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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아기 사진을 카톡 프로필이나 블로그, SNS에 올리는 엄마들에 대한 생각...

by artist_nao 2020.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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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블로그 말고는 SNS를 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잠깐 한 적도 있었는데 사실 그래서 얻은 건 별로 없었고 시간 낭비, 감정 낭비만 많이 했던 것 같다.

카카오스토리는 애들 사진으로 도배돼서 볼 게 없었고, 페북은 광고랑 사진, 텍스트가 마구 뒤엉켜 올라와서 피로했다. 트위터도 별로였고.

피로감은 인스타가 최고였는데 정말 나랑 안맞았다. 특히 사진 위주의 포맷과 오글거리는 태그들, 그리고 가식이 섞인 찬양 위주의 댓글들... 올라오는 사진들을 보면 정사각의 잘 정제된 깨끗하고 화려한 사진에 목숨 거는 게 느껴졌다. 그 인스타 특유의 사진 느낌도 너무 싫고. 그 비슷비슷하게 연출해놓은 사진이 그게 그거 같고 보다보면 구역질이 날 정도. 인기을 이용해서 어줍잖은 제품들을 화려하게 포장하여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사람들의 행태도 보기 싫었고. 인스타를 시작하고 초반에 나도 사진 몇 장 올리고 서로 댓글도 달아주고 그랬지만 어느 순간 이게 뭔지 싶었다. 다들 인스타에 중독된 거 같고 특히 하루에도 몇 개씩 사진 업로드를 하는 사람들은 진짜 미친 것 같았다.

이미지의 시대라지만 이미지도 이미지 나름이지 사진과 텍스트에 딱히 메시지도 없고 의미도 없고. 그냥 추억 정리용, 일기 대신이라고 포장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그럼 비공개를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어쨌든 인스타를 한다는 것 자체가 나 이렇게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라고 몸부림 치는 느낌이다. 가벼운 관계라도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인정 받고 위안 받고 싶어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조리원 동기 엄마들 단체 톡방이 있다. 일명 조동 톡방- 정보도 공유하고 서로 이야기도 나누고 힘든 육아 생활에 나름 의지가 된다. 열 명 넘는 엄마들이 있는데 생각해보면 카톡 프로필에 아기 사진 안 올린 엄마는 나 밖에 없다. 난 사실 톡방에 우리 아기 사진도 잘 안올린다.

나도 내 아기가 예쁘고 사랑스럽고 가끔 자랑도 하고 싶지만 프로필 사진으로 가득 올려놓는 게 좀 찝찝하다. 직업 특성상 수많은 사람들 연락처를 저장해왔고 연락처를 지워도 카톡은 남아있고 함부로 연락처를 바꿀 수도 없으니까.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내 아기가 커서 뭘 아는 나이가 됐을 때 엄마가 내가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쭈욱 사진을 꾸준히 업로드한 걸 안다면 과연 기분이 좋을까 싶다는 것. 마치 영화 트루먼 쇼 같은 느낌이지 않을까. 나 같으면 기분이 나쁠 것 같아서 아기 사진은 올리고 싶어 지더라도 참으려고 한다. 뭐 실루엣 정도는 올릴 수도 있겠지만... 아기 실명이나 얼굴 사진 등은 노출되지 않도록 항상 조심하고 있다. 인터넷은 한 번 업로드 되면 여기저기 복제가 얼마든지 가능하고 자칫하다간 평생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수도 있는 건데 요즘 엄마들은 너무 가볍게 아이의 이름이나 사진을 수없이 노출하는 것 같다. 유아 납치같은 범죄에도 그런 정보들이 정말 손쉽게 이용될 수 있지 않은가. 전에 기사를 보니까 sns를 몇 분만 검색해도 아이의 이름, 얼굴, 어린이집, 사는 동네 등이 싹 노출된다고 하니 정말 소름이다.

맘카페 글을 보면 문화센터나 어린이집 사진들도 엄마들이 sns에 올린다는데 다른 아기와 엄마 얼굴이 떡하니 나온 걸 모자이크도 없이 올려댄다고도 한다. 진짜 미친 작태다. 자기 아기 예쁜 것에만 미쳐서는 다른 이들의 초상권은 안중에도 없는 거지. 그런 개념 없는 엄마들이 있으니까 애꿎은 엄마들까지 싸잡아 맘충소리 듣는 거고.

 
그냥 SNS, 그리고 아기 사진에 대한 내 생각이 틀린 건가 싶을 정도로 요즘 세상은 정말 이상한 것 같다. 내가 고지식한건지, 세상이 미쳐가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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