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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의 일기

12월 9일(토) 지금은 우선 몸을 건강하게!

by artist_nao 2017.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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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쉬는 동안 시험관 시술을 2번 받았다. 

이전에 인공수정을 2번 했지만 결과는 완전 꽝. 


그래도 시험관은 어느 정도 진척이 있었다. 1차는 1차 피검까지 통과. 2차는 6차 피검까지 갔지만 결국 유산. 사실 아기집 비스무리한 것만 보고 끝났으니 유산이라고 하기도 그렇지만 몸이 완전히 간 걸 보면 이게 보통 일은 아닌 것 같다. 산후풍 증상이 무서워서 얼른 한의원에 갔다. 예전 일산에 살 때 들었던 한의원이긴 한데, 이번에 남편이 지인 부부가 추천해줬다며 가보자고 했다. 남편 말로는 폐경된 여성도 다시 생리를 시켜준다니 그게 진짜라면 놀랄 일이다. 


어쨌든 부인과로 유명하다는 원장님께서 진맥을 해보시더니 내 몸에 대해 줄줄이 읊어주신다. 평소 소화가 잘 안되는 건 알고 있었던 것이고, 간 수치가 높아졌다니... 아무래도 주사를 너무 맞고 스트레스가 심해서 그런가보다. 신기한 게 누운 상태에서 여기저기 내장을 눌러보시는데 안좋을 거라는 부분에 통증이 심했다. 


제일 신기했던 건 진맥만 보시고 난소기능까지는 좋을 거라는 말씀. 난임 병원에서도 난소 나이가 실제보다 어리고 기능도 좋다고 했었다. 그걸 진맥만으로 어떻게 가능하지? 여하튼 예상한대로 착상의 문제인 것 같다.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심하고 예민한 편이라고 하셨다. 휴직보다 차라리 일을 하는 게 스트레스가 덜할 거라고 하셨는데, 반년 남은 휴직기간을 연장할지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그 이야길 들으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집 옆에 중학교가 있는데 간혹 통학 시간에 지나가다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먹먹해지면서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 싶은 생각이 종종 들었었다. 쉬고 있어도 마음이 불안하고 허전하고 외롭고.. 일할 때는 피곤하니 얼른 쉬고 싶다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생각해보면 동료들, 학생들에게서 에너지를 많이 받고 있었다보다. 


두번째로 신기했던 건 열흘 정도 후엔 운동을 다시 시작해도 된다고 하셨는데, 일년 넘게 꾸준히 해온 클라이밍에 대해 여쭤봤더니 거기에 대한 대답이 너무도 명쾌했다. 클라이밍이 신체적으로도 도움이 되겠지만 무엇보다 성취감이나 즐거움 때문에 스트레스가 해소될테니 꾸준히 하라고 하셨다. 보통 신체적으로 작용하는 것만 생각하고 무리가 될 수 있다고 조언을 많이 들었는데 정말 놀라운 답변이었다. 


한의원에서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막 쏟아졌다. 한약 지으러 가서 정신과 상담도 받고 온 느낌이었다. 난임 병원은 갈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아 심적으로 힘들었는데, 정말 마음이 편해졌다. 지금 목표는 몸을 건강한 상태로 되돌리는 것. 


<생활 수칙>


1. 스트레스 No! 즐겁게 생활하기

2. 규칙적인 수면과 식사

3. 생각은 멈추고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기



적어놓고 보니 정말 뻔한 내용이긴 하지만 이게 잘 안되니 꼭 명심, 또 명심해야겠다. 생각 많이하고 불안해한다고 일이 잘 풀리는 것도 아니니 모든 걸 내려놓는 느낌으로 생활해야겠다. 



복잡한 생각이 안들고 단순하지만 아주 힘들진 않은 그런 적당한 노동이 몸과 정신 건강에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평생을 청소만 하거나 걷기만 하는 인도의 수행자들을 보면 좀 극단적이긴 하지만 그들 자신은 참 평화로울 것 같다. 뭐, 자신의 해탈만을 쫓는 것처럼 보여 딱히 좋아하진 않지만. 


