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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의 일기

7월 12일 (일) 이사 준비와 그 동안의 흔적, 그리고 미니멀라이프

by artist_nao 2020.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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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육퇴 후 책꽂이와 책상 서랍을 정리를 했는데 병원 영수증이 정말 끊임없이 나왔다;; 그동안 자주 아팠고 병원 정말 많이 갔었구나 싶다. 지긋지긋한 병원 영수증..

그 다음 많이 나온 건 영어 교재와 부교재와 프린트물. 열심히 했었지만 매번 용두사미로 끝났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대운이 공부운이 아니라서 머리도 잘 안 돌아가고 그냥 쉬지 말고 직장 생활이나 열심히 할 걸 싶다. 하긴 지난 5년은 정말 뭘해도 힘들 운이었으니까. 일을 했어도 진짜 엄청 깨졌을거다.

이제 39살까지 남은 몇 년은 사화 운인데... 정재운인데 애 보느라 돈은 못 벌고 있다;

그동안 쌓아놨던 것들을 정리하다보니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여실히 보인다. 20대까진 진짜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데 30대가 되고 나서 지금까진 정말 엉망이었다. 사주 탓하고 싶진 않지만 그냥 헤어나올 수 없는 모래 구덩이에 처박혀 있다가 겨우 나온 느낌인데 이전과 같이 내 자신을 위해서 파이팅하면서 살기가 힘들다. 대신 우리 아기를 위해 하루 하루 바쁘게 지내고 있다. 정신이 나갈 때가 많아서 정말 없던 건망증도 생겼다.

책 정리를 하면서 책 사이에 끼워진 냅킨에 그린 그림도 발견하고(아마도 대학 때 친구랑 카페에 갔다가 친구가 그려서 껴넣은 듯한;) 바닷가에서 주워서 모아놨던 조약돌과 조개도 발견하고.. 그것들을 보면서 예전 같으면 한참을 추억에 잠겼겠지만 오늘은 이렇게 모아둔 것들이 쌓여서 짐이 됐구나 그런 생각에 많이 버렸다. 물론 그래도 못 버린 것들이 있지만...

어릴 때는 정말 아주 사소한 생각과 감정, 그리고 별 것 아닌 소소한 일들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해야할 일이 많아지니 하루하루 생존이 목표가 된다.

그나마 생각이라는 걸 할 수 있는 시간이 지금 이렇게 일기를 쓰는 새벽 밖에 없다. 육퇴를 해도 잔업을 하다보면 12시가 훌쩍 넘는다.. 잔업이 끝나고 새벽 2-3시는 예전처럼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니까 자꾸 잠자는 게 늦어지고 불면증이 생겨버렸다. 마음 같아서는 육아서도 읽고 자고 싶은데 하루 종일 아기와 보내고 이유식 만들고 치우고 하다보면 그래도 날 위해서 웹툰도 보고 기사도 보고 그럴 시간이 필요하다. 이렇게 가끔 생각도 정리하고..

외출을 언제 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적어도 4-5일은 집에서 한 발자국도 안 나갔던 것 같다. 오늘은 그래도 나갔다 오고 싶었는데 어찌저찌 하다보니 나갈 시간이 없었다. 아기 낳기 전에도 집순이긴 했지만 그래도 운동도 하고 나름 활동적으로 지낼 때도 많았는데, 아기도 키워야 하고 코로나 때문에 외출도 조심스러웟서 이래저래 못나가게 된다. 나는 그냥저냥 괜찮은데 아기를 위해서는 나가서 또래 친구들도 만나게 해주고 싶은데 이 놈의 코로나 때문에 그것도 여의치 않다.

요즘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인데 아기가 어린 집은 정말 그게 어렵다. 아기 장난감과 책, 육아용품만 해도 한가득이고 우리집이 이렇게 좁았었나 싶다. 오히려 아기 낳기 전에는 휑할 정도였는데... 그래도 넓은 데로 이사를 가니 다행이다. 이사 전후로 과감하게 버릴 건 버릴 생각이다.

진짜 미니멀한 삶은 단순히 짐이 적은 삶은 아닐진대, 생각도 말도 행동도 단순해지고 싶다. 한 때 명상을 즐겨했던 시절이 잡생각도 없었고 늘 충만한 느낌이었는데 생각해보면 지금껏 가장 미니멀한 삶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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