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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4월 13일 (금) 영화 쇼생크 탈출

by artist_nao 2018.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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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병가를 내느라 동아리 OT 수업을 못하고 오늘 첫번째 수업을 하게 되었다. <영상비평반>, 재작년 자유학기제 수업 때 1학년들을 대상으로 개설했던 수업이었는데 이번에는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동아리 수업으로 만들었다.

사실 이번에 <스포츠 클라이밍반>을 만들었음 좋았는데 좀 후회가 되기도 했다. 20명 내외 인원이 한번에 들어가야 하니 일산 암상 중 ‘더 클라임’ 정도면 수용가능하지 않을까? 학교에서 가깝기도 하고. 아이들 체험비만 좀 할인해서 해주면 수업할 만 할 것 같다. 한 두달에 한번 갈거니까 비용이 좀 들더라도 신청하는 친구들이 분명 있을 것 같다.

학교에서 소위 ‘문제아’라고 불려지는 아이들, 특히 남학생들 상담하다 보면 취미가 됐든 뭐가 됐든 ‘운동’을 시키면 참 좋겠다 싶다. 특히 학교 밖으로 떠도는 아이들은 더 그렇다. 어떤 식으로는 가정에서 방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딱히 맘 붙일 데가 없으니 부초마냥 친구들과 떠다닌다. 그래도 그런 아이들은 에너지가 넘치기 때문에 식물처럼 멍 때리는 아이들보다는 희망이 있다. 그 열정의 방향을 좀 더 건설적인 방향으로 잡아주는 게 필요하다.

뭐 어쨌든 무엇보다도 좀 마르고 팔다리 길쭉하고 날렵해보이는 친구들 보면 클라이밍 한 번 시켜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어쨌든 <영상비평반>도 재미는 있다. 재작년 수업 중에 1학년 한 남학생이 전문 비평가 못지 않게 글을 써내서 깜짝 놀랐었다. 설마 했는데 3학년이 되어서 이번에도 신청을 해줬다. 물론 다른 몇몇 친구들도 재신청을 해줬다. 조금 부담스럽긴 하지만 더 좋은 작품들 많이 보여줘야겠다.

작품성이 있으면서 요즘 아이들이 보지 못한 굵직한 옛 영화들 위주로 리스트를 뽑아봤다. 비평가들이 뽑은 명화, 꼭 봐야할 인생 영화 등의 키워드로 검색도 해보고;; 서점도 가서 영화평론 책들도 뒤져보고. 사실 옛 명화들은 내 세대에서도 접하기 힘들었던 것들이 많고 너무 옛날 영화라서 90년대 이후 작품들 위주로 보여줘야겠다 싶었다. 뭐 영화 말고도 광고, 애니메이션,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들이 있지만 주로 영화 위주로 보여줄 듯하다.

영화 중에서 재작년에 보여줬던 건 <매트릭스> 1편과 <라이프 오브 파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이었는데, 이번에는 3학년 대상이고 하니 좀 더 심오(?)한 작품들을 보여줘도 되겠다 싶었다.

일단 후보에 오른 영화들은 아바타, 가타카, 메멘토, 인셉션, 공각기동대, 마이너리티 리포트, 블레이드 러너 등인데, 메멘토는 애들이 보기에 좀 난해하고 재미가 떨어질 수 있을 것 같고 블레이드 러너나 터미네이터 같은 영화는 나도 제대로 못봐서 다시 봐야할 거 같다.

사실 메멘토나 인셉션은 신박한 영화긴 하지만 뭔가 마음 깊은 울림은 좀 떨어지기도 하고... 공각기동대나 아바타는 매트릭스와 연결되는 비슷한 메시지. 둘 중 하나만 보여줘야 된다면 공각기동대가 나을 듯 싶다.

다크나이트나 카우보이 비밥, 문라이트 등등 다른 괜찮은 작품들도 엄청 많지만 몇 개를 뽑아야 하니까,

사실 퀴어 영화나 좀 더 마니악틱한 영화들도 보여주고 싶은데 19금들이 많아 아쉽기는 하다.