어쨌든 오늘 아울렛 건물 여러 동을 돌며 이것저것 구경도 하고 쇼핑도 했는데 본의 아니게 걷기 운동이 됐는지 소화도 잘되고 살짝 피곤했다. 타임 세일에서 저렴한 가격에 코트도 건지고, 괜찮은 부츠도 건졌다. 아울렛 쇼핑을 하다보면 백화점과 다르게 긴장감(?) 도는 상황들이 종종 연출되는데 싸고 괜찮은 물건은 금방 빠지기 때문에 그런 물건을 보면 재빨리 집어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에스컬레이터 옆을 지나다 우연히 타임세일을 한다는 점원의 말에도 주변 사람들은 좀 머뭇거린다. 그러나 한 두사람이 용기있게(?) 옷을 고르기 시작하면 그 다음부턴 기다렸다는 듯이 우후죽순 몰려든다. 


처음에 눈에 들어온 옷을 집어 들어 이것저것 살펴보는데, 옆에서 어떤 여자가 집어든 옷이 묘하게 괜찮아 보였다. 그렇지만 그 옷은 한 벌 뿐이었고, 점원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결국 그 여자는 다른 사람이 채갈새라 얼른 텍을 떼고 결제를 했다. 입어보지도 못해서 그런가 괜히 아쉬웠다. 어쨌든 처음에 고른 옷이 나한테 나름 잘 어울리고 재질도 좋아서 한참 고민한 끝에 구입했다. 여러 번 입어봐서인지 내가 집은 옷에 관심을 갖는 여자들도 많았는데, 가만히 보니 사람마다 어울리는 옷이 따로 있어 다들 눈치를 보면서도 결국 자기 취향과 체형에 따라 고르는 것 같긴 하다. 한참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다가 잠시 카페에 앉아 요기를 하는데, 눈 앞에 아까 그 여자가 그 옷을 입고 지나가는 게 아닌가. 나도 모르게 자세히 봤는데 영 별로였다. 뭐 합리화일 수도 있지만 객관적으로 그랬다. 


신발을 살 때는 두 켤레 중에 뭘 살지 한참 고민을 하고 있었다. 갈팡질팡하고 있는데 옆에서 남편이 저기 저 여자분이 내가 신고 있는 신발을 기다리고 있다는 게 아닌가.;; 슬쩍 보니까 내가 신은 신발과 같은 디자인에 다른 색 신발을 신고 이리저리 거울을 보고 있었다. 신발 재고가 딱 하나밖에 없어서 내가 사지 않아야만 그 여자분이 신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무튼 그 와중에 점원도 그렇고 남편도 그렇고 다들 이 신발을 추천해줘서 결국은 그걸 사게 됐다. 나도 이 신발에 좀 더 마음이 가긴 했었지만.. 그 상황이 구매에 결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쇼핑이 별 게 아닌 것 같은데도 고민, 선택, 번복, 결정, 경쟁, 소유욕, 합리화, 만족, 후회 등 아주 여러 가지 심리가 얽혀있는 과정이다. 게다가 몸은 또 부지런히 움직일 수밖에 없고. 


아무튼 간단하게 그냥 오늘 한 일을 쓰려고 했는데 글이 너무 길어진다. 그냥 득템으로 만족스런 쇼핑이었는데 왜 또 복잡하게 생각을 하고 있니; 아주 병이다. 병! 


집에 와서 간단하게 옷이랑 가방도 좀 정리하고 화장대 정리도 하면서 있는 물건들을 잘 활용해서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름 합리적으로 꼭 필요한, 오래쓸 수 있는 물건만 산다고 사는데 그래도 잊고 있던 아이들이 많았다. 일단 더 늘리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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