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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영화 리뷰] 플립 Flipped / 부분과 부분, 그리고 그 이상의 전체

by artist_nao 2019.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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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립>, 예전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였는데, 와 기대 이상이었다. 그냥 풋풋한 첫사랑 이야기겠거니 했는데 사랑은 떡밥이고 그 속은 아주 꽉 차있다.

영롱하게 빛나던 나의 꿈과 열정이 현실과의 타협으로 빛이 바래지면서부터 이런 영화는 사실 보기가 꺼려진다. 내 안의 위선과 아픔을 건드리기 때문에. 영화 속 남자 아이의 아버지처럼 화를 내고 싶어진다.

(아래 내용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사진 출처: 다음 영화)

앞집으로 이사온 남자아이를 본 순간 첫눈에 반한 줄리는 그 날 이후 그 애한테 엄청 들이댄다;; 영화는 처음에는 남자주인공인 브라이스의 시점에서 그리고 이후에는 줄리의 시점에서 다시 한번 그려진다.

줄리와 브라이스의 연애사(?)는 순탄치 않은데, 사실 이는 극과 극인 두 집안의 분위기가 바탕이 되고 있다. 화가인 줄리의 아버지와 정확히 직업은 안나왔지만 왠지 금융계나 딱딱한 사무직일 것 같은 브라이스의 아버지.

자유롭고 반짝이는 줄리와 번듯하게 잘생기고 예의 바르지만 어딘가 답답해보이는 브라이스는 각자의 아버지를 닮았다.

두 꼬맹이들이 투닥투닥하는 와중에 결정적으로 브라이스의 외할아버지가 큰 역할을 하여 두 집안과 두 아이는 한층 가까워진다.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하는 외할아버지는 줄리에게서 아내의 모습을 발견한다. 어딘가 억눌려있는 브라이스의 집과 외할아버지는 대조를 이루는데, 영화의 백미는 두 집안이 모인 식사자리가 아닐까 싶다.

서로 다른 듯 보였지만 숨겨져 있던 비슷한 상처와 아픔, 갈망 등이 교차되며 이 식사 자리는 두 집안에 변화를 이끌어내는 기폭제가 된다. (사실 이 부분에서 많이 아쉬웠던 건 브라이스 아버지의 과거가 살짝 드러나기만 하고 그대로 묻힌 점이다. 누군가는 떡밥 회수가 안됐다라고도 표현하던데;)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바로 줄리가 나무에 올라가 풍경을 바라보는 씬.


줄리의 아버지는 그녀에게 말한다.

“항상 전체 풍경을 봐야한단다. 그림은 단지 부분들이 합쳐진 게 아니란다. 소는 그냥 소이고, 초원은 그냥 풀과 꽃이고, 나무들을 가로지르는 태양은 그냥 한줌의 빛이지만 그걸 모두 한 번에 같이 모은다면 마법이 벌어진단다. ”
줄리가 좋아하던 나무 위에선 바로 그 풍경이 마법같이 펼쳐져서 줄리에게 황홀감을 선사한다. 나무가 베어졌을 때 줄리의 마음을 알아준 사람은 화가였던 그녀의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줄리에게 베어 없어진 나무의 그림을 그려주었고 줄리는 방에 걸어두고 매일 그림을 보며 그 때의 풍경을 기억한다.

부분과 부분을 보지 않고 전체를 보는 것. 정확히 말하자면 그 전체의 ‘의미’를 볼 수 있는 사람.

브라이스의 외할아버지는 브라이스에게 이야기한다.

“어떤 사람은 평범한 사람을 만나고, 어떤사람은 광택나는 사람을 만나고, 어떤 사람은 빛나는 사람을 만나지. 하지만 모든 사람은 일생에 단 한번 무지개 같이 변하는 사람을 만난단다. 네가 그런 사람을 만났을 때 더이상 비교할 수 있는게 없단다. ”

영화를 보다보면 가슴에 확 꽂히는 대사들이 참 많이 나온다. 그럴 때마다 참 그리워지면서도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든다.

보통 한 번 본 영화를 다시 보는 게 참 어려운데 <플립>은 다시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몇 안되는 영화이다. 처음 봤을 때 놓친 것들을 다시 찾아내고 싶다. 다시 보면 구석 구석이 더 잘 보일 듯하다. 정말 어렵고 힘든 주제를 굉장히 쉽고 예쁘게 표현한 아주 영리한 영화.


영화 초반 아역 배우들 표정이 정말 귀엽다.


브라이스. 영화를 보다보면 아주 감탄이 나온다. 감독인 로브 라이너가 남자 주인공 외모에 엄청 신경썼다고 하던데 아주 꽃돌이다. 캘런 맥오리피. 지금은 미모가 이 때만 못한 것 같다 ㅜ 줄리는 사실 첫 눈에 외모에 넘어간거야.... 누구라도 안 좋아할 수가 없는 잘생김. 영화보면서 좀 갸우뚱했던 게 줄리가 브라이스를 도대체 왜 좋아하지?? 향기없는 꽃 같은데 했더니- 일단 예쁜 꽃에 넘어간 거였어 ㅋㅋ 향기는 정말 만들어내는 수준;;; 사실 이점은 좀 아쉽고 납득이 잘 안간다. 뭐 어쨌든 줄리는 브라이스 얼굴에 넘어 갔고 브라이스는 줄리의 매력에 넘어간 셈인데, 바보 온달도 평강공주를 만날 수 있지만 문제는 잘생긴 바보여야 된다는 것;; 어쨌든 사랑도 기브 앤 테이크인건가. 서로에게 결핍된 걸 채울 수 있으니까.


줄리가 봤던 그 풍경을 브라이스가 같이 봤더라면 이런 모습이었겠지? 아름다움을 함께 보고 그걸 같이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순간에는 아마 죽여도 여한이 없을 것이다. 브라이스가 줄리의 소울메이트가 되려면 좀 더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나중에 내 아이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영화. 또 줄리의 아버지같은 그런 엄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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