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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의 일기

2017년 12월 8일(금)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by artist_nao 2017.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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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짧게라도 일기를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이유는,

첫째, 어제 뭘 했는지 기억이 안나서

둘째, 자기 반성이 필요해서


작년 하반기 반년은 일을 했지만 그 기간을 제외하곤 내리 2년 반을 쉬었다. 처음 1년은 날 괴롭히는 사람 때문에 도피하듯, 그 다음 1년 반은 아기를 갖고 싶어서. 결과적으로 둘 다 해결되지 않았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제대로 항의 한번 못하고 속 시원히 쏘아붙이지도 못하고 홧병만 키웠고, 아기는 너무 집착을 해서인지 생기지 않았다. 


쉬는 동안 생각보다 많은 걸 하진 못해서 후회도 했지만 또 생각해보면 이렇게 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도, 또 돌아갈 직장이 있다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사실 지난 3년이 비교적 평탄하게 흘러갔던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 어찌보면 그동안 별 어려움 없이 살아왔기에 여러 시련들을 극복할 힘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직장에서도 그렇고, 가정에서도 그렇고... 돌이켜보면 담대하게 헤쳐나갈수도 있었는데 이미 마음에 병이 들어서 수렁 속에 빠져 나오지 못했던 것 같다. 그 전까진 어려운 일이 있어도 노력하면 다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고, 또 그렇게 살아왔는데 살다보니 내 힘으로는 안되는 일들이 많다. 특히 사람과 엮인 일은...  


사람들은 흔히 우울증을 감기라고 한다. 나도 그런 줄 알았다. 힘들거나 지칠 때 잠깐 그런 기분에 빠졌다가 또 괜찮아졌으니까. 그런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고 홧병에 공황장애 증상에 자살 충동까지.. 바닥을 치고 나니 마음의 병이 이렇게 힘들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전문 상담을 받아봐도 별 소용이 없었다.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고 싶었지만 직업상 두렵기도 하고 또 약물로 치료받고 싶진 않았다. 처음에는 가족들이나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었는데 상황이 더 안좋아지고 장기화되니 가까운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도 힘들어졌다. 가깝지 않더라도 힘든 얘기를 듣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을테니까. 잘 모르는 사람이 날 봤을 때는 별로 부족할 것도 없고 정말 무난해 보이는 삶인데 왜 저렇게까지 힘들어할까 그런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아무튼 지금은 정말 괜찮아졌다. 3년 간 청색시대가 왔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1. 본업인 일을 쉬어서

2. 직장에서의 상처와 두려움

3. 남편과의 성격 차이와 난임


이 밖에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쌓여왔던 마음의 상처들이 안 쪽 어딘가에 숨어 있다 결정적인 사건들 때문에 한꺼번에 표출된 것 같다. 그래서 운동이든 취미생활이든 뭐든 좋으니 그 때 그 때 풀어야만 한다. 생각해보면 결혼 전까지는 이런 것들을 타인에게 기대어 해결해왔었다. 결혼 후 그게 안되면서 이렇게 총체적 난국이 되어버렸다. 스스로 자립이 안되는 인간이라는 걸 아주 힘겹게 깨달은 것 같다. 직장을 쉬면서부터는 또 다른 단점도 발견하게 되었다. 결국 내 단점들이 잘 숨겨져 있다가 시련이 왔을 때 날 공격한 셈이다. 


나의 이 치명적(?) 단점들을 분석해보면,

1. 정신적 나약함. 스트레스에 취약

  - 힘든 것들을 스스로 풀어내지 못함.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타인에게 의지. 이기적으로 행동함.

2. 스스로 통제가 어려움. 

  - 일을 하지 않을 때 생활 리듬이 깨지고 게을러짐.

3. 착한아이 컴플렉스

  - 사회생활을 할 때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당당하게 이야기하지 못함.


종합해보자면 멘탈도 약하고 에너지도 약하다. 그래도 예전엔 멘탈은 강했던 것 같은데.. 어쨌든 몸과 마음을 건강히 하는 게 앞으로의 최우선 목표이다. 


얼마전 종영한 <고백부부>란 드라마를 인상깊게 봤는데 소향이 부른 <바람의 노래>라는 곡이 정말 좋았다. 기사를 보니 PD가 제작 전부터 이 노래를 대표곡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했는데 정말 그럴만 하다. 무엇보다 가사가 하나하나 예술이다. 들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살다보니 고뇌와 실패를 피할 수 없다는 걸 이제야 깨달은 것 같다 나도.. 그런데 그걸 받아들이지 못해서 사랑하지 못해서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이 정말 이해가 안됐었는데, 그 말인즉슨 원수를 감정적으로 사랑하라는 게 아니라 받아들이라는 뜻이지 않나 싶다. 날 힘들게 하는 사람,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거부하려고 하면 할수록 그것들은 날 더 갉아먹는다. 무시할 수 있다면 무시하고 이미 돌이킬 수 없다면 받아들이고 껴앉는 수밖에 없다. 내가 좋아하는 것 뿐 아니라 싫어하는 것도 받아들이고 사랑해야 내 마음이 괴롭지 않고 평화로워진다. 


살면서 듣게 될까
언젠가는 바람의 노래를
세월 가면 그때는 알게 될까
꽃이지는 이유를
나를 떠난 사람들과 만나게 될
또 다른 사람들
스쳐 가는 인연과 그리움은
어느 곳으로 가는가


나의 작은 지혜로는 알 수가 없네
내가 아는 건 살아가는 방법뿐이야
보다 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갈 수 없다는 걸 우린 깨달았네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나를 떠난 사람들과 만나게 될
또 다른 사람들
스쳐 가는 인연과 그리움은
어느 곳으로 가는가


나의 작은 지혜로는 알 수가 없네
내가 아는 건 살아가는 방법뿐이야
보다 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갈 수 없다는 걸 우린 깨달았네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보다 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갈 수 없다는 걸 우린 깨달았네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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