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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의 일기

10월 17일 (수) 관음경, 觀하다.

by artist_nao 2018.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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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관음경을 매일 1독하고 있다. 사실 한 이틀 빼먹다가 다시 시작했다. 

관음경을 읽으면 아랫배가 따뜻해진다고 했는데 진짜 신기하게 그렇다. 놀랍다. 뭐~ 자궁이 따뜻해진다면야. 

이게 나름 과학적(?)인 게 소리내어 읽다보면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게 되고 기운이 내려갈 수밖에 없다. 또 경전 내용과 읽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으니 잡생각도 안나고. 

처음에는 내가 불교 신자도 아닌데 (물론 내 세계관이 굳이 우리나라 3대 종교인 기독교, 천주교, 불교 중에 고르자면 불교에 가깝지만;) 꼭 이걸 읽어야 되나 싶었다. 그냥 명상이나 호흡 수행만 해도 되는데... 그치만 명상은 안한지 꽤 됐고, 연초에 상기증을 겪고 나선 정신이나 육체 상태가 안좋을 때 호흡 수행이 독이 될 수 있구나 싶었다. 함께 하는 사람들도 없으니 더 위험하다. 

경전을 읽으면 좋은 점은 겸손해진다는 거다. 관음경 내용을 보면 관세음보살님이 거의 만병통치약(?)처럼 절대적인데, 이게 참 묘한 게 읽다보면 두 가지 포인트에서 울컥한다. 

솔직히 바라문이니 우바새니 그런 용어가 뭔지는 잘 모른다. 그렇지만 벽지불의 몸으로 제도해야할 이에게는 벽지불의 몸으로, 바라문의 몸으로 제도해야할 이에게는 바라문으로... 그렇게 변신(?)해서 나타나는 관세음보살님. 그렇게 쭈욱 반복되는 구절들을 읽다보면 내가 받는 고통과 시련이 나에게 필요한 것이므로 관세음보살님이 그것으로 깨달음을 주러 오신거구나 싶다. 물론 관세음보살님, 신, 그건 어떤 진리, 이치이겠지. 

또 한 가지, 가장 울컥하는 부분은 어떤 이가 나를 해코지하기 위해 불구덩이에 밀어넣을 때도, 바다 한가운데 떨어졌을 때도, 악한 나찰과 도적떼가 날 해치려 할 때도 관세음보살을 생각하는 힘이 구해줄 것이라는 것. 문구가 상당히 길고 반복되는데 소리내어 읽다보면 늘 목이 메인다. 거의 그랬던 것 같다. 오늘은 특히나 눈물이 펑펑나고 목이 잠겨 겨우 다 읽었다. 그동안 날 힘들게 했던 사람들, 힘들었던 일들이 떠오르고 나는 왜 그렇게 고통받아 했을까. 그 고통은 결국 내가 만들어낸 것인데, 관세음보살의 '觀', 잘 들여다 보면, '관'하면 그 어떤 어려움, 시련들, 고통들이 나의 성장을 위한 것이고, 또 그것 때문에 내 스스로가 날 괴롭힐 필요가 없다는 것. 

앞날을 예견할 순 없다. 또 어떤 고통이 올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다 지나가고 지나가고 난 후엔 오히려 성장해있을 것이다. 

관음경 후반, 모든 고통에서도 구해주시는 관세음보살님 (사실 인격신이라는 것이 신자들의 이해를 돕기위해 스토리를 넣은 것이라는 걸 알지만... 정말 내가 불교 신자라면 아버지처럼 관세음보살님이 존재하신다고 생각할 것 같다. ) 때문에 울컥하다가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고통을 모두 없애주리라. ' 이 부분에서 정점을 찍는다. 어렸을 때는 석가모니 이야기를 읽을 때 귀한 신분을 버리고 속세를 떠난 그를 이해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세상에 태어난 후부터 자라고 늙고 병드는 고통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서 해탈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일단 이번 생의 업장을 지우고 지워나가야겠지. 난 이번 생에 어떤 걸 풀려고 왔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1. 공부(지식 추구) - 자꾸 꿈에서 무의식에 걸리는 걸 보면 공부하러 왔나보다. 뭐 사주를 봐도 정인격이니까... 

2. 공부(마음) - 역시 공부... 마음 공부. 늘 항상 감정이 휘둘리는 편이다. 내 마음... 생각과 감정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바로 잡아야 한다. 

3. 훈련(몸) - 비루한(?) 몸을 타고 태어나서 늘 여기저기 아프고... 이것도 다 이유가 있겠지. 1, 2번을 이루려면 3번이 필수다. 

이렇게 보니 해야될 게 참 많구나 하하. 어차피 1~3번은 인간이면 누구나 마땅히 해야할 업인데, 

어쨌든 가장 힘든 것들을 키워드로 뽑아보자면 

신경과민(감정) / 게으름

이것만 잘 이겨내도 이번 생은 나름 성공한 거겠지. 이렇게 보면 다들 애처롭다. 자기에게 내려진 숙제들을 해야하니까. 하지만 이미 씨앗은 뿌려졌고, 파릇파릇 돋아나서 따사롭게 햇빛을 받으며 행복해하기도 하고, 폭우 속에 울부짖으면 버티기도 하고, 그렇게 살아나가다 보면 달콤한 열매를 맺고, 그 과실은 누군가의 양식이 되겠지. 결국 언젠가 잎도 시들고 말라 죽어 없어지겠지만 그동안 남긴 열매들이 또 다른 곳에서 씨앗이 될테니까 의미없는 삶이 아닌 거다. 태어나고 무언가 깨닫고 나누고 죽고.. 그렇게 반복하다보면 왜 살아가는지도 알게 되지 않을까. 

아이를 가지고 낳고 기른다는 건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일. 인간을 창조해낸 신을 가장 가깝게 모방할 수 있는 일. 

이런 생각으로 결혼을 하고 지금까지 집착해왔지만 이제 그러지 말자. 인연이 아닌 걸 억지로 가져다 놓을 수도 없고. 전생에 나와 연이 있는 아이라면 언젠가 올 수도 있겠지. 그럼 감사히 생각하고 잘 키우면 된다. 그것에 집착하느라 내가 이 생에 온 목적을 잊으면 안된다. 하루하루 살아있는 것에 감사하면서 주어진 일을 해나가면 된다. 어쨌든 우리 모두는 홀로 태어나서 홀로 죽는다. 하나에서 나왔지만 제각기 다른 길을 가는 존재들...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불안해하고 망설이고 지체할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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