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의 아니게 두 달 가까이 집순이로 지내고 있다. 한 2주 정도는 병원 신세를 지긴 했지만...
전에는 몰랐는데 손톱이 굉장히 빨리 자라는 것 같다. 이전에도 이리 자주 잘랐었는지 모르겠다. 누워서 손톱 깎는 건 너무 힘들어서 가끔 앉아서 재빨리 깎기도 한다.
오늘 동생이 전화로 요즘 날씨가 좋아서 하늘 색도 정말 예쁘고 특히 노을이 코타키나발루에서 본 그것과 같다고 했다. 그 비치 노을이 순간 기억이 났는데 뭔가 집에만 있는 게 서글퍼졌다. 사실 창문을 열면 노을이 보이겠지만 그 창문까지 걸어가는 것도 나에겐 무리이다.
남편이 다음 주에 출장을 가야해서 동생에게 집에 와달라고 sos를 했다. 동생도 일을 다니지만 그래도 저녁은 같이 먹을 수 있으니까 도와달라고 하는 게 좋다. 남편이 반나절 외출만 해도 혼자 한 끼 해결하는 게 꽤 힘들다. 있는 것 그릇에 옮기고 데우기만 하면 되는데 그것 자체가 몸에 무리가 간다.
나 혼자 생활하지 못했다는 게 되게 씁쓸하긴 하지만 무리를 하느니 신세를 지는 게 낫다. 또 나도 도울 일이 있으니까. 이럴 때 가족이 없었다면 정말 아찔하다.
오늘 아침에 남편이 만들어준 달걀 프라이 반숙이 기계로 찍어낸 것마냥 너무 완벽했다. 임당 때문에 삼시 세끼를 잘 챙겨먹고 있는데 남편도 1주일 넘게 내 끼니를 챙겨주다 보니 뭔가 밥상 차리는 게 능숙해졌다. 집안 살림도 나름 잘하고 ㅎㅎ 처음에는 투덜거리더니 이젠 익숙해졌는데 별 말 없다.
집안일 하는 거 보면 뭔가 그동안 생각해왔던 것보다 좀 더 섬세한 사람이구나 싶다. 지금까진 그 섬세함이 발현될 기회가 없었던 거다. 그치만 꼬리가 긴 건 여전하다. 서랍장이나 찬장이 조금씩 열려있거나 불이 켜져 있거나. 그래도 비교적 집안일을 나름 다양하게 소화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자기가 남긴 흔적도 전에 비해 마무리를 잘하고 있다.
태교 바느질을 계속하다가 몇 주 전부터 흥미를 잃고 뜨개질이 하고 싶어 1-2주를 인터넷 뒤적거리다가 드디어 오늘 실과 도구를 주문했다. 집중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 게 좋으니까. 근데 옆으로 누워서 대바늘질을 할 수 있을진 모르겠다. 코바늘도 쉽진 않을 것 같다.
오랜만에 엄마랑 통화를 했는데 스피커폰으로 엄마 목소리가 크게 들리니 떡순이가 갑자기 태동이 심해졌다. 신기한 게 엄마가 집에 계실 때 통화를 오래 하신 적이 있는데 그 때도 태동이 격렬(?)했다. 엄마에게 이야기를 하니 진짜 좋아하시면서 떡순이 태어나면 할머니가 엄청 잘해줄거라고 인사도 하셨다 ㅎㅎ
이상하게 남편이 배에 대고 이야기하거나 동화책 읽어줄 땐 잠잠하다;;
내가 말걸 때는 대중 없는 거 같다. 특별히 내 목소리에 더 반응하진 않는다. 그래도 들을 수 있다고 하니 꾸준히 이야기 하고 있다.
어찌저찌 그래도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사실 3달도 안남았으니 시간이 많이 남은 것도 아니다. 하루 하루 더 소중하고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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