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좋아하는 취향의 드라마는 아니라서 볼 생각조차 못해본 드라마인데 엄마가 2회 재방을 보시는 걸 어쩌다 같이 보고 나서 지금까지 함께 본방을 사수(?)하고 있다;;
막장 드라마인 게 분명한데 고급지게 포장한 막장이라 그런지 스릴러나 공포물 같이 쫄리는 면이 있어서 그런지 계속 보게 되는 맛이 있다. 사실 지선우(김희애 분)가 이혼하기 전까진 나름 괜찮았는데, 조력자인 민현서와 그녀의 데이트 폭력 남친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면서 슬슬 짜증나기 시작했다.
특히 엊그제 방송한 10회가 너무 최악이어서 계속 봐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될 정도다. 엄마는 이제 그만 본다고 하신다; 사실 나는 이 드라마를 본 이후로 본방을 본 날- 금, 토요일은 왠지 싱숭생숭해져서 잠이 잘 안오곤 했는데 (육아에 지친 상태에서 잠이 안올수가 없는데 안온다는 건 문제가 있다는 것...) 엄마는 드라마 끝나자마자 늘 딥슬립하셔서 정말 부럽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런 어머니께서 10회를 보시고선 잠을 못 주무셨다고 했다;;; 나도 10회를 본 날은 자려고 누웠는데 드라마 사운드가 계속 맴돌면서 기분이 계속 안좋았다. 시청자 평을 봐도 드라마 본 날은 가위에 눌리거나 악몽을 꾼다는 의견이 꽤 많았다.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1. 자극적인 장면들이 극에 달함
- 특히 드라마 상에서 폭력적인 장면들이 점점 더 많이 연출되면서 기분이 안좋아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지선우나 민현서가 구타 당하는 장면들, 피가 낭자한 모습... 특히 9, 10회는 거의 공포 영화 수준으로 죽은 비둘기나 엘리베이터 등 충격적인 장면이 많았다.
2. 과한 장면 연출과 사운드
- 별 것 아닐 수 있는 장면들도 과하게 긴장감을 주도록 연출되고 있다. 특히 사운드는 불안감, 긴장감, 공포감을 극도로 조성한다.
3. 내용 전개의 답답함
- 여주인공 지선우의 비중이 크고 시청자는 그녀에게 가장 몰입할 수밖에 없는데 계속 고구마 전개가 진행됨. 나름 강단있는 캐릭터라서 사이다 전개를 기대하곤 했는데 지선우도 이제 답답해지기 시작함.
4. 해피한 내용은 하나도 없음
-정말 하나같이 다들 우울하고 제대로 된 사람(?)이 없어서 같이 우울해짐.
영드 <닥터 포스터>가 원작이라는데, 원작에는 없는 내용과 캐릭터 설정이 오히려 드라마를 망치고 있는 듯하다. 폭력 남친-일명 삼천만원. 이 캐릭터가 극중 긴장감을 조성하는 장치로 쓰이고 있는데 이로 인해 시청률은 올라갈지 모르겠지만 극의 퀄리티는 떨어지고 있다. 원작에는 없는 캐릭터들이 몇몇 있던데 극을 복잡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면서 상대적으로 주인공들의 심리 묘사는 점점 더 단편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지선우나 이태오의 가정환경과 그로 인한 성격 형성 과정 등이 살짝 비춰지긴 했는데 더 내밀하게 들어갈 듯하다가 이젠 심리 묘사는 온데간데 없고 단순 스릴러물이 되어 가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유일하게 희망을 걸어볼 수 있는 캐릭터가 바로 신경정신과 의사 김윤기. 원작에는 없는 인물인데 극중 인물들의 심리를 정리해주는 장치로 활용할 수 있다. 작가도 그런 의도로 넣은 것 같긴 한데 남은 회차동안 벌려놓은 것들을 정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지선우와 이태오가 각자 자신의 성격과 파경의 원인을 파악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들어갔으면 한다. 어쨌거나 지금처럼 애증의 관계로 치닫다가 끝나면 사랑과 전쟁같은 드라마와 다를 바가 없으니까. 작가가 극중 인물들을 불쌍히 여기고(?) 좀 더 그들의 입장에서 심리를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지금으로선 극중 인물들의 행동이 납득이 안가는 부분도 많고, 그들을 단순히 자극적으로 그려내기 위한 장치로만 전락시키고 있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나오는 인물들이 하나같이 불쌍한데 자기들도 왜 그런지 제대로 알게 해줬으면 좋겠다. 보고 나면 여운이 진하게 남는 명품드라마들이 있는데 <부부의 세계>는 시청률만 잘 나오면 되는 그런 드라마가 아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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