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기를 재우면 한동안은 지켜봐야 한다. 푹 잠들었는지 확인하고 나서야 나도 잠자리에 눕는데 늘 선잠을 자곤 한다.
얼마 전 아기 진료 때문에 병원에 가는 길, 차 안 라디오에서 Lost stars가 흘러나왔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서 질릴만도 한데 그날따라 후렴구의 목소리가 굉장히 애처롭게 들렸다.
보고 있어도 늘 보고 싶은 우리 예쁜 아기. 요즘 들어 잠투정도 심해지고 울기도 많이 운다. 강하게 키운다고 아기가 울어도 5분 정도는 울리는 엄마들도 있다고 하는데 나는 아기가 울면 내가 할 수 있는 한 달래주는 편이다.
어떤 날은 꽤 오랜 시간 칭얼거리면서 낮잠도 잘 못자고 밤이 돼서야 지쳐서 자곤 하는데, 내 품에서 잠든 쌕쌕거리는 아기를 보고 있노라면 만감이 교차한다.
처음에는 이 작은 아기가 내 배 안에 있었다는 게 신기하고 보고 있으면서도 믿겨지지가 않았다.
그 다음에는 이 아이가 어디에서 온걸까 그런 생각도 들고, 또 나에게 온 게 신기했고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게 꿈꾸는 것 같기도 했다.
요즘엔 투정이 늘고 때론 이유없이도 우는데 보고 있노라면 너무 짠하다. 뱃속에서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나와서 숨도 쉬어야 되고, 먹기도 해야 하고, 온갖 게 보이고 들리니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또 매일 몸이 커지고 손과 발도 자라는데 얼마나 아플까. 배고픈데, 잠이 오는데 말도 못하고 울 수밖에 없으니 너두 얼마나 괴로울까. 우리가 아기 때를 기억하지 못하는 건 너무 고통스럽고 힘들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그런 생각을 하면 힘들어도 나는 엄마니까 힘을 낼 수밖에 없다.
나도 확신할 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데 이 아기에게 삶이란 무거운 짐을 지어주지 않았나 그런 생각도 들고 마음이 복잡해질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아이가 행복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해줘야지 하는 생각으로 덮어버린다. 이제 난 내가 눈 감는 그 날까지 자식 걱정을 하게 될거라는 건 확실하다. 힘든 과정을 거쳐 어렵게 가진 아기인데 눈 앞에 있으니 이젠 정말 현실이구나 싶다. 24시간 아기가 항상 먼저이고, 생각보다 양육은 힘들다. 정말 몇 년을 간절히 원해서 생긴 아기인데도 키우는 건 정말 어렵다.
나중에 아이가 자라면 이야기해주고 싶다.
엄마도 우리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는 몰라. 그렇지만 적어도 삶의 방향은 어느 정도 스스로 잡아나갈 수 있고 나름대로의 의미를 찾아나갈 수 있어. 그 과정이 때로는 힘들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웃는 날도 많을거야. 엄마는 네 옆에서 네가 필요하다고 할때까지 옆에서 널 도와주고 지지해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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