외장하드에 있는 영화들을 이것저것 보다가 문득 <쇼생크 탈출>이 다시 보고 싶어졌다. 다른 걸 먼저 보여주면 되긴 했는데 그냥 내가 다시 보고 싶어지기도 했고; 뭔가 첫 시간은 다소 교훈적인(?)메시지가 있는 영화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다. 남편에게 내 클라우드 계정에 업로드를 부탁했다. 부랴부랴 학교에서 다운을 받았다. 비평지도 만들었다. 기존 틀을 수정했는데, ‘내용(의미)’ 과 ‘형식(영상 기법, 구성, 연출 등)’ 두 가지로 나눠 써볼 수 있도록 했다. 출석체크 후 ‘좋은’ 작품이란 뭘까에 대해 짤막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한편을 다 보기에 시간이 부족했다. 다음 시간에 이어서 보기로 하고... 분명 예전에 봤던 영화인데 본지 너무 오래돼서인지 점점 빠져들어 봤다. 다시 보니까 주인공의 연기가 진짜 압권이다. 주인공 역의 팀 로빈스, 다른 영화도 한번 찾아봐야겠다. 나이들어 영화를 보니 더 와닿는 장면들이 많았다.

위험을 감수하고 간수의 사적인 일을 해결해주고 그 댓가로 맥주를 얻어 동료들에게 나눠주고 자신은 그걸 흐뭇하게 바라보는 장면(정작 그는 술을 끊어서 먹지 않았다), 처벌받을 걸 알면서도 우연히 구하게 된 ‘피가로의 결혼’ 레코드 판을 교도소 전체에 울려퍼지게 한 것.

진짜 말이 필요없는 장면이다. 다른 이와 무언가 다른 주인공은 교도소에 길들여져 있는 이들에게 자유의 경종을 울린다. 예전에 볼 땐 몰랐는데 와 씨 저런 게 진짜 섹시한 거구나 싶었다. 위 두 장면에서 표정이 진짜 미쳤다. 맥주를 마시는 친구들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씬, 음악을 끄라고 재촉하는 잠겨진 유리문 밖 간수를 보며 씩 웃으며 보란듯이 볼륨을 키우는 씬. 미쳤다 정말 ㅠㅠ



폐쇄적이고 억압적인 교도소 내에서 자신의 능력을 이용하여 아슬아슬하게 순응과 반항의 줄타기를 하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다. 물론 그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유’. 온통 회색빛으로 가득한 교도소 내였기 때문에 그 한줄기 빛은 더 밝게 빛난다. 혼자만 탈출하려는 게 아니라 끈질긴 노력으로 쇼생크를 바꿔나가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다. 나이가 드니 못보던 게 보인다.

진짜 한번 사는 인생(물론 이번 생이 끝은 아니겠지만) 저렇게 살아야 되는데, 난 저럴만한 그릇은 안되고 저런 사람 옆에라도 붙어있고 싶다. 보는 것만으로도 정화될 것 같다. 또 내 자신도 변할 수 있으니까.

새삼스레 망가진 얼굴에 연연해하는 내 자신이 한심스럽다. 좀 지난 유행어지만 정말 ‘뭣이 중한디’ 다.

아무튼 피가로의 결혼이 울려퍼지고 그 장면을 끝으로 수업 종료령이 울려서 다음 장면부턴 다음 시간에 보기로 했다. 딱 그 장면 이후로 끝나다니 나이스 타이밍이 아닐 수 없다.

아이들이 쓸 내용들이 정말 기대된다. 특히 그 아이의 글은 더욱 더. 어떻게 하면 그렇게 성장할 수 있는지 궁금해진다. 타고난 성향도 있겠지만 부모님의 교육도 있겠지. 어린 학생이지만 친구처럼 대화를 나눠보고 싶은 마음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생각이 깨어있는 이들이 참 좋다.

문득 여고 시절 나의 단짝 친구가 생각난다. 나의 데미안. 나의 인디고.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정말 궁금하다. 분명 지금도 예전과 같이 멋지게 살고 있겠지.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지 반성이 된다. 20대 중반 이후로 나는 성장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이다. 고여있는 물처럼... 쇼생크에 길들여진 죄수들처럼 살고 있던 게 아닐까. 생각해보니 탈출이 아니라 도피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한글 포스터 문구가 괜찮네 싶었는데 원래 포스터 문구를 번역한 거였다. 역시. 뭐 그래도 다른 한글 포스터 문구도 나름 괜찮다.


프리덤!
누가 이 영화 제목이 스포라고 했는데;

여하튼 끝까지 다 보고 제대로 평을 남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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