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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리뷰] 이별의 아침에 약속의 꽃을 장식하자 Maquia: When the Promised Flower Blooms / 무한에서 유한을 바라볼 때

by artist_nao 2019.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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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특이하고 평도 좋아서 보게 된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이지만 내용 자체가 스케일이 커서 2시간 남짓한 런닝타임으로는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아래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음/ 사진 출처: 다음 영화)

영원히 늙지 않고 살아가는 종족과 인간 사이의 전쟁이 배경이 되고, 주인공 마키아는 전쟁 속에서 살아남아 산전수전을 겪는다.


마키아는 인간세계에 떨어져 전쟁 속에 고아가 된 갓난 아기를 발견하고 아이의 엄마가 되어 준다. 어린 나이에 엄마 노릇이 서툴지만 아이에게 아리엘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살뜰하게 보살핀다. 아이는 점점 커가지만 엄마인 마키아는 어린 모습 그대로이고, 혼란을 느낀 아리엘은 엄마 곁을 떠난다... 이후 극적으로 재회하게 되고, 아리엘이 죽음을 맞이할 때도 곁을 지킨다.

사실 이 애니메이션은 줄거리를 이야기하는 게 의미가 없다. 아름다운 영상과 재페니메이션 특유의 느낌(약간 오글거릴 수 있는)과 분위기가 주인공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이끌어준다. 큰 틀만 보자면 인간의 유한성과 모성애가 어우러져 감동을 자아내는데 지금껏 많이 나왔던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차근차근 담백하고 담담하게 쌓아올려 독특한 느낌을 준다.

주인공 마키아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작품을 보는 중간 중간 눈물이 났다가 후반부에 몰아치며 펑펑 울지 않고선 배길 수 없다. 엄마의 마음으로 보다보니 더 안타까웠던 것 같다.

마키아와 또 다른 축을 이루는 레일리야의 이야기는 좀 더 설명이 필요했을 것 같다. 후반부에 그렇게 그리워하던 딸을 만나자마자 모진 말을 하고 떠나는 모습이 이해하기 좀 어려웠다. 물론 초반부터 자유를 갈망하는 레일리야의 성정이 다뤄지긴 했었지만 충분한 설명이 부족하여 그 장면이 좀 뜬금없긴 했다. 목숨 걸고 기다리고 구하러 온 크림도 너무 불쌍하고...

일반적인 애니메이션이었다면 마키아가 랭의 고백을 받아들여 부모의 피가 반반 섞인 자식을 낳았겠지만, 오로지 일편단심 아리엘만 바라보는 마키아 때문에 모성애가 더 빛나보였다. 다만 성장한 아리엘이 엄마를 향한 불안한 시선은 설득력이 좀 떨어진다. 아무리 늙지 않는 엄마, 친엄마가 아니라지만 엄마 껌딱지였던 아리엘이 혼란스러워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엄마라고 부르지 않았던 것도.

어쨌든 자세히 보면 여러 군데 보이는 빈틈들은 마키아의 모성애와 전체적인 분위기에 충분히 가려지긴 한다. 특히 인간의 시점이 아닌 불멸의 삶을 사는 종족의 시점에서 스토리가 진행되는 점이 독특하다. 어찌보면 신이 인간을 바라보는 모습과도 일맥상통할 것 같다. 마키아는 점점 성장하여 마치 대자연의 어머니와도 같이 승화된다. 또 후반부 레일리야의 대사 ‘이렇게 아름다운 세계를 잊을 수 없겠지’ 는 인간 세계를 바라보는 신의 관점과도 같을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마키아와 레일리야가 인간 세계에 계속 머물 수 없는 것도, 특히 레일리야의 급작스러운 떠남도 이해가 된다.

이 작품을 단순히 모성애를 다룬 신파라고 치부하긴 어렵다. 신화적인 분위기와 유한과 무한을 다룬 설정으로 묘하게 인간의 원형을 건드리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꿈보다 해몽이 좋은 작품일 수 있지만 어쨌든 생각할 거리를 준다는 점, 그리고 다른 작품과 구별되는 독특한 분위기에 점수를 높게 줄 수 있는 애니메이션인 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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