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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의 일기

7월 4일 (수) 진 언니와 나눈 대화, 언니는 여전히...

by artist_nao 2018.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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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감이라는 게 있나보다. 언니는 어느 날 문득 입을 일 없을 슬렉스를 샀었는데 그걸 지금 일하느라 자주 입고 나간다. 또 무엇에 홀린 듯이 미뤄놨던 숙제마냥 수술을 받았다. 그것도 분명 이유가 있겠지.

나도 무엇엔가 내몰린 듯이 맞았던 주사로 지금까지 고통받고 있지만 싹 빠져서 뼈만 남은 얼굴과는 대조적으로 정신적으로는 부쩍 성숙해져버렸다. 더 이상 숨을 쉴 수가 없겠어서 나도 모르게 내 무의식이 그런 선택을 했었나보다. 그대로 더 가다간 정말 죽을지도 몰라서.

언니는 죽는 게 두렵지 않다고 했다. 또 인생이 너무 긴 것 같다고도 했다. 나는 나이드는 게 무섭고 싫은데 언니는 나이가 들었으니 살도 쳐지고 주름도 지는 게 당연하다고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우린 늙어가고 있는 거라고 했다.

나도 죽는 게 두렵지 않았었다. 아니 죽고 싶어서 별 미친 짓을 다했다. 그런데 내 의지와 상관없이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으니 죽고 싶지 않았다. 너무나도 간절하게 회복되고 싶었다. 하루라도 편하게 잠이란 걸 자고 일어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생각한 날들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얼른 회복되어서 더 이상 악화되는 걸 신경쓰지 않고 건강하게 살고 싶다. 그리고 당장 내일 죽을 수도 있으니까 즐겁게 살고 싶다.


언니가 스킨스쿠버를 배우고 또 바다에 나갔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는 걸 가만히 듣자니 ‘숨비소리’가 생각이 났다. 해녀들이 물에서 나올 때 가쁘게 몰아쉬는 숨소리. 그녀들은 저승에서 벌어서 이승에서 쓴다고 했다.

요즘 들어 나도 모르게 한숨을 자주 내쉰다. 남편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담배를 핀다. 연기를 내뿜으면 마음이 좀 가라앉는다 했다. 언니도 마찬가지일거다. 핀 날과 안핀 날,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는 게 다르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지 못하는 건 그 어쩔 수 없는 숨비소리 없인 숨막혀 죽을 것 같을테니까.

​언니는 스쿠버 다이빙 장비를 착용하고 물 아래로 내려가는 그 순간의 느낌이 정말 좋다고 했다. 뭔가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것 같다고 했다.

나는 그 느낌이 아마도 명상을 했을 때의 그것과 비슷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체감각이 사라지고. 감정과 생각이 사라지고. 나 마저도 사라져서 내 주변의 공기와 합일되는 느낌 말이다.


언니와 처음 만난지도 벌써 15년이 넘었다.

그래도 여전히 언니만의 그 특유의 안정적이면서도 야무진 눈빛은 여전하다.

또 언니가 피는 담배도 여전히 냄새가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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