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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의 일기

4월 11일 (토) 임신, 출산과 육아는 여자의 몸과 마음과 영혼을 갈아넣는 일

by artist_nao 2020.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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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이었던 5년 동안 아이만 가지면 어떤 시련이 와도 행복하기만 할 것 같았는데 정말 육아는 진짜로 많이 힘들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

임신도 여러 번의 시험관 끝에 성공했지만 호르몬 약과 주사들로 몸도 많이 상하고 염증과 출혈로 임신 전부터 병원 신세도 졌었다... 기적적으로 임신이 되니 초기에는 위험해서 누워지대다시피 했고 (친정 엄마가 와주심..) 18주가 돼서 안정기니까 조금 돌아다녔더니 2주만에 조산기로 입원, 20주부터 병원과 집에서 화장실도 잘 못가고 누워지내기를 10주 이상.. (이 때도 친정 엄마가 와주시고 ㅠㅠ ) 설상가상 25주에 임신성 당뇨, 임당 판정으로 먹는 것도 제대로 못먹고 움직이지도 못하기 시작, 아기는 계속 역아.... 그리고 37주 넘기지마자 진통으로 응급 제왕절개.

임신될 때부터 1년을 누워지냈으니 출산하고 몸이 더 말이 아니었다. 24시간 식은땀이 너무 나서 하루에도 정말 몇번 씩 옷을 갈아입고 계속 몸에 바람이 들어 시큰하고, 조리원에서도 중환자실 입원한 아기에게 모유 나르느라 잠도 못자고 3시간마다 유축..

집에 오니 산후도우미 이모님이 오셔도 직수하느라 쉬지도 못하고 밤에는 애 수시로 먹이고 재우느라 잠도 못자고. 이모님 연장해서 겨우겨우 버티다가 또 친정 엄마가 올라오셨다. 한달 반을 계시다가 엄마도 너무 힘드셔서 내려가셨었는데, 엄마 가시고 애 보는데 밥도 해먹어야 되고 밤에도 재워야 되니 결국 몇 번 쓰러졌었다 ㅠㅠ 제대로 못먹고 모유 먹이고 애보느라 잠도 못자다 보니 급격히 당이 떨어져서 쓰러지기를 여러 번.

이러다가 병원 입원하면 애는 누가 보지 싶어서 5일 만에 친정에 내려와서 지내고 있다. 정말 엄마랑 나랑 보는데 정말 지치고 힘들 때가 많음... 서울에 있을 땐 남편이 집에 있어도 밥도 내가 해야 되고 남편이 미숙하니까 재우는 것도 결국 매번 내가 재우고 밤에 잠도 못자고 진짜 미치는 줄 알았다. 정말 다시 올라가면 어찌 지내야 하는지 막막한데, 우선 내려와있는 동안 몸 좀 추스릴 생각이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밤에 애가 너무 자주 깨기도 하고 애 보느라 잠을 잘 못자니까 아침에 엄마한테 부탁하고 3시간 정도 쓰러져 자는 게 일상이었다. 며칠 전부터는 엄마가 종종 밤에 맡아주시는데 힘들어하시는 게 보인다.

휴.. 요즘 젊은 세대는 부부가 공동으로 양육한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애 키우는 건 여자 몫이 대부분이다. 임신이나 출산은 남편이 도와줄 수도 없는 부분이고 뭐 그건 그래도 양육에 비하면 새발의 피. 경력 단절은 둘째 치고 어쨌든 남편은 돈을 벌어야 하니 육아는 정말 봐줄 사람 없으면 독박이다.

사실 남편이 일 안하고 (백수든 육아휴직이든 뭐든) 같이 키운다 해도 정말 남자들이 봐주는 건 한계가 있어서 결국 여자(애 엄마)가 해야되는 게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애 엄마는 뭐 애 낳으면 애 키우는 방법이 자동 탑재되는 것도 아니고. 다 하나하나 찾아보고 공부하고 그러는 건데 남편은 정말 애 키우는 것에는 관심이 하나도 없다. 자기가 알아보는 노력은 하나도 없고 애 보다가 울거나 찡찡거리면 나한테 물어보고 안되면 포기하고 나한테 넘김 ㅠㅠ 아니면 자기가 해보겠다고 하는데 애는 목이 쉬어라 우니까 결국 내가 데려오고. 자기도 피곤하고 힘드니까 사소한 것에도 짜증내고.

코로나 때문에 이모님을 부를 수도 없으니까 결국 엄마 도움을 받는데 솔직히 엄마 힘드시니까 도움은 정말 안 받으려고 다짐했었는데 그게 안되니까 너무 속상했다. 내 체력이 안되는 것도 속상하고 상황이 힘드니까 답답하고.

어쨌든 요즘 내린 결론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 최대한 그렇게 하고 남편은 그냥 내버려 두자는 것이다. 그냥 돈이나 벌라고 하고 본인도 그걸 더 원하니까. 넘 죄송하지만 엄마 도움 더 받고 대신 돈도 두둑하게 드리고 어쨌든 내 체력 회복해서 다시 서울 가서 독박하더라도 버틸 수 있게 만들어야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엄마는 다시 태어나면 결혼 안하고 애도 안낳고 전 세계 여행다니면서 살고 싶다고 하셨는데 애들 다 키우고 여유롭게 지내실만 하니 딸이 임신해서 봐주고 손자도 봐주시느라 다시 육아를 하신다. 그래서 정말 정말 죄송하고... 이런 상황이 벌어질 줄은 아기가 없을 땐 정말 이렇게까지 힘든 줄 몰랐으니까.

정말 임신 때 누워지내고 힘들었어도 마음 한 켠에 애 둘은 낳아야지 싶었는데 지금은 외동으로 끝내야지 싶다. 둘째가 생길 일도 없겠지만 생기더라도 잘 키울 자신이 없다.

우리 아기가 딸이 아니라 아들이라서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여자로서 힘든 삶을 안 살아도 되니까 ㅜ 딸이든 아들이든 원하지 않으면 싱글로 살라고 하고 싶다 정말... 그런 면에서 요즘 젊은 세대는 어찌보면 현명하다. 결혼과 육아가 본인의 삶을 갈아넣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자신의 삶을 즐기면서 사니까. 그것도 이런 저런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포기한 것도 있겠지만. 어쨌든 요즘 애가 있든 없든 참 살기 힘든 세상인데 애가 있으면 정말 죽어지게(?) 힘든 건 확실하다. 그래서 정말 책임지지 못할 거면 안 낳는 게 현명하다. 주변에 아기 있는 친구들이 다들 애는 정말 예쁘지만 너무너무너무 힘들다고 했는데 정말 그 말이 딱 맞음.

이제 아기가 있고 내 삶은 나만의 삶이 아니니까 힘내서 으쌰으쌰 하는 수밖에 없다. 아기를 생각해서라도 내가 아프면 안되니까.

이 글도 정말 짧게 짧게 여러 번 쓰기를 반복. 애기 재우고 잠깐씩 겨우 쓰고 있다. 그냥 대나무 숲마냥 넋두리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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