾게 될 것이다.

조연으로 나오는 료헤이의 직장 동료, 쿠시하시와 아사코의 룸메이트인 마야의 스토리도 굉장히 인상적인데, 한 때 연극 배우를 꿈꿨던 쿠시하시는 현재 배우로 활동 중인 마야를 초면에 비난한다. 하지만 그건 자신의 질투에서 비롯된 것임을 실토하고 용서를 구한다. 결국 둘은 커플로 이어진다.

아사코를 주축으로 바쿠와 마야는 ‘꿈, 열정, 불안정, 이상’ 등을 상징하고, 료헤이와 그의 동료 쿠시하시는 반대선상에서 ‘안정, 현실’ 을 나타내고 있다.

영화 제목이 왜 주인공 이름인 ‘아사코’일까? 단순히 남녀 간의 사랑에만 초점을 맞춘 거라면 다른 제목이었을 것이다. 아사코는 그냥 평범한 우리와 같은 ‘사람’을 지칭하는 게 아닐까.

아사코는 ‘아침’, 바쿠는 ‘밀’이라는 뜻을 지닌다. 바쿠를 따라나선 그녀가 새벽녘에 바다를 보고 동이 트자 료헤이와의 새 보금자리를 애타게 찾아갔던 장면이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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